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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쓰기 :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by 기록

뉴스, 포털 기사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에서 한 연예인의 학교 폭력 논란과 학창 시절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성적 게시물(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SNS에 본인의 얼굴이 나옴에도 공개적인 성적 표현을 하는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익명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일에 대하여 결정권은 해당 연예인을 고용한 사측에서 지니고 있으며, 결론은 고용을 지속하거나 하지 않는다는 매우 단순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듯합니다.


교육 경력이 한 자리로 짧지만 이 짧은 경험 속에서 만난 학생 중 인상 깊은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과서 대신 화장품이나 핸드폰이 책상 위에 있는 학생, 교사의 업무 공간에서 물건을 가져가는 학생, 체육 시간에 무선 이어폰과 현금을 가져간 학생, SNS를 통해 그 계정 주인인척 하고 글을 올리다 문제가 된 학생, CCTV가 있는지 모르고 학교 근처 원룸들 사이에서 담배를 피우다 신고로 걸린 학생 등. 학교 공간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아직 경험을 쌓아야 하는 공간이기에, 개인이 지닌 다양한 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인상적인 상황들이 존재합니다. 학생부가 아닌 제가 이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같은 학교 내에서도 부서별 독립성이 강하며 학생들이 문제를 많이 일으키면 학생부가 모두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수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문제에 대해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는 학교 문화 특성에 근거할 때, 제가 알고 있는 일들보다 더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이고 학생부 선생님들은 이 일들을 해결하셨고 해결이 어렵다면 관리를 위해 뛰고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일상을 벗어나는 행동들이 심각한 경우 경찰이 학교를 내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봉사활동을 부여하고 수업에서 배제합니다.(수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벌로 작용하는 경우는 적습니다. 단, 수업에 배제된 상태로 경찰과 잦은 면담을 해야 하는 경우는 별도 사례입니다.) 과거와 같은 체벌을 통한 개입은 일체 불가합니다. 학교 밖 경찰력을 빌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로만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교내 도난 사건이 일어난 경우 개인이 감내하는 일이 많습니다.)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하여 학생이 잘못했다고 해도 말 이상으로 개입하면 기존의 원인이 학생에게 있음에도 그 책임이 교사에게로 전환되어 교사에 대한 영향력 행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사는 법적 대응과 관련해 일상이 깨져버리는 두려움 앞에 서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간단한 기합을 주거나 윽박지르시는 소수의 선생님들은 문제 행동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열정으로 학생을 대하신다는 증거입니다.


제 경우 제 물건을 훔쳐간 학생과 상담한 적이 있는데, 경찰에 신고하거나 학생을 타이르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을 경찰에 신고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에 개인적으로 피해를 감내했고 스스로 자기 위안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해당 학생과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마주치는 상황과 그 과정에서 학생이 보인 태도에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게다가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저는 좋지 않은 감정을 내색하지 않으며 지내는데 이런 제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며 제 물건을 다시 가져가려는 행동을 보여 때로는 단호한 대응(경찰력 동원)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청 상담센터에서는 피해 금액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경찰뿐이라 안내해 주며 위로했습니다. 한편 경찰에 신고했을 때 학생이 기대했던 교사의 모습에 어긋나기에 (문제를 일으켜도 교사이기에 학생에게 함부로 할 수 없고 용서할 것이란 자신들이 설정한 교사의 모습) 오히려 더 타깃으로 삼고 행동한 사례도 소개해 주셨습니다. 업무가 많은 교사와 졸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 사이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란 자원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자 한 배려의 조언이었다고 봅니다.


연예인이 활동 이전 시기에 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찍은 사진들에 대해 누군가 공자의 사례를 인용한 댓글을 보았습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길 가에서 일을 보는 사람을 보고 행동에 대해 문제를 언급해서 고치게 했지만 길 중앙에서 일을 보는 사람은 피해 가며 부끄러움을 아는 이와 모르는 이에 대한 대응이 달라야 한다는 가르침의 내용이었습니다. (공개된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성적인 행동이 담긴 사진이 나온 것과 부끄러움의 인식에 대한 적용의 의도가 담긴 댓글이었습니다.) 이 전해지는 말에 대하여 진위여부 논란은 있겠지만 종종 인용되는 것과 현재까지 이어져온다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오랜 생명력을 지니고 지금까지 활용된다고 봅니다.


문제 행동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아야 변화도 기대할 수 있단 이야기는 학교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듯합니다. 학생들이 기본 예의와 사회적 규칙에 대해 인식하기를 바라면서, 교사는 학생에게 취할 이익이 없으니 교사가 하는 말에 악의가 없음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규칙을 따를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수업 시간 내내 화장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시청하거나 잠을 청하거나 주식 투자를 합니다.

이런 학생들과 달리 활동을 제시했을 때 고민을 하고 정해진 활동 시간이 끝나도 본인이 추가로 내용을 조사해 덧붙여도 되는지를 물어보는 열정이 있는 학생도 있습니다. 그리고 백지를 내는 학생들과 달리 종이가 부족하다고 더 달라고 하거나 내용이 중요하다고 해도 새로 받은 종이에 깔끔하게 옮겨 적는 학생도 있습니다. 질문에 대하여 답을 하거나 모르면 고민하는 표정에서는 생기가 넘칩니다. 이해는 못했지만 다부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사회의 가치가 철저하게 무너진 사회가 아니라면,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 누구나 공감하는 방향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양성 또한 중요한 사회에서 모두 옳은 방향만 선택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것입니다. 모두가 사회적 올바름만 주장한다면 예외 사례에 대하여 보지 못하고 이는 사회의 발전을 어렵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일정한 선이란 것이 있고 그 선은 구성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 봅니다. 앞서 제시한 두 부류의 학생 중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학생들의 경우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상당수는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신의 욕망이 더 커서 올바름을 따르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학생들이 많은 교실의 사회적 올바름에 대한 합의는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합의한 사회적 올바름과 현실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연예인들 또한 학창 시절에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규칙을 따르면서 자신의 예술적 감성을 키워나간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토크쇼에서 자신의 철없던 과거를 고백하는 연예인도 있고 평범한 학창시절이라 할 이야기가 별로 없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민들의 사회적 정의 문제에 대해 둔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가 변해서 과거의 과정을 무시하고 성공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사람들의 평가를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기획사 포함)에게 이익의 추구만이 미덕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드라마, 방송에도 변화하는 사회 기준을 적용해 변화를 요구하는데 이런 생태계 안에서 활동을 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요구 또한 과거와 달리 변화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연예인의 평범하지 않은 과거 사진이 나온다면 학업에 관심이 적고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해서 연예인이 되었겠구나란 대응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의 사진과 그와 관련된 이야기(이력)를 근거로 그 사람이 연예인에 해당하는 사회적 부를 가질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다수가 학교를 졸업하기에 학교 내의 다양한 욕망을 가진 구성원들이 존재하며 어떻게든 흘러가고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욕망 중 동급생을 마음대로 하여 심리적 위안을 받는 것이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욕망에 충실한 행동에 노출되었을 때, 교사는 참고 학생은 학폭 위원회를 열어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학교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거에는 뛰어난 예술성(끼)만 있다면 다소 성품과 태도 부분에서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외모가 미적 욕구를 충족해 주면 성품이 일반 상식선에서 거리가 있더라도 연예인으로서 자격과 그에 따르는 자원들을 누리기 충분하다 생각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 폭력이나 사회적 규칙을 어긴 사례나 미담과 괴담이란 요소들이 함께 따라다니는 현상을 보면서 재능과 외적 아름다움을 넘어서 그 사람의 이력과 성품, 일상에 대한 태도로 평가 기준이 확대되었다 봅니다. 그래서 소속사에서는 심각한 폭력 사태가 아니라고 해명을 해도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과거의 사진을 보유한 이들이 한 인물에 대한 검증에 참고하라는 의미를 담아 과거의 사진을 공유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생각이라고 하는 것은 행동으로 이어지며 행동이라는 것은 순간적인 경우도 있고 지속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행동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태도'라고 부르며 지속성을 강조합니다. 학생이 수업 시간인데 쉬는 시간에 하던 화장이 끝나지 않아 종이 친 후에도 계속 화장을 고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에서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면 출석을 부를 때까지는 게임을 하도록 그대로 둡니다. 하지만 매 시간마다 화장품과 폰이 책상 위에 있고 교과서는 사물함에 둔 상태라면 그것은 분명히 지속성을 지닌 태도 문제입니다.


종종 연예인 활동을 시작한 초반에 사진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일회적 행동인 일탈을 문제삼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속성을 지닌 '태도'를 바탕으로 사회적 부와 명성을 가질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이라 봅니다.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그 자리가 비었을 때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넘쳐나기에, 누군가가 가져야할 부와 명성이라면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간 사람에게 주어지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합의가 작용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차피 누군가가 그 위치를 가질 것이라면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사람. 법을 어기지 않으며 사회적으로 합의한 상식의 기준이 일반적인 기준에 비췄을 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인 사람이 많은 부와 명성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실천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하여 평가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고 활동 이후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가정했을 때, 그것은 올바른 태도를 지녔다기보다는 부를 취하기 위한 위선적 행동이고 위선적 행동에 사회적 자원을 차지할 기회를 준다는 것을 정의롭지 못하며 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워할 것이라 봅니다.


즉흥적 쓰기는 상황에 대한 진솔한 감정을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생각의 흐름이 혼란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한다면... 연예인으로 활동을 시작한 이들에게 과거의 사진과 함께 했던 이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경험담이 나오는 것(학폭 등)은 누군가가 가지게 될 연예인의 부와 명성에 대하여 자격이 있는 사람이 가졌으면 좋겠다는 대중들의 바람의 반영이라 봅니다. 그리고 그 바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과거에는 재능과 미모가 뛰어나다면 그 이외의 것을 포용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 중 하나는 행동의 지속성을 반영하는 '태도'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봅니다. 이 '태도'는 지속성을 반영하기에 학창 시절에 있었던 일탈적 사진이나 사건에 대하여 일회적이 아니라 지속성을 가졌을 것이라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을 하고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서 연예인으로 활동을 할 기회를 박탈하도록 행동으로 나서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히 일탈일 수도 있는 몇몇 사진들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의 토론 댓글들을 보며 아마도 학교 생활을 다수가 공통적으로 했으니 그에 따른 경험담을 바탕으로 '태도'를 기준삼아 평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리고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에 대한 평가 기준에 '태도(행동의 지속성)'가 한 속성으로 자리잡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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