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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Apr 02. 2024

기억해야할 날들

2024년 4월 1일

제로웨이스트의 날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3월 30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국제 제로웨이스트의 날'이었습니다. 2022년 12월14일 UN 제77차 총회에 참여한 전 세계 약 150여 개 국가들이 제로웨이스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23년부터 3월30일을 국제 제로웨이스트 날로 채택한 것입니다.


UN이 ‘제로웨이스트의 날’을 결의한 이유에는 플라스틱 남용에 대한 위기의식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1950년 2백만 톤에 불과했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 6천만 톤으로 230배 이상 늘었으며, 70년간 누적 플라스틱 쓰레기는 70억 톤에 달합니다. 지금과 같은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2060년에는 플라스틱 생산량이 12억 3천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3월 28일에 발표한 ‘폐기물 오염 위기를 극복하는 8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1)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7억 8,300만 명이 굶주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식품의 약 19%가 매년 낭비됩니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10%는 낭비되는 식품 생산에서 발생합니다. 정부는 남은 음식의 재사용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의류 폐기물 줄이기: 의류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재료 중에서 재활용 되는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하며 이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1,000억 달러(약 135조) 이상에 이릅니다. 또한 전세계에서 1년 동안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을 모두 모으면 올림픽 규격 수영장 8,600만 개를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전자 폐기물 줄이기: 제조업체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도록 끊임없이 권유함에 따라 PC에서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전자 제품이 전 세계의 쓰레기장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품 수리 기간을 늘리고 폐기물 관리 및 처리 비용을 시민이 아니라 제조업체가 지도록 해야 합니다.


원자재 사용 줄이기: 원자재 사용은 지난 5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하여 자연 공간을 파괴하고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손실, 오염 및 폐기물 증가라는 삼중의 전지구적 위기를 촉발했습니다. 제품의 내구성을 강화하고 재활용 및 재사용 비율을 높여 원자재 사용량을 급격히 줄여야 합니다.

  

플라스틱 오염 줄이기: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전자제품, 직물, 일회용 제품에 사용됩니다. 일회용 플라스틱병, 용기, 포장재 중 약 85%가 매립되거나 잘못 관리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식품과 식수원에 침투하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폐기물 관리를 개선하면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글로벌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유해 폐기물 줄이기: 유해 화학 물질이 일상생활에서 만연하고 있습니다. 전자 제품에는 수은이 포함될 수 있고, 화장품에는 납이 포함될 수 있으며, 청소 용품에는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은 바젤협약, 스톡홀롬 협약 및 로테르담 협약에 따라2) 제한되거나 금지된 물질 및 폐기물 유형에 대해 스스로 교육하고 정부와 업계가 이를 세계 시장에서 제거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도시 쓰레기 줄이기: 2050년까지 세계 인구의 68%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물을 짓고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이 중요합니다.

  

투자와 교육을 통한 폐기물 관리 강화: 전 세계적으로 폐기물의 약 25%가 수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반면, 39%는 통제된 시설에서 관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 폐기물 관리에는 연간 총 3610억달러 (약 487조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4월 3일을 기억하는 법


김영화(2022),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우리 밭이 있는 곳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

'잃어버린 마을' 표지석을 지나

대나무 늘어선 밭담 따라 걷다 보면

멈춰 버린 그 시절과 마주합니다.

조와 메밀 농사를 짓고, 대를 엮던 마을.

작은 초가들이 정답게 모여 살던 이곳도

1948년의 미친바람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해 11월 15일, 첫 총소리를 시작으로

156명이 무고한 목숨을 잃었지요.

난리를 피해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은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마을은 폐허로 남게 되었습니다.


2022년에 출간된 김영화 작가의 그림책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의 한 대목입니다. ‘제주 4·3’ 때 불타 버린 뒤,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은 채 버려진 '잃어버린 마을'은 제주4·3사건위원회3)에 따르면 84개, 제주4·3연구소에 따르면 108개에 이릅니다. 무등이왓 한 곳에서만 156명의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전체 피해자 수를 가늠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오랫동안 잊혀져왔던 ‘제주 4·3’은 1980년대 민주화의 열기 속에서 목소리를 얻기 시작하여 2000년에 극적으로 ‘제주4·3특별법’4)이 제정 공포되었습니다. 2003년에는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발간되었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국가 권력을 대표하여 공식적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박근혜 정부는 4월 3일을 국가 지정 추념일로 결정했습니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은 ‘지금 여기의 사람들’이 ‘그때 그곳의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잃어버린 마을’ 무등이왓에 모였던 이야기를 기록한 책입니다. 드로잉북에 펜으로 그린 그림을 모아 책으로 엮어낸 김영화 작가는 제주의 동료 에술가들, 동광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잃어버린 마을에서 보내는 선물’을 빚으려 무등이왓에서 조 농사를 지었습니다.

  

슬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희생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위해 먼저 스러져간 이들을 기억하며 감사할 것. 살아남은 자들에게 위로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삶의 의미를. 무등이왓에서 부는 바람이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의 기운이 되기를.



1) UNEP(2024). Eight ways to overcome the waste pollution crisis.

2) 김정훈(2023). 지구 살리는 다자간환경협정(MEAs). 세계일보 2023년 3월 22일자.

3) 정확한 명칭은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 위원회.

4) 정확한 명칭은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






매주 한 차례 선생님들께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편지는 2023년 3월 1일 영림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해에는 매주 수요일 썼는데, 올해는 매주 월요일 편지를 발송합니다. 누군가는 열어보지도 않고 휴지통으로 옮길지 모르지만 괜찮습니다. 그것은 그의 당연한 권리니까요. 누군가 저의 글에서 작은 위로를 얻었으면 합니다. 누군가 저의 글을 읽고 작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행복할 겁니다. 아니, 누군가에게 저의 마음이 가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편지는 이미 제 손을 떠났고, 글이 어떤 열매를 맺을 지는 오직 받는 사람에게 달려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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