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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you Sep 02. 2022

놀멍 쉬멍 우리의 신혼여행 / JEJU DAY3

같은 공간에서 다른 것을 해.

 선물 받은 케이크를 까면서 아침을 시작. (이미 아침이 아닌 시간이긴 했어)

 샤인 머스캣의 달콤함이라니!

 짝꿍의 이름의 오타는 귀여웁게 덮을 수 있을 것 같은 아침의 달콤한 맛, 그것을 신혼여행에서 즐길 수 있다니 더 즐거움!



 커피를 마시러 가야겠어! 하고 엉덩이를 뗐다. (간밤에 남은 부대찌개에 햇반을 야무지게 먹고 난 다음이었기 때문에 가능)

 고소한 맛의 원두를 사야 하니까 원두를 파는 카페를 찾았고, 도착해서는 디저트류에 마음이 더 뺏기긴 했다. 하지만 먹지 않았고 커피로 방어 성공.

 원두의 취향이 다른 사람과 이제 매일 살아야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본 적이 없지만 그것이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고소하거나 쓴 맛의 원두를 더 좋아하지만, 짝꿍은 강한 신맛이 나는 원두를 선호한다.

 다행히 아직 추출방식 까지는 진전하지 못한 취향이라서 원두만 잘 고르면 주는 대로 마시긴 하는데, 추출방식이 다르다는 커플을 어제 만났더니 그것도 금세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 곧, 각자의 커피는 각자가 내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다를 천천히 걸어볼래? 하고 위미항 근처로 차를 몰았다.

 방파제를 걸어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다들 낚싯대를 펼치고 있었다. 갑자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짝꿍.

 사람들은 무늬 오징어를 낚는 중이라고 했는데 그걸 듣더니 눈이 반짝이며 근처를 어슬렁거리기 시작하는 사람. 결국 트렁크에 있는 낚싯대를 꺼냈다.

 뭐 어째,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야지.

 하지만 그걸 함께 좋아해 줄 수는 없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라서, 낚시채비를 하는 짝꿍을 바라보면서 혼자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파제를 혼자 천천히 걷고, 동네에 있는 작은 책방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괜찮아, 나는 나대로 잘 보낼 수 있어.

 꼭 같은 것을 해아 한다고 말하지 말자.



 집 근처에 두루치기를 먹으러 가려고 했는데, 좀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식사가 끝났다고 했다.

 그럴 거면 밥을 조금 더 미루고 낚시를 더 즐기라고 말해줄걸. 하는 후회.

 문 닫지 않은 돈가스 집을 찾아서 야무지게 돈가스를 먹었다. 도톰한 돼지고기가 여기가 제주임을 상기시켜줬다. 제주! 고기!



 집에 돌아와서는 어제 받아 온 와인 안주에 결혼식에서 쓰고 남은 글라스 와인을 꺼내 들었다.

 안주 왜 이것만 사 왔을까, 하는 후회로 가득 찬 술상.

 부족한 안주는 빔 프로젝트와 영화로 메꿔야지. 빔 프로젝트도 결혼식의 잔여물이다. 미어터지게 이고 지고 가져온 우리의 물건들이 여행에서 또 소중하게 쓰일 때가 있네.

 술과 영화에 취해서 오늘 밤은 또 자자.

 알람 껐지?



 나른한 기분으로 욕조에 들어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기는 목욕탕처럼 큰 조적 욕조가 있는 곳이다. 정말 최고.

 우리의 새 보금자리에도 큰 욕조를 들이자, 이렇게 평상 같은 공간을 만들자, 쇼파는 이렇게 놓자. 하고

 빌린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보고 있다.

 하지만- 생각은 대충 하고.

 알람 껐으면 빨리 자자.

 내일도 할 일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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