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취업이 되지 않아 끙끙거리던 날, 내가 무의미한 존재인 것만 같아 답답한 날, 그냥 누군가 와와의 대화마저 무겁게 느껴지던 날, 알 수 없이 밀려오는 인생에 대한 회의감으로 두려움만 가득한 날 - 수많은 이유로 나에게는 '혼자 있고 싶은 날'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단 한 번의 예고도 없이 말이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마음도 무거웠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약속을 미루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스물아홉,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날들이 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기에는 나의 마음이 버거움을 느껴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날. 나는 그렇게 약한 사람이다
나의 마음이 정리가 된 후에야 누군가에게 그때 나의 마음은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이 의연하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 지독하게 마음이 아픈 날이면 오랜 시간 잠을 청하고 나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적어 내려간다. 그렇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마음이 무거웠던 날, 누군가와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아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억지로 약속에 나갔던 날이 있었다. 힘들게 웃고 있는 나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는 너와의 대화는 나를 더 낮은 곳으로 끌고 내려갔다, 너는 너의 힘듬만을 이야기하며 나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비교적 빨리 느끼게 되었다. 더 이상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에는 나의 마음이 빵빵하게 불어 놓은 풍선처럼 뻥 - 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마음속으로는 '그만 그만 그만해줘'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자리를 오랜 시간 유지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나의 수많은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왜 나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일까' 아차, 나는 왜 또 모든 순간을 나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못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걸까. 익숙했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 나는 자주 타인의 마음을 건네받고 혼자 당황스러워했다. 타인의 무례한 마음을 받아놓고 왜 나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못했던 걸까 생각했다
타인의 무례한 마음이 나의 마음을 잡아먹을 것만 같아 두려워졌다,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날 - 나는 누군가의 무례한 마음을 건네받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타인과의 만남을 조금씩 뒤로 미루기 시작했다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타인이 힘든 날이라면, 나의 힘듬을 잠시 잊고 무작정 뛰어 나갔던 나는 조금씩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나의 마음을 먼저 안아주지 않는다면 타인의 마음을 안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던 날이었다
그날부터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날이면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권과 노트 한 권을 들고 집 앞 카페로 향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아도 괜찮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무거운 마음을 비워내고 또 다른 무언가를 채울 수 있겠다는 희망가 득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신기하고 행복했다,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의 마음을 듣고 안아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고 - 또 다른 희망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당당한 딸로 남고 싶어 가족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부당함을 글로 적기도 했고, 나의 실수와 나약함을 인정하고 싶지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나의 가장 약한 마음을 글로 적기 시작했다
누군가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글
나의 가장 약한 마음을 인정해도 괜찮은 글
나의 가장 약한 마음을 드러냄으로써, 나는 조금씩 나의 약한 모습을 인정하게 되는 사람으로 변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들키면 꼭 큰일이 날 것만 같아 꽁꽁 감추었던 마음들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일도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나약한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타인의 나약함도 함께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너와 나 , 우리는 나약한 존재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며 살 수 있겠다는 마음도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적고, 나의 가장 약한 마음을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며 나를 꼬-옥 안아준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던 마음을 내가 스스로 안아주면서 말이다
혼자만의 시간은 꼭 필요하다고 네 마음을 가장 가까이서 돌봐줄 수 있는 사람도, 네 마음을 꼭 안아줘야 할 사람도 너라고" 말해주고 싶다.
6년째 혼자 웃고, 울었던 카페에서의 시간들이 모여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와 함께 웃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일도 물론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아픈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관계를 위해 사람을 만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스물아홉의 나는 알고 있다
모든 관계를 다 소중히 하고 싶었던 이십 대의 나
모든 일을 혼자 완벽히 처리하고 싶었던 사회초년생의 나
상처를 받으면 눈물부터 나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나
그런 내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믿으니까 말이다.
나는 상처를 통해 나는 조금씩 삶을 배웠고, 조금씩 성장했다고 믿고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이왕이면 상처를 덜 받고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함께한다. 이왕이면 이십 대 그리고 사회초년생이라는 이름으로 상처 받기도 하는 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고 유연하게 지나갈 수 있는 시간들이기를 바라본다.
상처는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변하게도 만드니까 말이다
누군가 세상에 혼자라고 느끼는 그런 날,
혼자가 아니라 우리는 함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꼭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대는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당신의 마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은 누군가와 함께여도 좋겠지만 혼자여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마음을 가장 먼저 알아주고 안아줘야 할 사람은 타인이 아니라 당신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