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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ofilm Jul 28. 2021

우리, 둘 (2021)

스릴러가 될 수밖에 없었던 두 여인의 사랑 (프랑스영화/여성퀴어/퀴어영화

영화 <우리, 둘> (2019)

감독: 필리포 메네게티

출연: 바바라 수코바, 마틴 슈발리에

장르: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95분

개봉일: 2021.07.28

평화롭던 관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위태로운 사랑

 아파트 같은 층에 서로 마주한 채로 살고 있는 '마도'와 '니나'는 여생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한,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니나는 마도와 함께 로마로 떠날 것을 꿈꾸지만, 아직 가족들에게 니나와의 관계를 밝히지 못한 마도는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니나는 마도가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채 로마로 떠나는 것마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도에게 분노와 설움을 터뜨린다. 자녀들과 니나 사이에서 극심한 압박감을 느끼던 마도는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마도가 쓰러진 이후, 니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연인 마도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들 수 없다. 간병인과 마도의 딸이 걸림돌처럼 등장했고, 니나는 말도 할 수 없고 몸도 제대로 못가누는 마도를 한 시간이라도 더 보기 위해 온갖 애를 쓴다. 두 사람의 관계를 은연 중에 파악한 마도의 딸 '앤'은 마도를 니나와 떨어뜨려 놓으려 하지만,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마도의 눈길은 니나를 향한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긴장감 넘치는 상황의 연속에서 니나와 마도의 서로를 향한 열망은 마지막까지 시들지 않는다.

로맨스보다 스릴러에 가까운 긴장감

 <우리, 둘>은 노년에 접어든 두 여인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로 알려졌지만, 극의 전개 방식은 한 편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에 가깝다. 마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진실을 숨긴 채 마도에게 접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니나의 대범한 행동들과 미저리(?)로 보일 정도로 강하게 나타나는 상대방에 대한 열망은 절절한 사랑보다는 무서운 집착 정도로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를 상대방에 대한 집착과 광기 어린 사랑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마도와 니나는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주변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한 채 온전히 둘만의 사랑을 이어온 사이다. 따라서 이들은 언제 두 사람의 관계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렸을 것이고, 가족 앞에서 한치의 애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영화의 스릴러다운 연출은 퀴어의 일상을 매일같이 지배해왔던 공포와 불안을 표현한 것과도 같다. 마도의 가족에게 니나는 그저 옆집에 사는 이웃에 불과한 존재. 마도의 집을 드나드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으나 그가 쓰러진 이후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렸고, 이는 니나의 비이성적인 행동들로 이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마도를 향한 니나의 사랑이 과할 정도로 공포스럽게 연출되지만, 이를 단순히 '공포'의 분위기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매혹적인 사운드의 활용, 퀴어 로맨스 영화의 새 장

 <우리, 둘>의 백미는 단연 흡입력 있는 연출과 효과적인 사운드의 활용이다.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와 혼란을 표현하는데 주변 사물들의 소리를 굉장히 적절하게 활용한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엘리베이터 효과음, 초인종 소리 등을 기괴할 정도로 큰 볼륨으로 삽입함으로써 인물들이 느끼는 내적 갈등을 극화시킨다. 사소한 장면 하나마저도 심각한 분위기와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 또한 이에 기인한다. 최근 감상했던 영화 중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이 겪는 혼돈의 상황을 1인칭 시점으로 공포스럽게 연출했던 <더 파더>라는 작품이 있는데, 전혀 공포스럽지 않은 장면들을 스릴러처럼 연출했다는 점에서 <우리, 둘>과 어느 정도 닮은 부분이 있다. 퀴어 로맨스 영화를 스릴러와 접목시켜 매혹적인 연출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작품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것

 니나는 마도와 함께 로마로 떠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를 꿈꾸었다. 하지만 마도의 거동이 불편해짐으로써 두 사람의 꿈은 좌절되었고, 설상가상으로 니나가 마도 때문에 행했던 기행들로 인해 모아둔 돈을 모조리 잃게 되면서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살아온 아파트에서 발이 묶인다. 하지만, 이동의 꿈이 좌절되었을 때 비로소 둘은 길고 지겹게 이어져온 술래잡기를 마치고 하나가 된다. 늘 함께 손을 마주잡고 춤을 출 때 틀었던 'Chariot, sul mio carro' 노래가 켜져 있지는 않지만 이들의 마음 속에는 두 사람의 애정을 꽃피우게 했던 사랑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니나와 함께할 때만 마도의 병세가 완화되었던 것을 보면, 어디로 가던 간에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사 자금을 모두 도둑맞았지만, 니나는 슬프지 않다. 지금 눈앞에 자신이 사랑하는 마도가 눈을 바라보며 함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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