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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Mar 15. 2022

[디즈니+] 메이의 새빨간 비밀 (2022)

귀여운 캐릭터로도 해결 못한 식상함 (디즈니 플러스/애니메이션 영화)

메이의 새빨간 비밀 (2022)

감독: 도미 시

출연: 로랄리 치앙, 산드라 오 등

장르: 애니메이션, 액션, 가족

러닝타임: 100분

개봉일: 2022.03.11

내 안에 잠자던 래서판다를 깨워

 열세살의 '메이린'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인싸에 매사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성격, 그리고 학업 성적까지 우수한 만능 학생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격하면서도 과잉 보호를 하는 엄마 '밍(산드라 오)' 앞에서는 말 잘 듣는 착한 딸이자 모범생으로, 그리고 절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는 영락 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으로 이중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 엄마의 과보호는 선을 넘게 되고, 사춘기가 한창인 메이는 인생 최대 수치심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면서 하루아침에 거대한 래서판다의 모습으로 변한다. 래서판다는 메이가 좋은 쪽으로든 싫은 쪽으로든 심리적 흥분을 경험하면, 바로 튀어나왔고  메이는 이 사실을 숨기려 하나 곧바로 가족과 학교 친구들에게 들키고 만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메이는 괴로워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덕질하는 5인조 보이밴드 '포타운'의 콘서트 티켓값을 버는데 래서판다가 큰 도움을 주면서 메이는 점점 자신 안의 또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엄마와 대립이 발생하면서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사춘기를 풀어내는 흥미로운 방식

 모계 가족의 전통에 따라 '래서 판다'로 변해버린다는 설정은 동물신을 섬기거나 가족으로부터 오랫동안 이어져 오는 전설 등을 믿는 동양의 문화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래서판다는 귀엽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어필하기 위한 설정의 일부일 뿐 래서판다 자체는 열세살 '메이'가 겪고 있는 사춘기를 상징하기도 한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고, 어른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비밀이 생겨나기도 하는 시점. 이를 당당히 드러내지 못했던 '메이', 그리고 딸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엄마 '밍'의 갈등을 봉합하는데 래서판다가 흥미로운 장치로서 활용된다. 

식상한 전개, 픽사에 대한 실망

 소재 자체는 참신하고 매력적이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괴수물에 도전했고,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다양성을 담고자 노력했다. 다만 배경을 2002년으로 설정함으로써 서양이 동양 문화권에 대해 갖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을 적극적으로 담으려고 했다는 점은 일부분 거슬린다. 동양은 억압, 서양은 개방이라는 이분법적인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캐릭터들이 과장된 행동을 보이고, 이러한 지점이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 가족의 전설과 래서판다라는 통통 튀는 캐릭터를 사용한 것까지는 나쁘지 않은 시도였으나 '밍' '메이'의 심리적인 갈등을 풀어내는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다. 아이의 솔직한 감정 토로에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난폭한 폭동으로 대응하는 엄마의 행동은 가정폭력의 일환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사실 밍과 메이의 관계도 배경이 2002년이기에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배경이 2022년 현 시점이었다면, 영화는 구식의 고정관념을 반영한 시대착오적인 작품으로 남았을 것이다. 디즈니도 이를 알기 때문에 배경을 2000년대 초반으로 설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특징을 입힌 캐릭터들을 양 극단으로 내몰면서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착한 딸 콤플렉스'를 지닌 딸과 '엄격하고 딸을 과보호하는 엄마'라는 평범한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게 아닐까 싶다. 그동안 픽사가 선보여온 참신한 캐릭터와 매력적인 스토리가 무색하게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픽사에 강점이 드러나지 않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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