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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Blossom Nov 07. 2024

동네 탐방

몽글몽글한 기록


 

 살다 보면 새로운 동네를 가게 되는 날이 있다. 이를테면 여행을 떠나거나,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매일 보는 풍경 말고 새로운 곳을 찾을 때, 길을 잃어버렸을 때, 새 직장을 구할 때, 그럴 때 말이다. 눈에 익지 않은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구경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흥미롭다. 새로운 장소에 가게 되면 내 두 눈은 여기저기 둘러보기 바빠진다. 내가 즐겨하는 취미 중 하나는 동네를 구석구석 탐방하는 것이다. 동네마다 삶을 사는 방식과 풍기는 동네 이미지와 인간미 넘치는 동네 냄새,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패턴이 비슷한 듯 다르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네 주민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꽤나 즐겁다.


 내가 처음 금호동에 가게 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벌써 일 년 전이다. 가을이 짧게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왔을 때쯤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껏 차가워진 겨울바람을 맞으며 금호동 언덕을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는 소중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식당들과 수제 요거트와 그레놀라를 파는 디저트 가게, 따뜻한 밥상을 책임질 다양한 야채와 고기, 생선을 파는 가게, 동네 아주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헤어롤을 말고 있는 조그마한 미용실, 뜨거운 어묵 국물 냄새가 나는 떡볶이 집, 언제든 열려 있는 편의점, 알록달록 예쁜 그림책을 판매하고 있는 동네책방, 든든하게 동네를 지키고 있는 주민센터, 힙해 보이는 카페, 어린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왔다 갔다 하는 학원들, 그 앞에 위치한 시끌벅적한 초등학교, 그리고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집들이 곳곳에 있다. 언덕길에 있는 동네는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동네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동네였지만, 유독 마음에 들었다.


'동네 분위기가 코지하고 너무 좋은걸? 느낌이 좋다.'


추운 것도 잊어버리고 천천히 느긋하게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을 했다. 그곳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따뜻한 곳이었다. 마치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생각이 나는 장소였다. 내가 좋아하는 노란 조명들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여러 대의 피아노들이 놓여 있다.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과 해외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들로 꾸며져 있었다. 귀를 즐겁게 하는 재즈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따뜻한 공기 덕분에 가만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어서 오세요. 많이 추우시죠? 따뜻하게 몸 좀 녹이세요.'


따뜻한 웃음을 가진 분이 나를 맞아주셨다.


'선생님, 첫인상이 너무 좋으신데요? 우리 함께 일해요.'


처음 가는 동네가 나에게는 따뜻하고 느낌이 좋았던 것이 내 얼굴에도 드러났나 보다. 그때 우리는 처음 만났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금호동을 매주 가게 되었다. 나의 동네 탐방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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