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기후정치의 원년이 되기를
봄날의 ○○수업
지난 한 주, 영림중학교 교정에서 펼쳐진 다채로운 야외수업을 기록했습니다. 일명 봄날의 ○○수업. ○○ 속에는 국어, 체육, 미술 그리고 자유학기 주제선택까지 다양한 교과/비교과/범교과가 포함됩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생동감 넘치는 몸짓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생태전환교육, 학교에서 어떻게 할까
영림중학교의 수요일 오후는 특별합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수업연구의 날’에 참여하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2학년부의 생태전환교육 교학공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카페 아리스타에서 『생태전환교육, 학교에서 어떻게 할까?』를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이 책은 전일중학교 공모교장으로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생태전환학교’를 일구시다가 현재는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과정진로진학부장으로 일하고 계신 심지영 교육연구관께서 집필하신 책입니다.
교학공 선생님들과 토론하면서 생태전환교육을 단순히 하나의 업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 먼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계신 것을 보았습니다. (이게 생태전환교육 교학공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교직원 식당에서 만난 1학년부의 한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오시더니 일회용 컵을 쓰지 않으면 좋겠다. 각자 개인 텀블러를 들고 오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올해로 5년 차를 맞이한 서울시교육청의 생태전환교육이 영림중학교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시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생태전환교육에 대해 고민을 많이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선생님들의 실제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순간 멈칫하게 됩니다. 그러나 배움의 시간이 즐겁고 뭔가 해낼 수 있겠다는 느낌에 설레기도 합니다.
22대 국회에서 기후정치가 가능할까
이미 사전투표를 하신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 저 역시 지난 토요일 아내와 함께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가 진행됩니다. 과연 이번 총선이 ‘기후총선’이 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회가 ‘기후정치’를 할 수 있을까요?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국민의 목소리가 되고 손과 발이 되는 사람입니다. 미래세대의 기회를 약탈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전환, 경제의 전환, 문화의 전환, 교육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법의 전환과 정치의 전환 없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 핵심적 요소는 바로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2021년 3월 17일 프랑스 하원은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찬성 391표, 반대 47표로 가결했습니다. 아쉽게도 상원에서 원안을 약화시킨 수정안을 의결하면서 헌법 개정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전 세계의 기후 시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2008년 에콰도르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했습니다. 헌법 전문에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이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전제하고, 어머니 대지Pacha Mama의 보호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좋은 삶Buen Vivir, sumak kawsay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콰도르 헌법은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과 인간의 집단적 조화를 추구하면서 자연을 공존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일까요? 2020년 3월13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활동가 19명이 이른바 ‘청소년 기후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1), 헌법재판소에는 지금까지 청소년·어린이·태아를 청구인으로 하는 기후소송 헌법소원 6건이 제기돼 있습니다. 청소년 단체 등은 관련 법령·법정계획 등에 담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충분해 미래세대를 포함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2년 3월 13일 전자헌법센터를 통해 ‘쟁점이 많고 사안이 복잡하여 심층적으로 이해 중’이라는 심리 진행 상황 고시를 게시한 이후, 지금까지 소송 진행 상황을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제22대 국회에서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라는 약속이 1호 법안이 되는 것을 꿈꿉니다. 기후위기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탄소중립을 넘어 생태문명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중장기적 비전과 단계적 실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는 정부와 정당이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 역시 민주시민을 넘어 세계시민, 세계시민을 넘어 생태시민을 길러내는 시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번 선거가 그 씨앗을 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1) 청소년기후행동의 기후헌법소원 (https://youth4climateaction.org/climate-litigation)
매주 한 차례 선생님들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는 2023년 3월 1일 영림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매주 수요일 썼는데, 올해는 매주 월요일 편지를 발송합니다. 누군가는 열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옮길지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그것은 그의 당연한 권리니까요. 누군가 저의 글에서 작은 위로를 얻었으면 합니다. 누군가 저의 글을 읽고 작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행복할 겁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저의 마음이 가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편지는 이미 제 손을 떠났고, 글이 어떤 열매를 맺을 지는 오직 받는 사람에게 달려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