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권과 저작권
어느 날 오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밀림에서 한 마리 원숭이가 카메라를 발견했다. 영국인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검은 볏원숭이 나루토는 호기심에 셔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원숭이 셀카가 탄생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누가 이 사진의 주인일까? 셔터를 누른 원숭이일까, 카메라를 소유한 사진작가일까, 아니면 아무도 아닐까?
저작권법은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만을 보호한다고. 이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인간'도, '표현'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첫 단어, '인간의'라는 소유격이다.
법원은 나루토의 셀카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동물의 행위는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담긴 표현이 아니므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따라서 이 사진은 누구의 것도 아닌,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이미지로.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다. 만약 세 살짜리 아이가 크레용으로 벽에 낙서를 했다면? 그것은 저작물이 된다. 비록 서툴고, 무엇을 그린 건지 알아볼 수 없어도. 원숭이의 완벽한 셀카보다 아이의 엉성한 낙서가 더 많은 법적 보호를 받는다. 왜냐하면 그 선 하나하나에 인간의 개성이, 아주 미세하게라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은 예술성을 묻지 않는다.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는다. 이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인간으로부터 나왔는가?
2023년, 스티븐 탈러라는 박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그림, '천국으로 가는 새로운 입구'를 저작권 등록하려 했다. 미국 저작권청의 대답은 간결했다. "인간 저작자가 없다."
하지만 다른 이야기도 있다. 크리스 카슈타노바라는 작가는 미드저니라는 AI 도구를 사용했다. AI가 만든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서 선택하고, 배열하고, 편집했다. 그리고 웹툰 '새벽의 자리야'를 완성했다. 이번에 저작권청은 말했다. "AI가 만든 이미지 자체는 보호할 수 없지만, 당신이 선택하고 배열하고 창작한 부분은 보호한다."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인간의 손길이었다. 선택이라는 행위, 배치라는 결정, 편집이라는 판단. 그 미세한 개입들이 기계의 산출물을 인간의 저작물로 변환시켰다.
법률가들은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쓴다. AI가 만든 것은 '저작물(Work)'이 아니라 '산출물(Output)'이라고. '저작물'이라는 단어 속에는 이미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되어 법적 보호를 받는다는 의미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의 차이가 권리의 유무를 가른다.
미술관에서 백만 원을 주고 그림을 샀다. 거실에 걸었다. 아름답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든다. 이걸 스캔해서 티셔츠로 만들어 팔면 어떨까?
안 된다.
이상한 일이다. 내 돈을 주고 산 내 물건인데. 내 집 거실에 걸린 내 그림인데. 하지만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캔버스라는 물건은 내 것이지만, 그 위에 그려진 이미지는 여전히 화가의 것이다.
우리가 구매한 것은 물질이다. 하지만 저작권이 보호하는 것은 비물질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만질 수 없는 것, 하지만 더 중요한 것. 그것은 창작자의 정신이 응결된 형태다.
소유권과 저작권. 둘은 완전히 다른 우주에 속한 권리다. 하나를 가졌다고 해서 다른 하나를 자동으로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림을 사는 행위는 캔버스를 사는 것이지, 이미지를 사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당신은 그 그림을 거실에 걸 수 있고,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고, 다시 팔 수도 있다. 하지만 스캔할 수 없고, 복제할 수 없고, 상품화할 수 없다. 그것들은 여전히 화가에게 남아 있는 권리다.
AI는 배가 고프다.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텍스트를, 이미지를.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그런데 AI에게는 두 가지 치명적인 버릇이 있다. 하나는 거짓말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먹은 것을 그대로 토해내는 것이다.
첫 번째를 환각 현상이라고 부른다. 초기 챗GPT에게 "세종대왕 맥북 던진 사건"을 물으면, AI는 진지하게 조선왕조실록을 인용하며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설명했다. 마치 악몽처럼 생생한 거짓말.
두 번째는 더 심각하다. 암기 현상. 소가 되새김질하듯,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토해낸다.
뉴욕타임스가 OpenAI를 고소했을 때, 그들이 제출한 증거는 놀라웠다. 특정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NYT 기사를 거의 그대로 출력하는 사례가 백 개가 넘었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훔쳐 통째로 암기한 학생처럼.
이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AI가 NYT의 기사 수백만 건을 허락 없이 복제하여 학습했다는 증거다. 수학의 정석을 사지 않고 불법 복사해서 공부하는 것과 같다고, 변호사들은 말했다.
AI 저작권 전쟁은 두 개의 전선에서 벌어진다. 하나는 AI가 만든 결과물이 저작물인가 하는 '아웃풋'의 문제다. 다른 하나는 AI가 무엇을 먹고 학습하는가 하는 '인풋'의 문제다.
역설적이게도, 아웃풋은 저작권이 없지만, 인풋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기술은 매일 진화한다. AI는 점점 더 인간처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든다. 어쩌면 언젠가는 원숭이도 카메라를 든 채 의도를 가지고 셔터를 누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법은 단순하고 완고하다. 저작권의 주인은 오직 인간이어야 한다고. 인간의 사상과 감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이것은 기술에 대한 거부가 아니다. 오히려 창작의 본질에 대한, 인간성에 대한, 존엄성에 대한 선언이다. 우리가 만든 것이 우리를 정의한다. 그리고 우리만이 만들 수 있다.
오후의 카페는 여전히 평화롭다. 하지만 어딘가에서는 AI가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고, 원숭이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이 산 그림을 스캔하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우리는 이제 안다.
저작권의 기본 원칙
저작물 정의: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저작권법 제2조)
창작 주체: 반드시 인간이어야 함 (동물, AI 단독 창작물은 보호 불가)
창작성 요건: 예술적 완성도가 아닌 '최소한의 개성(오리지널리티)' 존재 여부
주요 판례
나루토 원숭이 셀카 사건: 동물의 창작물은 저작권 인정 불가 (미국 법원)
AI 그림 'A Recent Entrance to Paradise': 인간 저작자 없음을 이유로 등록 거절 (미국 저작권청)
웹툰 '새벽의 자리야': AI 이미지는 불인정, 인간의 선택·배열·편집 부분만 저작권 인정 (미국 저작권청)
소유권 vs. 저작권
소유권: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등 유형물에 대한 권리 (소유자: 구매자)
저작권: 이미지 자체라는 무형 창작물에 대한 권리 (권리자: 원작자)
구매자가 할 수 없는 행위: 복제, 배포, 온라인 전송, 2차적 저작물 제작, 상품화
AI 저작권 쟁점
용어 구분: AI 결과물은 '저작물(Work)'이 아닌 '산출물(Output)' 또는 '결과물(Result)'
아웃풋 문제: 인간의 창작적 개입 없는 순수 AI 산출물은 저작권 보호 대상 아님
인풋 문제: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저작물 무단 사용 시 복제권·전송권 침해 가능
AI의 약점: 환각 현상(Hallucination)과 암기 현상(Regurgitation)
관련 소송
NYT vs. OpenAI & Microsoft: AI가 NYT 기사를 무단 학습하고 암기 현상으로 원문 재현한 사례 제소
*이 글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성원영 교수님의 '문화예술저작권'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