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맛에 겨울을 살지.
날이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하면 엄마한테 전화를 건다. 따뜻한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날도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안부를 묻는다거나, 첫눈 소식을 알리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대놓고 요구하는 딸의 흑심은 바로 유자차다. 겨울이 시작되면 으레 생각 나는 엄마의 유자차.
노란색의 달짝지근한 그것이 있어야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다. 겨울의 언 몸을, 마음을 녹일 수 있다.
“엄마! 서울 엄청 춥다. 내 유자자 없다. 유자차 보내줘”
엄마의 단순한 삼단 논리에 따르면 ‘겨울 감기엔 비타민이 좋아. 유자차엔 비타민이 많이 있어. 그러니까 겨울엔 유자차를 마셔야 해.‘가 된다.
“냉동실에 유자차 있나? 좀 보내주까?”
하는 엄마의 말로 우리의 노오란 겨울이 시작된다.
입이 짧은 편이라 한 가지 음식을 계속 반복해서 먹는 것을 못하는 편인데 유자차는 늘 맛있다. 달달한 맛으로 시린 겨울을 살아낸다.
엄마의 단순한 삼단 논리에 긴 시간 길들여진 것인지 나도 이제는 유자차가 없으면 겨울을 나기가 힘들다. 유자가 얼어있는 나를 일으킨다. 오늘보다 더 괜찮은 내일로 이끌어준다. 왠지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는 날 밤에 유자차를 마시면 다음날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몸이 된다.
목이 까슬하거나 얼굴에 살짝 열이 오르는 것 같으면 혹시나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덮쳐오는 요즘엔 더더욱 유자차의 존재가 소중하다. 감기약 따위와 비교할 수 없지.
낮에 발을 동동거리며 얼어붙은 온수 배관을 녹이느라 손과 발이 차갑게 얼어붙은 밤, 콧물을 휴지로 쓱 닦으면서 유자차를 끓였다.
따뜻하게 유자차를 한 잔 마시고 나면 언제 그런 서럽고 시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깊은 잠에 들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짱해질 것이다. 씩씩하게 추운 날들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모두 겨울에 보내오는 엄마의 고마운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