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한 명쯤은 알아주길 바랐다

아림다운 계절, 고슴도치의 스물아홉 기록

by 윤슬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써야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금방 끝낼 수 있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네모가 가득한 빨간 원고지에 맞춤법이 맞는지 틀렸는지도 모르면서 나의 생각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사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기에 비교적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글쓰기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연히 방학숙제로 냈던 독서감상문이 상을 받았던 기억은 단 한 번뿐이었다, 그렇다고 국어에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친구와 달리 나는 뛰어나게 국어를 잘하는 학생도 아니었다. 장래희망에 글을 쓰는 직업을 적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내가 글을 쓰는 일을 취미로 삼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히 글을 쓰고 있는 스물아홉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었다






'나의 글쓰기는 초등학교 일기장에서부터 시작된 걸까'


초등학교 시절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못한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일기장에 적어 간 적이 있었다. 분명 하루의 하나씩 일기를 쓰는 일은 숙제였지만, 선생님과 나만 볼 수 있는 비밀일기에는 누군가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마음껏 써내려 갈 수 있었다


언니와 싸웠는데 엄마가 언니 편을 들어서 속상했다는 이야기, 친구랑 함께해서 행복했다는 이야기, 엄마가 맛있는 떡볶이를 해주었다는 이야기, 아빠가 내가 좋아하는 피자를 사줬다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어 내려갔던 기억들은 가장 솔직한 나의 마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나의 일기장을 읽고 '잘하고 있어, 많이 속상했겠다'라는 공감의 표현들을 가득 적어주셨고, 나는 선생님과의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일기 쓰는 일을 귀찮아하기보다 행복하게 적어 내려갔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큰 힘을 얻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는 시간이 흘러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하는 나의 가장 솔직한 마음을 나의 일기장에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나 홀로 적어 내려갔던 마음은 종종 SNS에 올리기 시작했고, 누군가 나의 마음에 위로를 받았다며 처음 메시지를 보내올 때는 비슷한 마음을 가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고, 두 번째 메시지를 건네는 이를 만났을 때는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소소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소소한 꿈을 꾸면서도 두려움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과연 나는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글을 쓴다고 하면 아무도 읽어 주지 않을 거라는 두려움에 나는 나만의 작은 일기장에 조용히 글을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나의 일기장에 마음을 적어온지 6년째 - 스물아홉의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자주 넘어지고, 자주 웃는 사람
자주 떠나고, 자주 돌아오는 사람
자주 읽고, 자주 글로 적는 사람


평범한 직장인으로, 책을 읽는 여유로운 시간을 좋아하고 마음이 무거울 때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 날들 - 어쩌면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일상과 반짝반짝 빛나는 일들만 가득하지는 않지만, 자주 넘어지고 자주 일어나며 자주 떠나며 자주 일상으로 돌아오고 - 자주 웃고, 우는 나의 평범한 일상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며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본다


초등학생 때의 나처럼, 나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적어 내려가듯 하나둘씩 적어 내려가며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글을 통해 안아 줄 수 있는 삶이기를 바라본다, 글을 통해 따듯한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






"우리 쓰는 사람으로 살아요"


글을 쓸 때마다 나에게 용기를 준 작가님의 글을 떠올린다, 꾸깃꾸깃 접혀 있던 나의 마음 그대로 글을 적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작가님의 말에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본다, 그리고 정말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 쓰는 사람으로 살면서 작가님처럼 세상에 온기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외쳐본다


매일 글을 읽고 글을 쓰다는 것은, 내가 잘하는 일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오래 하고 이어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세상에 따듯함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초등학생 때 일기장에 담았던 나의 마음을 알아봐 주는 단 한 명의 선생님이 있었던 것처럼 - 나의 글을 알아봐 주는 단 한 명의 사람이 있다면 충분하다


'우리 쓰는 사람으로 살아요'

'네! 꼭 다시 찾아뵐게요'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다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달님의 얼굴이 유난히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매일 밤 글을 쓰는 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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