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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Feb 18. 2021

[영화 리뷰] 더블패티 (2021)

박카스 광고를 2시간이나 틀어주네 (아이린/배주현/신승호/레드벨벳)

여러분의 돈, 대신 아껴드립니다

 <더블패티>를 직접 극장에 가서 본 이유는 단 하나다. 데뷔 후 첫 스크린 도전에 나선 "아이린"이 출연하는 영화는 도대체 어떤 작품이며 그의 연기력은 어떠할지, 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애초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작품이다. 촬영 기간이 한 달 남짓 되는 저예산 독립영화고, 시놉 자체도 제법 뻔한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다. 웹드라마를 통해 젊은 층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지만 주인공으로서는 부각된 적 없는 '신승호'와 주연을 맡은 게 처음인 '아이린' 역시 2시간 러닝타임의 영화를 이끌만한 역량이 엿보이진 않는다. 여러모로 리스크를 다수 안고 출발한 작품인만큼 최대한 기대감을 배제시킨 상태에서 작품을 관람할 터였다.

두 젊은 청춘의 성장스토리

 촉망받는 씨름선수 '우람(신승호)'과 바쁘게 알바를 두 탕씩 뛰면서도 면접 준비에 열을 올리는 앵커지망생 '현지(배주현)'는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온 청춘이다. 하지만, 우람은 멘토와도 같았던 선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정신적인 슬럼프를 맞게 되고 나날이 고군분투 중인 현지 역시 앵커라는 꿈을 이루기 쉽지 않다. 현지가 일하던 햄버거 가게에서 만난 둘은 자신이 처한 현실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면서 서로를 응원한다. 현지는 우람이 다시 씨름선수로 재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우람은 현지의 고달픈 일상에 쉼터를 만들어준다. 이 아픈 두 청춘은 고된 현실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과 행복을 모두 찾을 수 있을까?

굳이 영화로 만들어졌어야 했나

 솔직히 힘겨웠다. 궁금증을 달래고 리뷰를 쓰기 위해 극장에 다녀왔지만, <더블패티>를 보는 109분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까놓고 말해서, 웹드라마 수준의 플롯을 영화로 보는 느낌이 강했다. 굳이 이런 내용의 작품을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어야 했나 싶다. 청춘들의 성장스토리는 질리도록 영화에서 사용된 소재이지만, 캐릭터와 스토리만 매력적으로 구현해낸다면 충분히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르다. 하지만, <더블패티>는 스토리의 전체가 뻔한 루트로 흘러간다. 모든 내용이 예상 가능하고, 대사 역시 스테레오타입 그 자체다. 소재도 따분한데, 스토리에서 재미를 찾을만한 요소가 없으니 영화가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출은 어떠했을까. 청춘을 키워드로 삼은 '박카스' CF나 여러 형태의 공익광고들을 한 번쯤 TV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더블패티>에 사용되는 배경음악, 장면 전환 방식, 촬영 기법이 딱 그 박카스 광고 느낌이다. 이건 마치 유튜브 동영상을 보기 전, 광고 skip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2시간짜리 광고를 내리 보는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인데도 불구하고, 대사는 묵음처리 하고 배경음악을 깔아 장면 전환만 반복하는 뮤직비디오식 연출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의 문제점이다. 불필요한 장면들이 제법 많이 등장하는데 반해 꼭 대사가 등장해야 될 것 같은 장면들은 음악과 함께 빠르게 넘겨버리려 하니 자꾸만 몰입이 깨지고,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만 한다.

아이린의 첫 영화, 연기력은?

 사실 <더블패티>라는 작품에서 가장 이목이 쏠리는 것은 스크린 첫 주연에 도전한 '아이린'의 연기력이다. 연기경험이 웹드라마 한 편 뿐이라 아직까지 그의 연기력을 입증받은 적이 없어 우려의 시선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앵커지망생 '현지'를 연기한 배우 '배주현'의 연기는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다. 엄청난 발연기를 시전하는 것도 아니고, 대사의 딜리버리나 발성도 제법 나쁘진 않다.

 하지만, 배우로서 가장 중요한 입체적인 표정이나 극을 이끌어 나가는 존재감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표정이 시종일관 주류 CF에 나올 법한 표정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놀라거나 당황할 때도 눈을 똥그랗게 뜨는 것 외에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배우 본인도 가장 신경 썼다는 아나운서 면접 장면에서의 발성과 딕션은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잘해주었지만 결말부의 뉴스 보도 장면은 다소 어색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사 처리나 발성 같은 소리를 내는 연기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웠으나 행동이나 표정 같은 모션을 취하는 연기는 아직까지 경험이 더 필요해보인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작품 전반에 단점이 많은 깔려 있어 아이린의 연기력 자체에만 크게 문제 제기를 하는 관객은 없을 것 같다.

신승호-배주현, 케미의 부재

 확실하게 이 작품은 청춘들의 성장영화라고 못을 박아놓은 스토리라 주인공 '우람'과 '현지'를 굳이 러브라인으로 놓고 전개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나름 서로를 응원하며 썸나는 느낌의 청춘남녀로 등장하긴 하는데, 비주얼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그닥 조화롭진 못하다. 체구가 작기로 유명한 아이린과 상당한 피지컬로 씨름선수 역할을 소화한 신승호의 체구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 투샷이 썩 어울리지도 않고, 서로 응원해주는 것 외에는 티키타카나 관계의 변화 같은 스토리의 역동성도 부족해서 두 사람이 따로 등장하는 극 전반부와 함께 나오는 후반부의 재미 차이 또한 크지 않다. 두 역할은 분명 서로 어울려야 하는 역할처럼 느껴지는데, 손톱만큼의 케미도 느껴지지 않는 두 배우를 왜 주인공으로 낙점했는지 캐스팅의 의도가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간다.

이 영화를 보고싶은 이들에게

 영화 속에서 빛나는 것은 무대에서나 스크린에서나 뛰어난 존재감을 발휘하는 '아이린'의 비주얼 뿐이다. 레드벨벳의 팬이 아니라면 재미 면으로 보나, 감동 면으로 보나 무엇 하나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출연진 중 가장 뛰어난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뽐내는 것은 특별출연으로 잠깐 등장하는 '정영주' 배우 뿐이다.

 청춘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는지는 알겠으나 익숙한 여러 광고의 카피를 명대사로 애써 사용하려는 느낌이 강했고, 숱하게 등장한 먹방씬은 관객들에게 별다른 에너지를 전해주지 못한다. 지나치게 많이 등장한 햄버거 가게는 영화를 거의 햄버거 브랜드 CF처럼 만들어버리니 가히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극장에서 관람 후 돈을 내고 본 스스로에게 현타를 느끼게 하여 표현의 수위가 조금 높아졌는데, 여러분들은 자신의 2시간을 소중하게 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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