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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yoyo Nov 25. 2021

교토 감성 카페 '고토커피바'

"제주에서 운전 배우길 잘했다"

누군가 제주살이를 시작한다면 꼭 운전을 배우라 하고 싶다.


제주에 오고 나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운전이기 때문이다. 일이 잘 안 풀리고 정체된 기분일 때, 한두 시간 off를 쓰고 외출하고 오면 제법 환기가 되곤 한다. 일 하느라 구겨진 마음도 드라이브 한 번이면 한결 빳빳하게 다릴 수 있다. 일종의 회복탄력성 단련 시간이다. (실상은 운전 내내 신경을 곤두세우는 초보지만, 용기 내어 운전할 맛이 나는 곳이 제주다.)


 차를 몰다 보면 간혹 차 창밖으로 움직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가고 싶은 장소도 생긴다. 그중 하나가 ‘고토커피바’라는 카페다. 집에서 차로 십여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애월 해안도로를 타야 한다. 그 가는 길목 길목이 참 예쁘다.


 쪽빛 애월 해안도로  (photo by ODD)


특히, 서쪽 바다는 동쪽보다 바다색이 짙다. 제주 동쪽이 월정리로 대표되는 에메랄드빛 바다라면 서쪽은 쪽빛에 가깝다. 짙고 깊은 푸른빛에 석양이 떨어지면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게 오른편에 바다를 끼고 달리다 한라산 방향으로 조금 들어서면 작은 카페가 나온다.


누가 봐도 주택 외관이라 카페가 맞나 싶은데 맞다. 길가에 차를 세우기도 적당하다. 마땅한 주차장은 없어 손님이 많아지면 자주 못 올 듯싶지만 아직은 한산한 느낌이다.



커피바와 룸 2개가 있는 구조


'오, 이런 곳에 카페가 있는지 처음 알았어'

이런 이야길 자주 듣는지 사장님이 10월에 오픈해서 아직 두 달밖에 안된 가오픈 카페라고 설명해주었다. 목재 가구와 스테인글라스 그리고 예스러운 벽지가 눈에 띈다. 고토란 이름이 정말 교토(京都)를 뜻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교토 감성이란 표현이 딱이다.



엔틱한 찻잔과 접시


메뉴는 필터 커피와 아인슈페너가 시그니처 인듯해 보였다. 2종류의 원두를 쓰고 있어서 일행과 각기 다른 원두를 골라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꽤 괜찮았다. 초콜릿, 호지차로 만든 테린느도 매우 진했다. 개인적으로 초콜릿 테린느가 취향! 양이 너무 적은가 했지만 이야기 나누면서 먹기엔 적당했다.



고즈넉한 창 밖 풍경


바닷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다 교토 어느 가정집에 온 기분. 이곳에 대한 한줄평은 이 정도일 것 같다.

조금은 허전한 느낌도, 손님이 적어 룸 하나를 모두 쓸 수 있다는 점도 가오픈 카페의 매력 같았다. 정식 오픈하고 나면 북적거릴 느낌이 아쉬웠달까.. 이른 시기에 방문해서 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연말을 앞두고 '내 1년, 내 직장, 내 삶의 방향'에 대한 생각으로 싱숭생숭해지는 요즘. 계절 조차 가을과 겨울 경계선을 아슬아슬 넘나드는 요즘. 이런 짧은 여행이 참 좋다.




"운전 연습하길 잘했다"

by.yoyoyo



* 위치 : 애월읍 구엄동 3길 56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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