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나오시마 (1)

세상의 모든 미술관, 나오시마 미술 기행 1. 우리의 할머니가 살던 집

by 다른사과

11월에 한 달간 한국행이 예정되었던 나에겐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첫 번째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끝나기 전 베니스에 다녀와 추후 관람할 광주 비엔날레와 비교하며 공부하려던 것이고 두 번째는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일본 나오시마와 스페인 빌바오를 다녀와 둘을 비교하며 예술로 재생된 도시에 대해 공부하려던 것이었다. 바쁨, 예산, 귀차니즘, 조급증 등등의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나는 2024 베니스 비엔날레 방문을 결국 놓쳤지만 다른 계획들 마저 무산될 순 없어 미루고 미루다 가까스로 예약했다. 일단은 나오시마를.


그래도 섬에 들어가는 것이니 이동 시간이 길 수 있다고 여겼기에 나름 일정을 여유롭게 잡아 보겠다며 계획을 세운게 3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첫째 날과 셋째 날은 온전히 이동에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었으니 결국 나는 단 하루 나오시마를 다녀오게 될 것이란 걸 알면서도 또 몰라서 후에 아주 조금은 후회했을지도 모를 3일 같지만 사실은 하루인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가을의 끝에.


11월 19일 오후 다카마쓰 도착

11월 20일 나오시마 종일
11월 21일 오후 인천행 비행기


그래봐야 섬인데, 여의도 만하다는데 뭐 얼마나 시간이 더 필요하겠냐는 마음 반, 단 하루지만 그래도 열심히, 또 알차게 돌아다녀 보겠다는 마음 반으로 그렇게 어찌어찌 출발은 했다. 나오시마로.


첫째날 저녁에 내가 한 일 : 파파고 어플 다운받고 손짓 발짓 크게 해서 주문하기, 편의점 구경하기. 엔하이픈이 있길래 찍어봤다.


1.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있었다고 했다. 자연과 건축, 예술, 그리고 지역이 공존하는.


"미츠비시 제련소, 쿠사마 야오이, 호박, 안도 타다오, 베네세 홀딩스, 재생 도시" 대충 나오시마를 검색하면 나오는 키워드 들이다.


우리나라의 여의도 면적만 한 섬, 구리 채광 사업이 주력이었던 이곳은 1917년 세워진 구리 제련소에서 쏟아내는 폐기물로 황폐화되었었다. 1987년 지역의 출판 교육 기업인 베네세 홀딩스의 호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아버지의 고향인 버려진 섬 나오시마 복원을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그 이름하야 "나오시마 문화촌 구상, Naoshima Cultural Village Plan". 특히 섬의 남부 지역이 사람과 문화를 키우는 지역으로 발전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베네세 홀딩스의 후원에 안도 타다오와 같은 건축가, 쿠사마 야오이, 미야지마 타츠오와 같은 예술가들의 노력이 더해졌고, 곧 나오시마는 문화와 예술이 중심이 되는 섬이 되어 매 해 수많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뿐인가, "집 복원 프로젝트" "쌀 만들기 프로젝트"등 지속적인 활동으로 섬 주민과 상생하여 지역을 발전시키고 테시마, 이누지마와 같은 주변 섬까지 그 활기를 이어 나갈 수 있게 힘쓰고 있다. 그렇기에 이곳 나오시마에서 일어난 일을 일부는 나오시마의 기적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마치 스페인의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짓고 예술 도시로 다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을 빌바오의 기적이라 불렀던 것처럼.


아침 8시 귀여운 점박 무늬의 배를 타고 약 50분을 가다보면 쿠사마 야오이의 빨간 호박이 우리를 반겨준다.


그런 섬 나오시마에 닿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나는 다카마쓰시를 거쳐가는 경로를 선택했다. 다카마쓰 항구에서 8시 12분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 미야누라 항구에 9시경 도착했다. 다시 다카마쓰로 돌아가는 마지막 배가 17시였기 때문에 내겐 딱 8시간이 주어진 셈이라 치밀한 계획을 세워 섬을 구경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른 섬으로 또 배를 타고 가야 하는 테시마 미술관 등은 과감히 포기했고 지도에 표기된 대로 지역을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 차례대로 보기로 했다.


1. 섬으로 오고 떠나야 하는 북쪽 미야누라 항구 근처
2. 이에(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중심 혼무라 지역
3. 베네세, 이우환 미술관 등이 있는 남쪽 박물관 지역


안도 타다오 뮤지엄에 게시된 나오시마의 역사를 보며 알게 된 것인데 나오시마는 과거 1960년부터 아래와 같이 세 지역으로 나누어 특성에 맞추어 발전해 왔다고 한다.


1. 항구를 포함한 북쪽 : 공업
2. 섬의 중심 : 생활과 교육
3. 현재 박물관 지역에 해당하는 남쪽 : 자연을 이용한 관광, 역사와 문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타려니 이제 막 배가 들어와서인지 줄이 꽤 길어서 우선 항구 근처에서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볼까 했는데 그냥 골목 구경만 해도 이미 재미있었다.



2. 안도 타다오 Tadao Ando (1941-, 일본 오사카) : 나오시마의 시작과 끝


겨우 작은 버스를 타고 3분 정도 가다가 안도 뮤지엄에 가기 위해 혼무라 지역에서 내렸다. 나오시마에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때때로 수집했지만, 직접 와보지 않아 정확히 알아챌 수 없었던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안도 뮤지엄으로 향했다. 물론 이른 아침이라 다른 박물관들이 아직 열리지 않아서였기도 했지만 이건 결과적으로 정말 잘한 결정이 되었는데, 내부에 게시된 연혁 등을 읽다 보니 나오시마의 역사와 베네세 홀딩스의 나오시마 문화촌 구상 프로젝트 이후 이 섬의 발전 과정을 시간순으로 차근차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러한 연표를 제외하면 내부에 볼 게 많지는 않았지만..



더불어 나는 생각보다 안도 타다오가 나오시마가 예술섬으로 발전하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1992년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건립을 시작으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이에 프로젝트의 일환인 미나미데라, 남쪽 뮤지엄 지역의 이우환 갤러리, 밸리 갤러리, 그리고 이곳 안도 뮤지엄까지 그가 설계한 건축을 차례로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는 5월에는 혼무라 지역의 언덕에 설계된 나오시마 뉴 뮤지엄이 새롭게 개관되는데 이곳이 자그마치 안도 타다오의 나오시마 열 번째 건축물이다.



물론 안도 타다오 이외에도 세지마 카즈요, 스지모토 히로시 등 다양한 유명 건축가 또한 나오시마에 건물을 지어 나오시마 문화촌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3. 이에(집) 프로젝트 : 혼무라 지역 - 마을, 우리들의 할머니가 살던 집


안도 뮤지엄을 가기 위해서 도착했던 동네 "혼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여러 상점들과 작은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정겨운 골목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이자 나름의 포토스폿으로 꾸며놓은 듯 보이는 나오시마 695라는 곳을 마주한다.


이곳을 소개하는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했다. Everyone's grandma's house. 우리 모두의 할머니가 사는 집.

사람이 꽉 찬 버스에서 내린 혼무라 지구에서 나를 맞이한건 바로 이 개구리..!

혼무라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에(집) 프로젝트는 버려진 집을 재생시키려는 목적으로 1998년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누군가가 오래전에 살았던 집이나 상점을 건축가와 미술 작가의 예술적 공간으로 바꾸어 내겠다는 기획.

Weaving in the history and memories of the period when the buildings were lived in and used.


누군가가 살고 사용했던 시대의 가옥의 기억과 역사를 예술에 엮어낸 공간.


카도야(Kadoya·角屋), 미나미데라(Minamidera·南寺), 고오신사(Go’o Shrine·護王神社), 하이샤(Haisha) 등 이름이 붙여진 집들은 동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마치 어린 시절 친구네 집을 찾아가듯 골목을 배회하며 하나씩 그 집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도야 角屋 Kadoya, 미야지마 타츠오 Tatsuo Miyajima 시간의 바다 98


Naoshima's Counter WindowSea of Time '98 1998/ 2018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자식들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게 되어 나오시마 섬에 집에 대한 매각 의사를 전달한 것을 1997년 베네세가 매입하여 이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카도야 Kadoya.


미디어 설치 아트로 유명한 타츠오 미야지마 Tatsuo Miyajima (1957, 도쿄 출생)의 시간의 바다 Sea of Time '98 이 전시되고 있다. 물속에 잠긴 125개의 LED 라이트는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개별의 속도로 카운팅 한다. 타츠오 미야지마는 주로 참여자 인원수 대로 LED 숫자 라이트를 만들어 그 카운팅 속도를 각 참여자가 결정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나오시마의 마을 주민 125명이 참여했다. 사실 어두운 일본식 가옥 안에 들어가 물속에 잠긴 숫자들을 보고 있자니 물 안에 잠긴 숫자들이 벌겋고 퍼런 빛으로 낱낱이 움직이는 것이 조금.... 섬뜩? 했달까.. 무섭기도 했지만, 작가는 생이 죽음으로 가는 각각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걸까 하며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느리게 저마다의 빠르기로 나아가는 삶을 생각하다 보니 이내 무서움도 잦아들고 또 여러 생각에도 잠기게 되었다.


Naoshima's Counter Window 1998년 작, 어두운 방 안에서 밝은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 밖의 풍경으로 마주하는 숫자들


고카이쇼 碁会所 (기원소) Gokaisho 2006 - 요시히로 스다 Yoshihiro Suda 진실과 거짓


고카이쇼 Gokaisho는 옛날, 마을 사람들이 모여 바둑을 두거나 휴식을 취했던 곳으로 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사랑방 같은 곳이었단다. 작은 식물을 조각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요시히로 스다 Yoshihiro Suda (1969-, 일본 야마나시현 출생)의 작품 동백이 있다.



대조되는 두 방에는 각각 입구에 대나무 대가 놓여 있었는데, 거침없는 영어로 해설하시는 할아버지께서 나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온 무리의 관광객에게 물었다. "꽃이 있는 방과 비어있는 방에 놓인 대나무 중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일까." 관람객들이 저 마다 추측을 하니 긴장감을 안고서 말해줄 듯 말 듯하시다가, 곧 "둘 중 굴곡이 없고 곧은 것이 만들어진 대나무"라고 하셨다. 게다가 마당에는 실제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어 방 안에 놓인 목련 나무를 깎아 만든 동백꽃 조형과 실제 동백꽃도 대조가 될 수 있게 했단다. 요시히로 스다는 이곳에서 복제와 원본, 진실과 거짓 등 대조되는 장면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연출했다.


작가는 일본의 문화재로 지정된 그림인 Hayami Gyoshu(1894-1935)의 명수산춘 名樹散椿에서 영향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요시히로 스다가 영향을 받은 Camelia Patal Scattering , Hayami Gyoshu(1894-1935)


이시바시 Ishibashi 2006 - 히로시 센주 Hiroshi Senju (1958-)


가옥 안의 히로시 센쥬의 2009년작 하늘의 정원까지 하나가 된다. (사진 출처 : benesse-artiste.jp)

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었을 때라 사진이 없지만, 내 기억에 남은 정원에 내린 빛과 공간에 담긴 웅장함이 있다. 건물 마루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가옥 안을 돌고 돌아 찬 바닥을 밟으며 보았던 벽에 남은 그림에 휩쓸리듯 다가온 감동도 기억하고 있다.


해가 닿을 듯 말듯한 벽면 가득 그려진 작품은 2009년에 그려진 하늘의 정원 空(くう)の庭으로, 세토우치의 절벽에 영감을 받아 그려졌다고 한다.


이곳은 2001년 4월까지 개인 주택으로 사용되었던 집으로 메이지 시대 제염업에 성공한 이시바시 씨의 기증으로 작품화되었다. 나오시마는 고대부터 제염업이 있어 왔으므로 나오시마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할 수 있다는 점도 있어 이 집의 재건이 중요히 여겨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www.hiroshisenju.com


잠시 마루에 걸터앉아도 되냐고 해설사처럼 서 계시던 할아버지께 어리바리하게 여쭈었다. 휴대폰 배터리에 전전긍긍하며 콘센트만 찾아다니다가 아예 휴대폰이 꺼져버리니 차라리 잠깐 마음을 놓았던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 햇살이 내리는 정원 한참 바라봤다. 따뜻한 빛이 발을 감싸던 순간도 기억이 난다. 비가 와도 참 좋겠네 생각했는데 자리에서 일어서 코너를 돌아 어둑한 곳으로 들어가니 마루 한편에 물이 흐르고 그 맞은편 어둠 속에 쏟아지는 물이 그림인 듯 실제인 듯 온 벽에 가득 차 있어 가슴을 쿵 하고 울렸다. 2006년작 The Falls.


히로시 센주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 전시된 물의 신사로 잘 알려진 작가로 일본에서 전통화(Nihonga, 일본화)의 맥을 이어가며 이를 자신만의 현대적 언어로 재해석한 작가, 그 경계를 확장시키고 있다 평가받는다. 작가는 작품 표현에서는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서도, 작가가 느낀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전통적 방식으로 승화시킨다. 저서도 있다. 별이 내리는 밤에. 별을 따라가는 아기 사슴의 모험을 담은 그림책으로 출간 이듬해 겐부치 그림책 마을 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꼭 찾아봐야겠다.


Haisha 하이샤와 아이러브유. 신로 오타케 Shinro Ohtake - 치과와 목욕탕이 있던 자리


별 생각없이 찍은 사진들인데 지금 보니 치과여서 있던 그래픽 타일, 그리고 벽


하이샤는 그 말 자체가 치과의사로 본래 치과 의원 겸 주거를 했던 빈 건물을 신로 오타케 Shinro Ohtake (1955-, 도쿄출생)가 작품화했다. 콜라주로 유명한 작가답게 건물 내외부를 조각, 회화, 콜라주를 이용하여 다채롭게 제작했다. 작품명은 설상몽 舌上夢 이라니... 정말 엉뚱하고 재기 발랄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입에 담긴 것의 맛이나 냄새 등의 감각으로부터 따라오는 꿈의 기억 과정을 표현했다고.


하이샤의 외관


확실히 시선을 끄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기에서는 해설해 주시는 분이 따로 없어 혼무라 지도에 딸린 몇 줄의 해설만 읽은 채 그저 알아서 감상을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부에서 바라본 바깥의 풍경이 정겨웠네. 예전에 이곳에서 살았다면 이랬을까.라는 집에 대한 감상적인 생각뿐, 개별의 작품에 대한 크게 기억 남는 것은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생동감 있는 외부에 비해 내부는 어두운 색감이 대부분이라 대충 슥슥 보고 나왔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 보니 배터리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사진을 남긴 장소인 것이 참 신기하다.


- I♥︎湯, 아이 러브 유(탕)


신로 오타케의 동일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하이샤보다는 더 재기 발랄하고 사랑스럽다고 생각한 곳이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미야노루항 근처에서 커피를 사러 가던 길에 본 이곳은 일본 각 지역의 다양한 오브제가 모여 있으며 배를 컨셉으로 만든 곳이라고 한다. 목욕탕의 ‘탕’(湯) 자는 일본어로 '유'라고 읽어 ‘아이러브유’의 ‘유’는 "나는 탕을 사랑해" 정도의 의미가 된다는 것.


지역에서 실제 목욕탕으로 운영하던 이곳은 적자 경영에 문을 닫은 상태였는데 이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생시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품화하였다. 작가가 실제로 입욕 가능한 예술적인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개조된 미술 목욕탕으로 타운 나오시마 관광협회에서 운영, 지금도 주민과 관광객들이 이용할 수 있고 귀여운 기념품 샵도 운영하며 굿즈도 있다. 다음에 여유 있게 올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내부도 체험해 보고 싶다.



Genmai-Shinshoku Aisunao - 따뜻한 집, 따뜻한 밥과 국


"Brown Rice"라는 입간판의 글자와 가득 찬 밥 그림에 이끌려 들어간 곳이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90년 된 구옥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현미, 제철 야채 반찬, 그리고 지역 음식인 "Gojiru"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넣은 된장국)를 내는 곳이라고.



가게에 들어서면 밥 많이 먹니 적게 먹니를 먼저 물어보시는데 좀 재밌기도 했고 따숩기도 했다. 대답에 따라서 공기의 크기가 결정된다. 실제로 빛이 한가득 드는 따뜻하면서 또 뜨거운 창가에서 빛을 온 얼굴로 맞으며 밥을 먹었다. 살짜쿵 뜨겁긴 했지만 사랑스러운 공간에서 제공되는 밥과 국이 따뜻하고 반찬들이 정갈해서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어떻게든 찾아낸 콘센트에 휴대폰 코드를 꽂아놓고 자리에 앉아 그릇에 담긴 음식 하나하나 설거지 하듯 싹싹 긁어먹었다. 휴대폰 충전도 하고 불안했던 마음과 허기진 배도 잘 충전하고 나왔다. 덕분에 시간에 쫓겨 달려 다니다시피 했던 오후 일정도 무사히 지낼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다시 나오시마에 간다면 또 가고 싶은 곳이다.



혼무라 지역의 중 정작 중요한 미나미데라와 긴자. 그리고 Ring of Fire 전시를 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8시간 중 이미 꽤 많은 시간을 썼다고 생각해서 박물관 지역으로의 이동이 불가피했다. 시간이 없었으므로 버스를 타고 이동할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버스 시간 맞추기가 또 참 애매해서 기다릴 바엔 30분 걷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부른 배 소화도 시킬 겸 산책도 할 겸, 한참을 걸어 베네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래도 걷는 길이 정겨워 지루하진 않았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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