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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란 Apr 25. 2024

3. 다항식과 관련된 정의와 정리

다항식? 방정식? 용어 정리 좀 하고 갑시다.

대부분 수학은 계산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연필을 잡으면 일단 문제를 잘 읽기도 전에 식부터 만들어보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다항식을 묻는데 방정식을 세우거나, 방정식을 세워야하는데 함수식을 만드는 등 우왕좌왕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흔히 본다. 용어가 명확치 않다는 것은 개념이 명확치 않다는 것이고, 개념이 명확치 않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수학에 대한 이해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TV에 나온 한 수학 강사가 문제는 풀어낼지 모르겠으나 개념이 제대로 안 잡힌 예를 기가 막히게 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초등학생 어머니가 4X7의 답을 28이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아들에게 '어머나 우리 아들 수학을 이렇게 잘하네. 맞아. 4를 일곱 번 더하면 28이지?' 그랬더니 아들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는 것이다. '엄마 이건 곱하기지 더하기가 아니야. 4 곱하기 7~~~~~, 사 칠에 이십팔이라고'.

곱하기란, 같은 수를 반복해서 더한 것을 말한다. 이 아들은 기계적으로 구구단을 외워 '사 칠에 이십팔'이라고 답할 수는 있었으나, 곱셈이 반복되는 덧셈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이게 바로 개념의 구멍이다. 요즘 미친듯 성행하는 선행학습이 독이 되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내뱉는다고 언어를 이해한 것이 아니고, 때문에 스스로 더 높은 혹은 다른 의미의 말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공부하는 우리는 계속 물어야한다. 나는 지금 뭘하는 건지, 대체 이건 뭐에 쓰려고 하는 건지, 나는 지금 이 식을 왜 세우려고 하는지를 말이다.



수학은 정의Definition, 공리Axiom 위에 논리로 쌓아올린 멋진 정리Theorem들의 탑이다.

여기에서 정의Definition는 기본 중의 기본.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그리고 논리의 엄밀함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수업시간에 우리가 수학용어를 정확하게 배우는 것만으로도 개념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니 우리 수학도들에게도 가장 중요.


그래서 1단원 다항식에서 만나는 몇몇 용어를 잠시 정리하기로 하자.



일단 .

지난 번에 설명한 단위Unit 기억하실 것이다. 숫자 뒤의 문자가 동일하면 같은 단위를 갖는다는 의미이고 서로 더하거나 뺄 수 있다고. 그렇게 수와 문자가 곱하기로 들러붙은 한 덩이리, 그게 항이다. 보통 곱하기× 기호를 생략하고, 여러번 곱하는 문자는 거듭제곱의 형태로 나타내고, 1은 생략하기도 하므로 다음과 같이 쓰여진다.

하나의 항 안에서 수와 문자들은 곱하기를 본드 삼아 서로 들러붙어 한 덩어리를 이루는데 본드 역할을 하는 곱하기 기호가 생략되므로 결국 우리가 어떤 식을 한 눈에 보고 항과 항을 구분짓는다면 아마도 + 혹은 -를 중심으로 나누어보게 될 것이다.

항이 몇 개 보이는가? 그렇다. 세 개. 그래서 이 식은 다多항식이다.


식의 연산이 어려운 것은 대부분 복잡한 다항식에서 덩어리가 잘 안 보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괄호를 분배법칙으로 풀어내거나 소괄호, 중괄호, 대괄호가 겹겹이 있는 식을 풀어낼때는 한 눈에 덩어리 구조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잠시.

다항식을 표현할 때 f(x), g(x), h(x)와 같은 표현을 쓴다. 본래 f(x)란 f라는 함수에 x를 넣어서 나온 결과값이라는 뜻이다.

f라는 함수상자에 x를 넣으면 그 상자는 들어온 x에 2배를 하고 1을 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기능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fuction이 함수라는 뜻도 가진다.) 그 결과값 f(x)는 2x+1이므로 f(x)를 함수값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x에 대한 다항식이라는 의미로도 쓰는 것이다.


동일하게, g라는 함수가 2차원 상의 한 점을 받아 x좌표과 y좌표에 어떤 조작을 하여 뱉어내는 함수이고 그 함수식이 x+2y라면 g(x)=x+2y를 x와 y에 대한 다항식이라 할 수 있다.


y=f(x) 같은 기호가 무슨 의미인지는 함수파트에서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이 단원에서는 'f(x)는 x에 대한 다항식, g(x, y)는 x와 y에 대한 다항식을 나타내는 기호다'라는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가자.



이번에는 방정식과 항등식.


방정식은 다항식과 다항식을 등호=로 연결한 식이다.

특징은, x의 값에 따라 이 등식이 실제로 참이 될 수도 있고 거짓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방정식의 정의Definition이다.

특정 x값에 대해서만 좌변과 우변의 계산값이 같아지는데 그런 x를 운 좋게 찾았다면 당신은 방정식을 푼 것이다. 그렇게 찾은 x를 우리는 라고 부른다.


위 식은 x에 대하여 1차 항이 최고차수인 방정식이라서 일차방정식이라고 부른다. 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삼차방정식, 혹은 여러개의 방정식을 동시에 만족하는 해를 찾는 연립방정식 등의 풀이방법은 방정식 단원에서 다시 차근차근 설명하기로 하겠다.



방정식과는 달리 만약 모든 x값에 대해서 상 참인 등식이 있다면 그것은 항등식이다.

이 식은, 얼핏 보면 방정식 같지만 괄호 풀고 동류항끼리 정리하면 좌변도, 우변도 동일한 모양 2x+3이 된다. 그러므로 x에 어떤 값을 넣든지간에 최종 계산값은 좌우가 다.


<항등식의 성질>


교과서에 실린 항등식의 성질이다.


1번을 보자.  x에 대한 항등식이라는 말은, 모든 x에 대하여 항상 참이다임의의 x에 대하여 항상 참이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x에 변화를 주면 좌변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늘 0이고 싶다? 그럼 x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는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될까?

맞다. a도 b도 0이면 그냥 한 방에 x를 죽여버릴 수 있다. 그러고 나면 c는 자연스럽게 0이 되어야함을 알 수 있다.


2번은, x의 변화에 따라 좌변도 우변도 변화한다. 그런데 항상 좌우를 같게 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그 움직임을 늘 같게 만들면 어떨까? x제곱의 계수끼리, x의 계수끼리, 상수끼리 똑같다면 x가 아무리 변하더라도 좌변과 우변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함께 변화할테니 결과적으로 항상 좌우를 똑같게 만들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상은, 증명이라기보다는 우리끼리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학자들에게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그리고 그 언어를 이용한 증명은 너무나 우아하고 깔끔하다. 위 항등식의 성질의 수학적 증명은 무척 간단하기도 하지만, 이 수학나라 사람들이 우리처럼 이렇게 말로 안 하고 어떻게 찍소리 못하게 증명이라는 것을 하는지 그들만의 언어를 엿보기에 매우 좋은 예라서 잠시 보여주고 싶다.


교과서에 개념박스가 그려져 있고, '무슨무슨 정리', '무슨무슨 성질'이라고 되어 있는 대부분은 정리Theorem이다.(피타고라스의 정리, 항등식의 성질, ...) 이러한 정리는 수학적으로 엄밀히 증명되어야하고, 한번 증명되면 이후 문제를 풀때나 상위 정리를 증명할 때 이용할 수 있다.


1번 성질은 항등식의 정의를 이용하여 증명할 것이다.

<항등식의 성질 1 증명-고등학교 수학, 좋은책신사고>

'어떤 x값에 대해서도 항상 참이 되는 식'이라는 항등식의 정의에 의해 아무 값이나 넣어서 식을 얻어냈는데, 이 증명을 한 사람은 0과 1과 -1을 넣었다. 당연히 이 세 수 외의 어떤 수를 넣어 얻은 식으로 풀어도 결과는 같게 나올 것이다.


증명 끝!!!


다음으로 2번 성질은, 앞서 증명한 1번 성질을 이용하여 증명한다. 미리 말했듯이 모든 정리는 앞서 증명된 정리를 이용하여 증명할 수 있다.

<항등식의 성질 2 증명>

증명 끝!!!


어떠신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ㅋㅋㅋ 아름다울 것까지 있냐고?

이렇게 증명해놓고 스스로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수학도!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런 멋진 증명을 보여주신다면 가끔 박수나 탄성 등을 날려주는 멋있는 학생이 되어주길 바란다. 나는 학교에 그런 학생이 수십 명이나 있다. 못 믿겠다고?

1학년 8반에는 한 시간 수업하면 스무 번은 족히 "와~ 와~" 탄성을 지르는 여학생이 있고, 1학년 5반 사내놈들은 내가 문제 하나 풀 때마다 물개박수에 환호성에 휘파람까지 불어젖힌다.

여러분들도, 새로운 것을 깨닫고 조금씩 성장하는 일은 경이롭고 즐거운 것이라는 사실을 수학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소개하는 수학을 경험하며 그렇게 반응해주는 학생들이 있어 나는 매일 아침마다 행복하게 출근하는 행복한 수학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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