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마미공방과 나

by youyou

어느 날 문득 멀쩡히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야근과 철야로 손목이 너덜거린다는 빛 좋은 핑곗거리로 포장했지만 실은 내내 이제 그만할 거야 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닌 터였다.

그리고는 어느 날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성북동 좁은 골목 어귀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마미공방이라 불리는 곳이다.


간판도 없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발견하기도 어려운 작은 공방에서 나는 향이 나는 초를 만들고 꽃도 말리고 글씨도 쓰고 뜨개질도 한다. 손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며 공간을 지키는 것이 내 일이다. 때로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입도 한 번 열지 않고 작업만 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두고 틈틈이 작업을 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흐르는 대로 몸을 맡기는지 때때로 공방이 닫혀있기도 해서 연락 없이 찾아온 사람들을 퇴짜 놓기도 한다. 대책 없는 공방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편안해 보여요"라던가 "웃는 낯이 좋아 보여요" 같은 말을 듣고 있지만 사실 나는 늘 조급해하고 서투르고 감정이 들쑥날쑥한 편이다. 특히나 사람을 만나는 일이 너무 어렵다. 낯가림도 있는 터라 어색함을 숨기고 싶어 괜히 웃어넘기는 모습이 좋아 보이나 싶기도.

집 한켠을 작업실로 쓸 때는 전혀 신경 쓸 필요도 없던 사람을 대면하는 일이 작은 공방에서 이렇게나 많이 일어나게 될 줄이야. 그저 열려있는 작업실을 만들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성북동 마미공방과 나.

이제는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끈끈한 연결고리. 그리고 그 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있는 작업들과 사람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