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의 Best Practice가 이번 주의 레거시?
개발자들이 느끼는 AI 포비아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AI한테 대체당하면 어떡하지?"이고, 다른 하나는 "AI 흐름을 못 따라가면 어떡하지?"이다.
나는 전자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으로 살아남는 개발자는 AI를 충분히 다뤄보고 익숙해진 개발자일 거라는 생각이다. 문제는 후자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익숙해졌다 싶은 순간 또 다른 무언가가 나온다. 이게 내가 느끼는 AI 포비아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한창이다 싶었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순식간에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나왔고, 그게 익숙해지기도 전에 하네스 엔지니어링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AI에게 질문을 잘 던지는 것에서, 맥락을 설계하는 것으로,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작업하는 방식 자체를 틀로 짜두는 것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AI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RAG 구축이 필수라더니 어느새 "RAG는 무용하고 LLM Wiki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가 언급한 것들도 일부에 불과하다. 이다음에 뭐가 또 나올지는 솔직히 감도 안 잡힌다.
조심스럽지만, 나는 개발자들 중에서도 지금의 AI로 인한 개발 방식 변화 트렌드를 그나마 빠르게 따라온 편이라고 생각한다. 개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꽤 많이 써왔다. 솔직히 피로감이 있다. 지난주에 Best Practice였던 게 이번 주에 레거시가 되는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는가 싶으면 그보다 더 나아간 무언가가 또 나온다. 어떨 때는 판 자체가 뒤집히기도 한다. 어딘가 냉동캡슐에 6개월에서 1년쯤 들어갔다 나오면, 대충 상황이 다 정리되어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지금의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동안 멀리했던 개발자 커뮤니티와 링크드인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링크드인은 금방 다시 접었다. 처음에 잠깐 유용한 정보들이 올라오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자칭 전문가들의 광고판이 되어버렸다. "Claude Code로 1주일 만에 창업하기"와 같은 포스트에 피로감만 몰려온다. 결국 지금 가장 자주 들여다보는 곳은 GeekNews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지만 2026년 2월이 굉장히 멀리 느껴진다. 이제 와서 그때 즈음을 되돌아보면 유독 그 시기가 변화의 폭이 심했고, 나 역시 여러 상황 속에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4월이 된 지금은 얼추 한 번 정리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여전히 AI와 관련된 뉴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따라가야 할 것들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지금의 사이클과 속도를 보았을 때 트렌드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만으로는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적극적으로 부딪혀야만 겨우 따라갈 수 있다.
일하는 방식, 혹은 개발 방식 자체도 달라졌다고 느낀다. 이전에는 A부터 Z까지 사람이 A를 100% 완성하고 B로 넘어갔다면, 지금은 A~Z의 전체 틀을 러프하게 만들어두고 디테일을 채워나가는 방식에 가까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당연히 구멍도 많고, 그 갭을 메워나가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AI Native 개발 시대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코드를 대하는 방식도 예전 같지 않다. AI 에이전트의 생산량을 사람이 따라가기엔 한계가 있고, 모든 코드를 한 줄 한 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이 점점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
요즘 내가 개발하는 모습을 되돌아본다. 여러 세션을 동시에 띄우고, 여러 레포지토리에 걸친 작업을 병렬로 진행한다. 어찌 보면 효율적이지만, 각 작업 간 컨텍스트 스위칭 비용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향로님이 "바이브 코딩과 ADHD, 몰입"이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 내용에 심히 공감이 간다.
엄청난 개발자가 되고 싶다거나 남들보다 대단히 앞서가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없다. 다만 지금 변화의 격류 한가운데에서 도태되지 말자는 생각은 강하다.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AI 포비아를 좀 즐기고 있기도 하다. 결국 다양한 AI 서비스를 직접 써보고 경험을 쌓는 개발자가 남을 거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025년 회고"에서도 했던 얘기고,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얼마 전 팀원이 "향후 5년 안에는 뭔가 일이 일어나도 일어날 것 같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이번 달에는 또 어떤 변화가 있을까?
2026년 2월 24일, 한참 AI 스트레스 극심할 때 초안을 작성하다.
2026년 4월 15일, 대충 플로우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되었을 즈음에 글을 발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