어느 심슨 예찬론자 이야기
심슨, 그 가족으로 말할 것 같으면 1987년 4월, 어느 프로그램에 낑겨서(?) 시작했다가 좋은 반응을 얻자 1989년 12월 정규 시리즈로 편성되어 지금까지(*2023년 현재 시즌 34 방영 중) 이어져오고 있는 헤리티지끝판왕 미국 애니메이션이다.
미국의 방송 역사상 시트콤 및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최장수 프로그램이며,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TV 시리즈물'이자, 영국 지상파 TV채널인 채널4 선정 '가장 위대한 미국 애니메이션 100선'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 이외에도 34개의 에미상, 32개의 애니상 등 수십 개의 상을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 나무위키 참고
심슨 패밀리의 원작자는 맷 그레이닝으로 1987년 4월부터 1990년 5월까지 방영된 FOX 채널 프로그램 '트레이시 울먼쇼'에서 방영된 30초짜리 단편 시리즈가 시초이다.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셈. 이 단편들은 트레이시 울먼 쇼의 코너였으며, 2년의 방영 기간 동안 나름대로 좋은 반응을 얻자 1989년 12월 17일부터 정규 시리즈로 편성되어 방송되었다. 이후 2019년 3월, 디즈니가 FOX채널을 인수하면서 심슨패밀리 또한 디즈니에 편입되었다.
최근 심슨패밀리는 시즌 35와 시즌 36 제작을 공식 확정 지었으며 2025년까지 800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줄 예정이다.
쉽게 말해, 앞으로도 이렇게 쭉 계속된다면 나와 내 자식 어쩌면 내 손주까지 실시간으로 함께 볼 수 있을지 모르는 몇 안 되는 애니메이션이랄까?
나는 이런 심슨 패밀리의 오랜 팬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심슨이 왜 좋아?"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왔다. 아...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나는 진지한 버전과 진지하지 않은 버전, 두 가지로 나누어 대답을 한다. 버전은 당연, 질문자의 의도를 봐가며 나뉜다. 질문자가 단순 호기심으로 물었을 경우와 꽤 심층적으로 접근해 오며 궁금해할 경우로 말이다. 우선, 단순 호기심의 질문에는 나의 대답도 간단하다.
“재밌어서” “웃겨서” “제가 웃긴 거 좋아하거든요~” 정도.
하지만 꽤 심층적으로 다가오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내용을 말해보자면 대략 이렇다.
“저는 풍자하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사회 현상이나 부조리한 현실을 비꼬는 것을 좋아합니다. 불합리한 세상에 대한 불만들을 소리 지르듯 강하게 표현하지 않고, 우스개 소리하듯 비꼬는 모습이 더 여유 있게 느껴지거든요. 괴짜스럽고 우습게 표현한 풍자 속에 담긴 의미를 찾는 것 또한 재미있습니다. 심슨 패밀리는 사회의 온갖 것들을 멍청하고 우습게 표현하며 풍자하지만, 그 끝에는 가족의 중요성, 관계의 중요성, 화해, 평화, 사랑하고 사랑받는 그런 마음들을 놓아둡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더럽고 엉망인 것 같은 세상 속에서도 풉, 할만한 재미 요소와 반짝이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 같달까? 저는 그 느낌이 좋아요.”
또한 심슨 패밀리는 지금껏 700회가 넘는 에피소드가 쌓여있는 만큼 없는 이야기가 없다. 마치 우리나라의 무한도전처럼 말이다. 무한 도전도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무려 500편이 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냈기에(2005~2018년 총 563부작) 무수한 짤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무한도전은 '한국의 심슨'이라고 불림)
가족 이야기, 학교 이야기, 직장 이야기, 육아 이야기, 각종 기념일들, 사회 현상들... 등 700편이 넘는 심슨의 에피소드는 한마디로 그냥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방대하고, 그렇기에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세상만사가 다 담겨있는 '없는 게 없는 심슨'이기에, 방대한 심슨 짤들은 내 인생의 데이터들로 쌓여갔다. 그리고 사진첩이 온통 심슨으로 넘쳐나게 되자, 어딘가에 방출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SNS 계정을 하나 파서 심슨짤과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름의 심슨짤 그림일기랄까..ㅋ
사실 처음에는 심슨에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나 짤을 알리는 용도로, 조금 더 나아가 감상을 적는 정도로 시작했는데 점점 나의 기분이나 생각, 경험한 일에 심슨 짤을 매칭하는 경지에(?) 이르렀다.(심슨을 보고 글을 적는 것이 아닌 내 글을 적고 그에 맞는 심슨 짤을 붙이게 된 것이다!) 내 마음과 상황, 인생을 표현해 주는 듯한 짤들이 넘쳐나니 심슨이 마치 내 인생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그날그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 혹은 감정과 심슨 짤이 착붙으로 때마다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광고회사에서 브랜딩 회사로 옮길 때,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회사는 브랜딩으로 유명한 회사이자,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모인 곳이었는데 광고와는 비슷한 듯 다른 분야이기에 광고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브랜딩 회사라니까 왠지 자기 브랜딩도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고민을 하다가 낸 아이디어. '좋아하는 것만큼 강력한 것이 있을까? Digging으로 가자!! 내가 좋아하는 심슨으로 말 걸기를 하며 나를 보여주자!!'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심슨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를 소개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딩 회사에 취업을 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심슨이 밥 먹여주냐고 묻거든 대답할 수 있다. 밥 먹여줬다고.(하하)
나는 심슨이 이직도 시켜주고, 일기도 쓰게 하고, SNS도 하게 하고, 그림도 그리게 하고, 프사도 다양하게 바꿀 수 있게 하고, 사람들과 이야깃거리도 만들어주고, 심슨 관련 여러 아이템들을 선물을 주고받게 하면서 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나를 보며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심슨이 재밌는 건 알겠는데 너처럼 그저 재밌게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심슨이 하는 말에 감동하고, 그 감동한 것들을 가지고 생활 속에서 나누고 일상에 적용하고 심지어 이용까지 하며 사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심슨 가족도 자기들이 누군가의 현생에 이렇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갈 줄은 몰랐을 거라고.(^^;)
이쯤 되면 심슨 패밀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저 캐릭터가 재밌어서, 웃겨서, 귀여워서 정도가 아니라 인생을 함께 논할 수 있어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이 계속되는 한, 심슨의 시즌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