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으로 시작하는 새해
1월 1일의 아침이 밝았다.
집에서 빈둥거리기로 작정한 나는 해가 중천에 뜰 때나 되어서야 눈을 떴다. 당연히 배가 고파와서,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던 떡국떡을 꺼냈다. 언젠가 엄마의 반찬 택배 속에 있던 내용물 중 하나이다. 엄마는 냉동실에 늘 떡국떡 정도는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떡이 남았는지 모자라진 않는지 늘 챙기곤 한다. 하지만 내 집에서의 떡은 냉동실에서 불필요하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래도 1월 1일엔 꼭 필요하지. 우리집엔 늘 그런 것들이 있다.
사골곰탕 한 봉지를 털어 넣고 떡국을 끓였다. 오늘은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니까, 계란 지단 정도는 꼭 곁들여야지. 엄마에게서 받아 온 물김치도 썰었다. 그렇게 거하게 한 상을 차리고 수저를 놓는데 문득 엄마와 아빠에게 새해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새해니까.
이왕 하는 인사에 떡국을 끓인 것도 자랑하고 싶어서 아주 오랜만에 카톡을 켰다. 아빠와 엄마를 부르고 사진을 첨부해서 새해 인사를 건넸다. 이 정도면 새해맞이 착한 딸 코스프레 비슷한 것을 했지, 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 올랐다. 만족스럽게 떡국을 한 수저 뜨려는데, '띠링'
"네 동생도 초대하지"
아 뭐라카노 지금. 대단하신 동생님한테까지 내가 새해인사를 건넸어야 하나. 짜증이 솟았다. 2021년의 나는 참지 않지. 어디서 내가 큰 맘먹고 새해 떡국 사진을 보냈는데 대답도 없이 아들 타령이야 지금.
숟가락을 이빨로 꽉 깨물고는 쉴 틈 없이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고 싶으면 엄마가 하지 왜 또 나한테.."
"엄마 아들 엄마나 많이 사랑하숑!"
"흥칫뿡이야 증말."
엄마는 냉큼 전화를 했고, 그런 뜻이 아니고 어쩌고 이렇고 저렇고 말했다. 하지만 새해의 딸은 참지 않지.
엄마, 내가 사진을 보냈잖아? 새해 인사도 했잖아? 그럼 일단 대답부터 하고 엄마 아들 타령을 해. 왜 나는 무시하고 아들만 찾아? 그렇게 아들이 사랑스러워? 새해엔 아들만 더 사랑해 그럼. 아, 아니구나 이미 너무 사랑하고 있지. 딸은 빠져줄테니까.
새해에도 곱게 사랑받긴 글렀지만, 새해엔 참지 않기로 했다. 끌려다지니도 않기로 했다.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니까.
아, 아빠는_
아빠는 1박 2일 동안 읽씹 상태로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결국 전화를 걸어서 왜 딸을 씹냐. 씹을 게 따로 있지 지금 자식을 씹고 있냐. 잊을게 따로 있지 하나 있는 딸을 잊었냐... 하면서 속사포 랩을 선사했다. 무심한 아빠는 새해에도 변하지 않는다. 저렇게 가정에 소홀하고 무심한 아빠의 딸인데 나도 똑같지 뭐.
새해를 맞은 딸은 참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