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승찬 Mar 28. 2021

천재성에 대한 솔직하고 저급한 동경

진솔하지만 처절하다

천재들이 너무 부럽다.

한 해를 마칠 때는 미리 친구를 걸어뒀던 사람들의 쇼릴이 내 타임라인에 뜨곤 한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은 그 감각을 타고난 듯 발전이 눈에 보이곤 한다.

천재성. 누군가는 그 말 듣기를 죽어도 싫어한다고 하더라. 본인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만 같다면서. 타고난 게 아니라 할 만큼 한 거라고. 뭐,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눈엔 그 말마저도 여유로 보이며, 도리어 다른 이가 선물한 천재성이라는 단어의 경외심을 무시하는 처사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노력을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노력을 발현하는 천재성에서 성패가 갈렸더라.

나 또한 그에 열등감을 느끼곤 해서 그들의 총명함에 맞서 보겠다고 하루에 예능 분석한답시고 12시간 넘도록 TV 앞에서 충혈된 눈을 항시 소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재성이란 그렇게 아무에게나 배를 깔 정도로 만만하지 않음이요, 아무리 공들여 만든 신발이더라도 비행기 앞에선 겨우 바닥을 딛는 일밖에는 못하더라. 그 노력에 대한 역치마저 천재들에게는 기준이 따로 존재하는 것 같아 타고나지 못함을 분하게 여겨 울던 날도 적잖았고.

그래서인지 더 지니어스에서 최연승이 탈락하며 했던 말인 "평범함이 비범함을 이기기는 힘들다"는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다. 물론 내가 바라보는 최연승도 비범함 그 자체지만 그 레벨에서도 그 이상의 비범함을 좇는 모습에서 허탈함까지 느껴졌다.

'저런 사람도 열등감을 느끼는 건 반칙인데. 법적으로 금지해야해' 같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든다니까. 천재성에 모자라 타고나지 못한 자의 특권인 열등감마저 앗아가는 것만 같아서.

그래도 요즘은 열심히 해왔던 일이 어떻게 조금씩은 먹히는지 간혹 칭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경험 자체가 고맙긴 하지만 워낙 낯설어, 가식 따위가 아닌 진심으로 부끄럽고 죄스러움을 마음 한 켠에 쌓는 기분.

천재의 반대편에 서있는 천치에겐 과분해서.


(2018년 12월에 썼던 일기)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넌 아직도, 노래를 부른다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