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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이 May 13. 2021

추천사를 모으며 어른이 되었습니다

[다이얼로그 출간 후기 4] 한 뼘 자라나는 마음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이 책이 도시를 여행하는 소소한 행복이 되면 좋겠습니다.

 출간 2주가 지난 오늘, 책에게 가장 고마운 점은 코로나 시기에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핑계를 준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오랜만에 연락 오는 사람들, 새롭게 시작되는 인연. 코로나가 나와 세상의 연결고리를 막고 있다는 슬픔을 책이 보란 듯이 무찔러주었다. 출간 소식을 알렸던 SNS에서부터 구매 인증을 보내주는 주변의 축하 문자에 오스카를 수상하신 윤여정 배우 못지않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을 쓰는 동안, 나는 가족을 제외하고 주변에 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집필 중이라는 생각이 아닌 집필의 결과물인 책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코로나로 미뤄졌던 출간 작업이 시작된 2월에서야 비로소 출간 작업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교정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저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섰다. 책을 만드는 작업은 독자들에게 날것의 원고가 하나의 책으로 지어지는 과정이다.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내 책을 더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 추천사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살아온 시간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자서전을 쓰기엔 어린 나이지만,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전시와 도시 사이 이 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책 속의 시간은 어렸을 적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지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20대의 내가 만났던 인연들을 떠올려보았다. 어린 시절, 세상을 가르쳐주신 할아버지와 같은 분들. 열여덟 살이 되던 해, 갑작스레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내게 보내주신 소중한 선물 같은 인연들을 떠올렸다.


 우리 손녀딸, 제갈길을 찾아갈 수 있게 좋은 등대가 되어주시오


어쩌면 열여덟 살 이후로 나의 삶은 인생에서 할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나의 생각과 경험을 존중하며 들어주는 어른. 먼저 살아보았기 때문에 조언을 해주면서도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느끼는 다름에 귀 기울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어른 말이다. 열아홉 살 때부터 기억을 추려보니 정말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부탁하셨을 것 만 같은 그런 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수많은 인연 안에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을 나누며 내 삶의 여정을 지켜봐 주신 분들께 연락을 드렸다.


조경학도가 되고 싶어 열아홉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면접장에 들어가 처음 만났던 교수님. 합격하고 다른 과에 배치되어 1년 만에 만났지만 넌 내가 기억한다며 그 뒤로 인생의 순간순간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진정한 스승. 제자에게 조언할 줄 알고 글을 쓰는 제자에게 조언을 구할 줄도 아시는 너그러운 이동근 교수님


도시를 공공미술로 풀어보겠다며 당찬 연락을 한 내게 기획부터 실행까지 수많은 기회를 준 곳.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풀어나가는 방식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고 보듬어 준 플라잉시티의 전용석 작가님


아파서 학업을 포기하고, 몸이 괜찮아지니 자퇴서를 내고 이탈리아로 날아간 제자에게 모형 재료를 보내주시며 아낌없는 응원을 건네주신 든든한 존재. 우여곡절이 많았던 엑스포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수할 수 있게 용기를 주시며 나의 고민에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는 김정화 교수님


인천에서 나고 자란 내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신 은인, 인천이라는 도시와 다시 인연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늘 응원해주시는 유동현 관장님.


전시에 대한 애정 안에서 고민 많은 날 지켜봐 주시고 조언하며 항상 존중해주시는 기량 과장님.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의 분신 같기도 하지만,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살아가다 다시 열어보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오히려 내가 기댈 존재가 되었다. 그때의 인연이 아니었더라면, 그 장소, 그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들을 책 한 권에 담고 나니, 든든한 아군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내 인생에 주어지는 소중한 인연들과 따뜻한 응원, 애정 어린 조언으로 함께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든든하고 따뜻한 힘을 실어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 책이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값진 교훈 안에서 내가 품을 수 있는 가장 진한 감사함이 피어난다.

작가의 이전글 답이 아닌 '과정'을 담은 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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