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저작권_어문저작물
수요일 새벽 3시, 개발자는 여전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화면에는 Python 코드가 흐른다. 함수가 만들어지고, 변수가 선언되고, 조건문이 중첩된다.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컴퓨터는 그의 생각을 이해한다.
이것은 언어다. 다만 인간이 아닌 기계가 읽는 언어일 뿐.
한국 사람은 한국어로 생각을 표현한다. 시를 쓰고,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쓴다. 미국 사람은 영어로, 프랑스 사람은 프랑스어로, 러시아 사람은 러시아어로.
그렇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개발자는?
Python으로 생각을 표현한다. Java로, C++로, JavaScript로. 변수와 함수와 클래스로 자신의 의도를 기술한다. 알고리즘으로 문제 해결의 논리를 펼친다.
이 코드는 무엇을 말하는가? 사랑을 계산하는 함수다. 마음에 시간을 곱하고, 용기를 더한다. 시적이지 않은가?
국제 조약은 이것을 인정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어문저작물(Literary Works)'로 분류한다는 것을. 소설이나 시와 마찬가지로, 언어로 쓰인 창작물이라는 것을.
2000년대 초반, 용산 전자상가에서 노트북을 사면 일어나는 일이 있었다. 판매자가 물었다. "프로그램 깔아드릴까요?"
MS오피스, 한글과컴퓨터, 어도비 포토샵. 정품은 수십만 원이지만, 그들은 무료로 깔아줬다. 불법 복제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했고, 누구도 문제 삼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노트북을 사면 프로그램은 텅 비어 있다. Windows는 정품 인증을 요구하고, Office는 구독료를 내야 쓸 수 있다.
무엇이 바뀌었나? 법은 그대로인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본격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도 엄연한 저작물이고, 무단 복제는 침해라는 것을. 용산 상가 주인들은 이제 조심스럽다. "프로그램은 따로 구매하셔야 해요."
컴퓨터 프로그램도 저작권의 완전한 보호를 받는다. 그것이 코드로 쓰여졌든, 한글로 쓰여졌든. 창작물은 창작물이다.
개발자는 새벽 3시까지 코드를 짰다. 버그를 잡고, 기능을 추가하고, 성능을 최적화했다. 그의 땀과 고민이 모두 그 코드에 녹아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회사다. 개발자가 회사 업무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저작물. 앞서 본 롯데월드 롯티처럼.
흥미로운 것은, 법원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업무상저작물을 특히 넓게 인정한다는 점이다. 왜?
개발자 대부분이 회사 소속이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는 드물다. 팀으로 일하고, 회사의 프로젝트로 개발하고, 법인의 이름으로 배포한다.
그래서 법원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회사 업무로 만든 코드는 회사의 것이라고.
개발자가 밤을 새워 짠 코드도, 버그를 잡기 위해 쏟은 노력도, 알고리즘을 고민한 시간도. 모두 법인의 저작물이 된다.
개발자가 회사를 그만둔다. 5년간 개발한 프로그램이 있다. 자신이 처음부터 설계하고, 대부분의 코드를 직접 짰다.
새 회사로 이직한다. 그곳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 코드를 가져와서 조금 수정하면 될 것 같다.
해도 될까?
안 된다. 그 코드의 저작권은 전 회사에 있다. 비록 본인이 짰더라도, 업무상저작물이므로 회사의 것이다.
한 줄도 가져올 수 없다.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같은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도, 코드는 완전히 새로 작성해야 한다.
아이디어는 가져갈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접근법, 알고리즘의 기본 논리. 하지만 구체적인 코드, 그 표현 자체는 가져갈 수 없다.
또다시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분이다.
한편, 완전히 다른 철학으로 작동하는 세계도 있다. 오픈소스.
리눅스, 파이썬, React.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코드를 볼 수 있고, 수정할 수도 있다. 저작권이 없는 걸까?
아니다. 오픈소스에도 저작권이 있다. 다만 그 권리를 특정한 방식으로 행사하기로 선택한 것뿐이다.
MIT 라이선스, GPL, Apache. 각각의 오픈소스 라이선스는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다.
"당신은 이 코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이런 조건을 지켜주세요."
저작권이 있기에 라이선스를 부여할 수 있다. 저작권이 없다면 라이선스도 필요 없다.
역설적이게도, 오픈소스의 자유는 저작권으로부터 나온다.
수요일 저녁 7시, 개발자는 마지막 커밋을 한다. Git에 코드를 푸시한다. 커밋 메시지를 쓴다.
"Fix: 로그인 버그 수정"
"Feat: 다크모드 기능 추가"
"Refactor: 결제 모듈 리팩토링"
각각의 커밋은 하나의 창작 행위다. 문제를 해결하고, 기능을 추가하고, 코드를 개선한다. 그의 생각이 코드라는 언어로 표현된다.
그 코드는 회사의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가 배운 지식, 익힌 기술, 얻은 경험은 온전히 그의 것이다.
다음 회사에서, 그 다음 회사에서, 그는 또 다른 코드를 짤 것이다. 같은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것이다.
비슷한 기능을 새로운 코드로 구현할 것이다.
아이디어는 흐르고, 표현은 남는다. 코드는 회사의 것이 되지만, 코드를 짜는 능력은 개발자의 것이다.
오후의 사무실은 여전히 밝다. 모니터의 불빛 아래, 누군가는 Python을 쓰고, 누군가는 Java를 쓰고, 누군가는 JavaScript를 쓴다.
그들은 모두 언어로 생각을 표현한다. 다만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그것도 창작이다. 엄연한 어문저작물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법적 지위
어문저작물(Literary Works)로 분류
저작권법의 완전한 보호 대상
언어(코드)로 표현된 창작물로 인정
컴퓨터 언어의 종류
Python, Java, C++, JavaScript, Ruby, Go 등
인간이 자연어로 글을 쓰듯, 개발자는 컴퓨터 언어로 코드를 작성
알고리즘과 로직을 코드라는 형태로 표현
컴퓨터 프로그램의 저작권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 발생 (무방식주의)
복제권: 무단 복제 금지
배포권: 무단 배포 금지
2차적저작물작성권: 무단 수정·변형 금지
업무상저작물로서의 프로그램
회사 업무로 개발한 프로그램은 회사의 저작물
법원은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업무상저작물을 넓게 인정
이유: 개발자 대부분이 회사 소속이거나 프리랜서로 근무
개인이 짠 코드라도 업무상 작성했다면 회사에 귀속
퇴사 시 주의사항
전 회사에서 작성한 코드는 가져갈 수 없음
코드를 그대로 복사하거나 일부 수정하여 사용 시 저작권 침해
아이디어(알고리즘의 기본 논리)는 활용 가능
표현(구체적인 코드)은 새로 작성해야 함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MS오피스, 포토샵 등 상용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는 저작권 침해
과거 용산 전자상가의 불법 복제 관행은 현재 단속 대상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이 원칙
오픈소스와 저작권
오픈소스도 저작권 존재
라이선스를 통해 사용 조건 명시
주요 라이선스: MIT, GPL, Apache, BSD 등
각 라이선스마다 허용 범위와 조건이 다름
저작권이 있기에 라이선스 부여 가능
코드의 아이디어 vs. 표현
아이디어: 알고리즘, 문제 해결 방법, 설계 개념 (보호 대상 아님)
표현: 구체적인 코드, 변수명, 함수 구조, 주석 (보호 대상)
같은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도 코드는 다르게 작성 가능
이전 회사 코드를 참고하되, 완전히 새로 작성해야 함
핵심 실무 포인트
회사에서 작성한 코드는 회사 소유
퇴사 시 코드 유출 주의
오픈소스 사용 시 라이선스 확인 필수
상용 소프트웨어는 정품 사용
이 글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성원영 교수님의 '문화예술저작권'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필자가 개인적으로 재해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