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망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어요!"
오랜만의 반가운 방문이다.
그동안 너무 오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일들로 바빴다며 오늘은 꼭 선생님들에게 선물할 카네이션을 만들고 싶으니 도와줘야 한단다. 늘 오자마자 커피를 찾으시던 터라 커피 내려드릴까요? 물으니 커피는 안된다고 차를 부탁하신다. 그간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던 걸까.
정은님은 첫 만남부터 놀람의 연속이었다.
어느 날 한시부터 수업이 있던 터라 나름 서두르며 열두 시쯤 공방 문을 열려고 하는데(늘 늦게 문열곤 한다) 옆집에서 누가 튀어나오듯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너무 놀라서 안녕하세요 하고 대꾸를 하고 안으로 안내했다. 한껏 상기된 얼굴을 하고는 책을 사서 읽었는데 너무 찾아오고 싶어 무작정 오셨다는 게 아닌가. 내가 어디에 그런 안내를 해 놓은 건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11시부터 오픈한다고 본 것 같아서 11시에 맞춰서 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고. (이제 문 닫혀있었어요, 는 그냥 반갑다는 인사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옆집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죄송하다는 말을 건네며 일단 커피를 한잔 내려드리고 마주 앉아 어색한 인사말을 나누었다. 캔들 제작도 부탁하고 싶고 수업도 듣고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며 책을 읽었는데 이런 것들이 더 궁금했다고 빼곡한 메모지도 꺼낸다. 가방 속엔 책에서 읽었는데 리사이클을 해주신다고 해서 챙겼다며 빈 병이 가득하다. 책을 얼른 읽고 싶어 굳이 서점까지 찾아가서 책을 받아오느라 사은품도 받지 못했고 책을 받아서는 빨리 펼치고 싶어 신호대기 중에 책을 들었다 놨다 하기까지 했다고.
원래 알던 사이도 아니고 공방 제품을 사용해 본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저 멍하고 신기하고 고마워서 웃음만 나왔다. 수업이 있어 짧은 만남으로 끝맺으며 수업 스케줄을 잡았다. 그렇게 6주간의 긴 만남이 시작되었다.
밝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보통은 수업 결과물이 나오면 본인 것을 챙기기 바쁜데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추가 제작이 가능하냐며 늘 다이어리에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왔다. 늘 조금 더 예쁜 것들은 지인의 것이라며 선물을 먼저 챙겼다.
그렇게 선물을 받은 지인이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그 아들이 마미공방을 찾은 일도 있었다. 감정표현이 서투른 귀여운 고딩이었는데 너무 엄마 속만 썩이는 것 같아서 늘 미안하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예쁜 캔들을 만들었다. 캔들을 받은 엄마가 너무 좋아하셔서 그게 자꾸 생각이 나서 선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온 거라 얼른 돌아가 봐야 한다고 하면서 가방 안에 고이 캔들을 챙겨간 터라 뒷 이야기가 궁금해 정은님에게 물었더니 늘 안타까운 타이밍으로 아직 선물이 전달되지 못했다고. 언젠가는 서로의 마음이 솔직하고 예쁘게 표현될 수 있겠죠. 그 예쁜 순간의 이야기가 얼른 들려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엔 지난 크리스마스에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책인데 두 권이나 선물을 받았으니 함께 읽자고 책도 한 권 건넨다. '여행자의 책'이라니. 우리는 또 신이 나서 각자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렇게 또 수다가 시작이다. 우리는 수업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사촌언니처럼 살갑게 좋아하는 것들, 여행 심지어는 남자와 결혼 이야기까지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었고 수업시간은 늘 예상시간을 초과했다. 커피도 케이크도 나누면서 길고 긴 시간들을 차곡차곡 함께 했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마냥 좋았다.
조심히 가세요 하니, 또 급하게 돌아서서는 '집에 다육이들이 번식을 너무 많이 했는데 조금 나눠드릴까요?'란다. 그렇게 주시고는 또 주실게 있나 보다. 그저 웃음만 나온다.
옆집에 사는 따뜻한 언니 같아서 나도 자꾸자꾸 또 만나고만 싶다.
오신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으면 커피 대신 몸에 좋은 따뜻한 차를 준비해놓아야겠다.
덧붙이는 이야기,
정은님의 향은 '숲 속 마녀의 묘약'이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다. 시나몬 향이 진하게 나는 오일이었는데 시크한 따님은 엄마에게 진저 쿠키 향이 진동한다며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아끼고 아꼈는데 지인에게 나눠주기까지 해서 이제 한 방울도 안 남았다고 슬퍼하시길래 레시피 기억하지 않으세요? 했더니 그런 것을 기억할리가 없다고 새로운 향을 만들어야죠 하며 쿨하게 웃으시는 멋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