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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 잡담

NOPE을 보고

모비딕이 떠오르는 영화

by 기록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은 생각은 영화가 모비딕을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하늘은 거대한 바다이고 구름은 수면 아래에 보여주는 고래의 실루엣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거대함이 마음을 움직이고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모습에서 놀라움이란 공통점

그리고 마지막에 본래의 모습을 전부 보여주었을 때 이전과 비교되지 않는 더욱 거대함은 마치 바다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른 고래의 거대함이 떠올랐습니다.


인물들의 모습도 소수이지만 인간의 몇몇 군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일상에 대하여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흑인 남성 주인공. 동성애를 하면서 활발한 성격인 여동생.

궁금한 일에 뛰어드는 전자제품 직원,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으며 지금을 살아가는 동양인 남성,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의 사냥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는 감독 등 서로 다른 성격과 특성을 가진 이들이 나옵니다.


주인공인 흑인 남성은 자신의 일상을 지키는 것에 대하여 우직함을 지니고 있는 인물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터전을 떠나기보다는 말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의 고정점이 있기에 미확인 물체에 대한 두려움에 피하기보다는 자신의 장소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련에 대응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동생은 자신을 소개할 때 다양한 것이 가능함을 강조합니다. 이는 여동생의 행동이나 말을 통해서 볼 때 특정 전문분야는 없이 여러 가지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녀의 오빠는 그녀가 하는 일들에 대해 아르바이트라고 칭합니다. 이렇게 하나에 집중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그녀는 문제 상황을 인식했을 때 돈을 벌 기회라고 하다가 이후에는 떠날 것을 주장합니다. 그 공간에는 그녀를 잡아둘 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녀의 오빠와 다른 다양한 일을 한 경험 덕분에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던 감독에게 촬영을 부탁할 기회를 마련할 때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고 봅니다.


가전제품 업체 직원은 반복적인 일을 하기에 새로움을 추구하며 그 기회를 일반 소시민들처럼 많은 부와 명성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는 우연히 카메라를 설치해 주러 간 두 남매의 집에서 카메라를 일반적이지 않은 각도로 설치함에서 눈치를 챕니다.


나중에 문제 해결의 요소로 들어오는 감독은 동물들의 포식 장면을 반복해서 보는 등 자신의 관심 분야가 분명합니다. (그의 행동과 말에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만큼 마지막 불꽃을 태울 곳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감독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포식 장면만 편집한 것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일반적 동물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영역인 포식 장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절정에서 카메라 감독은 필요한 영상을 찍은 후에 자연광의 위대함을 보여주겠다며 수동식 카메라를 들고 먹히는 순간까지 촬영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우선 처음 들은 생각은 감독의 높은 정신력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촬영하기 위해 직접 자신이 먹이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의 촬영물은 계속 남을 것이고 살아남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후대에 전해줄 것이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수동식 카메라로 모습을 촬영했음에도 해당 촬영 각도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각도를 촬영하기 위해 직접 먹혔다고 봅니다. 자연광의 위대함이라 해서 위장막 속에서 촬영에 부족함을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이 행동 덕분에 영화 중에 자연스럽게 거대 생물의 내부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상황은 영상 촬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일을 끝마치려 했다는 것입니다. 수동식 카메라 필름이 다 되어서 교체할 때 잠깐이나마 카메라의 필름이 밖으로 빠져나온 부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감독이 자연광의 놀라움을 보여주겠다며 촬영하러 나갔을 시기에 다른 이들이 영상을 찍었는지 여부를 물어봅니다. 이런 상황이었다면 필름이 제대로 걸리지 않아서 다시 촬영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황에서 영상이 제대로 찍히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여동생은 마지막에 놀이공원에 가서 있는 우물 사진기로 거대 생물의 모습을 촬영했다고 봅니다. 이런 촬영은 거대 생물 사냥에서 사냥물을 얻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우물 사진기는 영화 초반에 나온 것으로 문제 해결의 핵심 역할을 하기에 후반부에서 보면서 영화의 유기성을 보여줘 감동적이었습니다)


인간이 현재의 문명을 이룩하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사냥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거대 생물을 사냥에 비유할 때 사냥 성공의 결과물은 영상 촬영으로 인한 부와 명예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영상 촬영이 실패했고 감독이 먹히면서 촬영한 필름을 찾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여동생이 우물 사진기를 통해 촬영한 사진은 그 사냥의 작은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영상이 더 큰 결과물이지만 사투 끝에 원하는 결과물보다는 조금 작은 결과물을 얻은 상황입니다. 이런 과정은 사소하지만 거대 생물을 상대하면서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상황과 그나마 약간의 성취를 얻었음을 통해서 이야기 흐름에 부드러움을 주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결과보다 부족함을 통해 그 사이를 보는 이의 감동과 아위움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하늘에 떠다니며 접시형 물체는 UFO라고 주로 인식하는데 이런 고정관념이 아닌 생물이라고 제시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생물이라고 하는 순간 접근하는 관점이 급변하게 된 계기라고 봅니다. 눈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금기나 깃발을 먹어 고생했다는 기피하는 것들에 대한 학습과 습관이 생기고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기계와 달리 공략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깃발이 줄줄이 달린 거대한 풍선을 먹여서 터쳐서 타격을 주는 장면에서 처음에는 풍선이 터지는 힘으로 타격을 입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내 하늘에 떠다니려면 가벼워야 하기에 풍선을 통해 거대 생물에 타격을 주는 것이 납득되었습니다. 거대하면 무조건 강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과 물체를 끌어당겼기에 그 무게는 어떻게 지탱하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거대한 모자 형태라서 열기구에 물건을 실을 수 있는 것과 같겠거니 하며 이내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가 아닌 생물로 인식하는 순간 생명의 끝이 있다는 점이 인식되고 그 습성이 있기 마련이란 점으로 이야기가 급변(인간의 대응 가능)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영화의 구성 방식에서도 초반부부터 말을 이용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동물들에게 특성한 습성에 따른 행동 예측이 가능함을 제시합니다. 영화 중반부에서는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원숭이가 난폭해서 살인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고 그 원숭이가 친근함의 표시로 마지막 생존한 아이에게 손인사를 건네다 총살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과정 모두가 인간이 거대한 생물체에 객관적으로 비교할 때 이길 수 없지만 앞서 제시한 이 두 장치를 통해서 영화 속 인물들이 거대 생명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인식점을 관객에게 마련했다고 봅니다. 눈에 비친 것에 놀라는 말이나 풍선 터지는 소리에 급변한 원숭이처럼 사소하지만 이런 것들이 이야기 진행에 인과관계가 생길 수 있도록 한 장치로 보입니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본 요소를 다시 정리해 보자면...

소수이지만 각자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들의 제시(인간군상)와 그 행동이 있다고 봅니다.

흑인 주인공은 자신의 장소를 지켜야 하기에 거대한 미확인 물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것이 생물임을 알고 분명하게 대응합니다.

여동생은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사람과 관계 형성에 익숙하며 덕분에 촬영을 도와줄 감독을 끌어옵니다. 또한 용기 있게 마지막까지 거대 생물에 대응하며 사진도 촬영하고 타격도 줍니다.

백인 가전제품 사원의 겨우 평범한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는 인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남매가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백인 감독은 늙어 간 시간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많은 축적을 이뤄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분야에 대하여 자기 자체도 희생하고 촬영을 하는 높은 정신의 실천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거대 미확인 물체는 일반적으로 UFO로 생각하기 쉬우나 생물이었고 이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대응이 가능한 상황이 됩니다. 마치 인간이 작지만 거대한 고래를 사냥한 역사적 사실처럼 말입니다. 특히 여동생이 거대 생물에게 준 타격은 깃발을 활용하려고 하다가 우연히 광고용 풍선까지 터져서 얻은 타격이었지만 동물의 습관을 활용해 거대한 고래를 사냥하듯이 하늘 위 거대한 생물을 사냥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고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거대한 힘에 대항한 인간의 노력 과정은 그 과정 차이만 있지 모든 이야기에 들어있는 공통점입니다.

그중에서 관련 성이 높은 것들을 연결해 보자면 고전으로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는 모비딕 그리고 최근에는 이와 연관성이 모이는 네플릭스의 씨 비스트와 같은 영상물 그리고 가장 최근에 본 영화 NOPE까지... 고전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활용할 자료가 적었던 시기에 인간에 대한 관찰이 반영되고 그것을 이야기에 담아 전달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근의 작품들은 그러한 고전 속 중심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변화된 사회의 요소들을 적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영화를 보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감동이 지속되는 것은 화려한 영상과 액션이 있는 만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 나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고전의 중심을 이어받은 영화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거대함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주인공일지, 주인공의 여동생일지, 전자제품 상점 직원일지, 나이 많은 감독일지, 그들의 일부 특성을 종합한 새로운 인물형일지 잡아 먹히는 순간까지 도망가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동양인 남성일지 등 어떤 생각과 행동을 취할 것인지 고민해 보는 것도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영화를 이어가는 한 방법으로 제시해 봅니다.


추가. 도서관 운영 경험 매거진의 오디오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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