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시스템
1. 회사란 무엇인가?
우리가 이렇게 스타트업에 모인 이유는 '시장'이라는 재화가 나오는 땅을 새롭게 찾아 내어 정복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다. 우리보다 큰 기업은 이미 정복한 그 '시장'이라는 땅을 유지하고 방어하며 때로는 적들의 땅을 빼앗거나 우리처럼 새로운 땅을 찾아내어 정복하기도 한다. 즉 목표는 시장이건 땅이건 재화가 나오는 어떠한 대상이며 이것을 위해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태고때 부터 지금까지 인간 집단의 운영 원리에는 근원적인 원칙이 존재한다. 그 근원적인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 과거의 영토 기반 세상에서는 부족, 군주제 국가 등이었다면 지금의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바로 회사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의 역할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저 삶을 소모적으로 즐기는 민초들이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정부는 과거 황제나 천황 등의 역할처럼 국가(회사)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또 하나의 국가일 뿐이다. 당신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말은 하나의 국가에서 재상, 장교, 전투병 등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조직원 중 한명이라는 의미이며 그것과 반대되는 상태로서의 인간이란 국가가 정복한 땅 또는 시장에서 국가의 혜택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재화를 상납하는 백성 또는 소비자일 때 뿐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당신들이 있는 조직, 회사야 말로 역사에서 보던 하나의 국가이며 과거나 지금이나 그 국가를 세우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당신들의 지위와 생명은 때론 전도유망할 수도, 때론 위태로울 수도 이다는 걸 이해하길 바래서다. 부디 생산자로서의 나와 소비자로서의 나, 즉 공과 사를 구분했으면 한다.
정리하자면 예나 지금이나 국가나 회사나 본질은 하나이다. 대업을 이루기 위한 조직, 다시 말해 우리의 목표인 시장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모여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다.
2. 회사의 목표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부분은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은 대체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목표 시장을 유지하거나 확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두가지를 꼽으라면 수많은 방법론을 통해 도출한 '전략의 수립', 그리고 그 전략에 대한 정교하고 '일관된 실행'이 있을 수 있겠다. 이 두가지, '전략의 수립'과 '일관된 실행'이야 말로 회사의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직원들 스스로 자신이 국가와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깨닳고 그 조직의 권한과 책임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이때 전략의 수립은 최상위 경영진이 결정할 일이니 모든 직원들이 그 방법을 알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관된 실행을 위해서는 조직의 위 부터 아래까지 공유해야 하는 하나의 체계가 필요하다. 대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조직의 구조가 잘 잡혀 있고 상부의 권력이 막강하여 저절로 그 체제에 따르게 되는 힘이 작용한다. 문제는 우리 같은 스타트업인데, 전략이 수립되고 그것을 일관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율과 창의라는 미명하에 수많은 잡음이 발생하고 때론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일도 벌어진다. 어떤 사람들은 스타트업일수록 일관된 실행이 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건 목표 자체가 너무 단순해서 그렇게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 권한과 책임의 구조가 느슨한 스타트업 조직이 일관된 실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이론적으로 말이 안된다. 만약 스타트업 정도의 권한과 책임의 구조가 대기업에 적용된다면 그 회사는 단기간 내에 붕괴해 버릴 거라 장담한다.
정리하자면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법, 즉 의사결정이 일관되고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조직원의 이해가 필요 없이 상명하복식 체계가 정착되어 위에서 지시하면 자동으로 아래까지 전달되어 실행되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의 구조를 조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합의하여 그 구조 내에서 자신의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가 절대적으로 옭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우리 팀와이퍼 같은 O2O 회사의 경우 현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차를 운전해야 하는 카메니저를 관리하는 오프라인은 전자의 구조가 상당부분 필요하며, 기획과 개발같이 상당 부분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조직은 후자의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자는 설명할게 별로 없지만 후자의 경우 스타트업의 많은 직원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에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3.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의 구조
내가 대기업을 다니며 흥미있게 느꼈고 또 거기서 배운 것이 있는데 바로 결재선이라는 개념이다. 이 결재선을 이해하면 "책임의 구조"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실무자가 기안을 올리면 팀장 승인, 관련부서 합의를 통해 상무가 최종 승인을 하거나 그 규모에 따라서 본부장, 사장까지 승인의 높이가 높아진다. 이때 승인이 의미하는 것은 "내가 책임진다"라는 뜻이고 추가적으로 "돈을 써도 좋다"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재 승인의 다른 의미는 "기안에 써 있는 일이 잘못될 경우 회사가 망하는 데 내가 기여한 것이므로 내가 책임지겠다"이다. 그런데 결재의 특성상 책임의 범위가 위로 올라갈수록 커진다. 따라서 아랫사람에게는 결재의 의미가 "기안에 써 있는 일은 당신이 승인한 일이므로 일이 잘못되더라도 제 책임은 당신보다 작습니다"라는 뜻이 된다. 즉 정상적인 조직에서 결재는 책임을 위로 퍼 올리는 전가행위이다.
이러한 결재 구조는 상당히 합리적이다. 위로 올라갈 수록 책임을 많이 지는 게 당연하고 조직 구조적으로도 또 그러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그러한 책임의 범위가 넓어짐과 함께 당연히 권한의 범위도 넓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권한이란 그 일에 대한 의사결정권, 즉 실질적으로 일의 모양을 만들어 내는 힘이다. 이것 또한 당연하지 않은가? 책임질 사람이 결정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이치가 실제 조직에 적용될 때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서비스 상품 영업만 하던 조직에서 최신 유행 상품 개발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가장 책임 범위가 넓은 김상무는 10년 이상 영업만 하던 중년 꼰대이고, 책임 범위가 가장 좁은 최대리는 최신 유행을 잘 이해하고 타겟 고객이도 한 신입사원이라고 하자. 이 상황에서 의사결정 권한은 누가 가장 커야 할까? 조직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있어도 그 답은 상무이다. 이게 훌륭한 상품을 위해서는 비극이다. 하지만 인선의 문제를 접고 보자면 조직을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다. 분명히 위와 같은 상황에서 책임과 권한 둘 중 한가지라도 최대리에게 주는 상황은 더 큰 비극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직개편과 소통의 경영을 거론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회사도 인간과 같아서 삶의 후반부에 다다른 기업이 이런 상황을 맞게 될 경우 그냥 서서히 죽어가는 게 가장 일반적인 상황이라 생각한다.
스타트업으로 돌아와 보자. 다행이 파릇파릇한 스타트업에선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가장 위에 올라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책임과 권한의 일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결재라는 장치가 없어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가 없이 논쟁으로 다다르고 그 논쟁으로 인해 감정과 시간의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게 조직원들이 가상의 결재선으로 책임과 권한의 구조를 인지하는 것이다.
민주적인 스타트업일수록 윗 사람을 설득하는 행위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모든 일이 자신의 일인것 처럼 보이고 윗사람의 간섭은 자율성을 저해하는 소모적인 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이걸 알아야 한다. 윗사람일수록 당신보다 책임을 더 많이 지게 되어 있고, 따라서 그 일의 실질적인 소유권자는 윗사람이며, 당신이 신이 아닌 이상 일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 설령 당신이 옳더라도 윗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신의 의견을 따라서는 안된다. 책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생아 의사결정은 다양한 비극을 불러 일으킨다. 리소스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지속적인 힘을 받기 힘들고, 전략에 따른 일관성도 없어지며, 일이 잘못되면 모호한 책임소재로 인해 불화와 반목이 쌓이는 등... 따라서 고리타분할지라도 먼저 본인이 어떠한 의사결정 체제에 있는지 파악하고 자신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결재행위라고 인식하여 최대한 합리적인 근거로 윗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만약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훌륭한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로 나뉜다. 자신이 할만큼 했다면 그 다음은 "자~ 이제 의사결정 해 주십시오"라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윗 사람이 "잘 들어 봤는데 이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에 따라야 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이렇게 돌아가는 조직, 아마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를 아래의 사례로 얘기해 보겠다.
4. 잘하는 팀원과 못하는 팀원
가장 비근한 예가 열정을 담보로 자기 의지를 관철시키는 경우다. 스타트업일수록 자율적인 업무와 동기부여를 중요시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내가 내켜야 일을 잘할 수 있다" "윗사람이 참견할수록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하게 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사실 필자도 그런 성향이다. 이 경우 리더의 설득력이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에서 소모품이 아닌 경영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팀원이라면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게 핵심 과제다. 말단 직원은 업무 범위가 좁아서 시키는 일에 끼워 맞추기가 쉽지만 위로 올라갈 수록 보다 폭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하는데 과연 본인이 하고 싶은 일만 잘하는 사람을 높게 써 줄 수가 있겠는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사례로, 옳은 것을 조직의 목표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아래로 갈수록 책임의 범위와 함께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일이란 항상 trade-off가 있기 마련인데 아랫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다른 곳에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윗 사람이 그러한 상황을 설득한데 실패할 경우 나오는 소리가 "팀우리 팀장은 꼰데...", "우리 파트장은 정치적..." 등일 수 있다. 더욱 최악은 옭고 그르건 상관 없이 본인의 주장을 관철하는걸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고 싶어하는 경우인데, 이런 사람은 무조건 말싸움에서 이기는데 인생을 걸어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은 조직의 암적인 존재인다.
잘하는 팀원이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그 구조 내에서 최대한 설득을 시도하며, 그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지는 사람의 의사 결정에 따라 (상징적 의미의)죽음을 각오하고 따르는 사람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보고와 설득의 스킬인데 스타트업에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만 경험상 노력하면 발전할 수 있는 분야임은 확실하다.
만약 본인이 리더의 잘못된 의사결정에 죽음을 각오하고 따르지 못하는 경우라면 둘 중에 하나이다. 조직의 리더가 믿을만한 사람이 못되어 따르기 싫다거나, 본인이 워낙 반골 기질이 강해 누구를 따르는게 죽는것 보다 싫을 경우이다. 전자라면 좋은 리더 찾아 회사를 옮겨라. 끊임 없이 그러한 회사를 찾아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회사가 없다면 당신도 후자일 확률이 높은데, 그럴 땐 당신이 회사를 차려서 대표가 되는 수 밖에 없다. 당신은 절대 다른 사람의 조직 내에서 성공할 수가 없다. 확실한건 결코 당신이 조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조직은 인간과 같아서 변치 않는 성격과 가동범위가 있고 나이에 따른 한계가 명확하다.
5. 잘하는 리더와 못하는 리더
사실 가장 중요한건 중간 관리자를 포함한 리더들이다. 젊은 스타트업일수록 리더가 조직의 성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많은 수의 말단 직원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 소수의 리더를 변화시키거나 대체하는 게 그나마 수월할 수 있으므로 모든 조직이 여기에 춧점을 맞춰야 하는 게 당연하다.
전형적인 최악의 리더는 본인의 책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잘못해 놓고 그 책임을 위, 아래 또는 좌우로 전가한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를 경우 또는 자신이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그릇이 못되는 경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이런 사람을 리더로 둔다면 사방 팔방으로 조직이 붕괴되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책임은 위로 갈수록 커지지만 문책은 아래로 흐르는게 이치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설령 스타트업이라도 뭔가 잘못되면 책임을 인정하는 그 누군가는 있어야 그에 대한 분석과 개선으로 탄력을 받을 수 는데, 예를 들어 대표가 기획팀장에게 서비스 평가 만족도가 낮은 책임을 물었을 때 "그건 개발에서 제대로 구현을 못 했기 때문이오"라고 방어할 경우 개발, 기획 그 누구에게도 개선의 모멘텀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같이 조그만 회사에서 기획팀장을 문책에서 뭘 얻겠다고 문책을 하겠는가? 오히려 대표가 헛기침만 해도 "우리 기획이 너무 안일했습니다. 저의 불찰입니다"라고 말하는 관리자의 경우 그 문책이 자연스럽게 팀원들에게 전달되어 서로를 긴장하게 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스타트업에 대한 낭만을 자신의 리더십에 적용시키려는 경우가 있다. 자율성, 창의성, 유연성, 가족같은 조직 등... 이러한 이상은 물론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에 어울리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모두에 말했듯이 회사는 영토를 정복해야 하는 국가 수준의 조직이다. 그것이 로마군 같은 대형 조직이냐 로빈훗이나 임꺽정 같은 산적때 조직이냐에 따라 그 이상 실현의 정도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두가지 모두 성공하려면 목표의 실현 앞에서는 절도 있고 치열하며 때로는 더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낭만도 목표의 달성이라는 전략에 기여할 때만 적용 가능하다. 그러한 목표를 망각하고 피상적인 낭만을 우선시하면 산적때의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더욱 더 심각한 건, 그러한 낭만이 자충수가 되어 스스로 조직원을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건 모든 낭만을 추구하되 리더의 권한과 책임 하에 절도있는 조직을 실현하는 게 핵심이라는 거다.
그 밖에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권력 행사 자체에 중독된 사람 등 잘못된 리더의 전형은 셀수 없이 많으나, 이 모든 걸 하나로 요약하는 올바른 리더란, 최대한 위와 아래의 소리를 듣되, 목표에 집중하여 명확한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줄 아는 그릇을 가진 사람이라 하겠다.
6. 마치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우리의 과업인 와이퍼의 성공 확률은 감히 높다고 자신한다. 와이퍼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수많은 선배 기업들이 거쳣던 통과의례를 거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지금 동고동락하고 있는 초기 멤버들이 도태될 것이다. 나는 이 고비를 모두가 잘 넘어가 주길 바란다.
앞서 회사는 인간과 같이 성장하고 죽어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 곤충처럼 변태를 한다는거다. 그것도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나비처럼 완전변태를 한다. 초기 세팅된 멤버는 나름대로의 능력과 한계를 가지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여 어느 수준 이상이 될 경우 팀원과 임원들, 때로는 대표까지도 초과되는 회사의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많은 성공한 스타트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 과정에서 외부 인력이 관리자로 들어와 배신감을 느낀 초기 멤버가 나가거나 창립자끼리 분열되어 분사하고 경영권 다툼으로 한동안 몸살을 앓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상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최고의 멤버로 구성될 수도 없고 그 정도의 비싼 인력이 여러명 필요하지도 않지만 그 회사가 성공하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땐 나비와 같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조직의 성격과 체질과 형태가 모두 변화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변태한 것일 뿐 변절이라고 봐도 안되고 퇴화는 더욱 아니다.
그런 과정에서 도태되어 나비의 허물이 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는 조직의 성공에 맞춰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그러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 같이 작은 조직에서 자신의 일만 하면 되는 단세포적 수준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업무를 떠나 보다 큰 조직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만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서사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작은 나라를 세울 때에도 그릇이 큰 리더들은 자신의 수하를 보다 큰 포부를 가지고 지시하고 평가하지만 판단과 처벌은 유예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면 사업 초기엔 리더 스스로가 자신이 아직 힘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조직은 나 없으면 안돼", "월급을 이것 밖에 안 주면서 나한테 더 많은걸 바라면 안되지" 등 현재의 조직 상황만 생각하여 리더와 힘겨루기를 하거나 타협을 하려고 드는 건 자살행위다. 역사에서 창업 공신이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업을 이룬 후 실제로 왕이나 공신이 변절했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오랜 기간 창업 공신 스스로 판 무덤이 너무 깊어 생긴 일도 많을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일을 스타트업에 적용한다면 너무 비정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하나의 나라를 세우는 일과 같다는걸 이해한다면 있을법한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게 지금의 회사가 작더라도 큰 조직처럼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 멤버 모두가 끈임없이 자신을 변화시켜 부디 팀와이퍼의 허물이 아닌 나비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글을 썼다. 비정할 수도 있고 너무 경직된 조직의 이미지를 느끼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대표로서 길게 보고 그간의 경험과 진심을 담아 쓴 것이므로 최대한 개방적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본인 또한 대표의 명예와 와이퍼의 성공을 걸고 개방적인 자세로 경청하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리더가 되길 이 자리에서 맹세하며 글을 마친다.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 배달 손세차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