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아침을 만듭니다.
"하... 진짜 그건 좀 심했다."
"왜애 해도 해도 좀 해도오"
"야, 여기 파리다 파리. 빠히라고!"
하루 종일 쏘맥에 쏘야를 먹어야겠다고 진상을 부리는 친구를 옆에 끼고 아이고 이것을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다. 쏘야라니? 그것도 다리 6개짜리 비엔나 문어 소세지를 내놓으라고 난리다. 미치지 않고서야.. 여기가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게다가 옆에서 M이 루브르 근처에 한인 슈퍼가 있다고 소주는 공수할 수 있겠다고 신나 하고 있다. 이것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그래도 하면 해야지 뭐 어쩌나. 닥치면 하게 되는 이런 성격 너무나도 싫지만 뭐 친구들을 위한 일인데 싶어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소주와 냉동만두를 구해 온 M과 조우해서 가볍게 커피를 한잔씩 걸치고 잠시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J가 소주와 냉동만두를 소중하게 안고 우버를 불렀다. 들어가는 길에 꼭 슈퍼에 내려서 소세지랑 양파를 사라고 파프리카도 빼놓지 말라고, 네가 노래 노래 부르고 있는 비엔나 소세지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적당한 소세지 꼭 사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해 본다. 분명히 맥주 쇼핑에만 정신 팔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근사하고 즐거운 파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영접하고 너무나도 즐거운 기분이 되어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밤은 이렇게 근사하게 마무리되나 했는데 다들 눈이 동그랗고 반짝거린다. 그래 만든다 만들어 쏘야.
혹시나 하고 비행기에서 챙겨 둔 고추장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고추장 두 개를 풀고 설탕을 탔다. 올리고당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는 파리에선 꿀을 조금 얹었다. 슈퍼에서 사 오는 것을 잊은 마늘을 대신해 마늘 가루를 톡톡 쳐 넣었고 케첩을 사랑하는 J를 위해 케첩을 크게 퍼서 함께 섞었다. 이런 엉망진창인 양념이 파리만의 마법으로 빛나기를 속으로 빌면서. 다행히 한인 슈퍼에서 사 온 냉동만두가 있어 마음이 놓였다. 부족한 안주는 이것으로 채울 수 있다.
도대체 무슨 맛인지 잘 모를 만큼 미묘한 느낌의 쏘야지만 친구들은 신났다. 분명 오랜만에 만난 소주 냄새에 들뜬 것일 테지만 술안주란 것은 가끔 그렇게 뒤로 밀리기도 하는 것이니까. 이왕이면 원하는 대로 비엔나 소세지에 총총 6개의 다리를 내어 귀여운 문어를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잔뜩 들뜬 기분에 술이 올라 이런저런 속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부터 좋은 친구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너무 피곤하니까 먼저 쓰러질께, 즐거운 시간 보내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