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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Apr 15. 2020

코로나-19 시대의 교육

온라인 개학에 대한 단상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교사와 학생이 맞대면을 하고 수업을 한다고 항상 살아 있는 수업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듯이 교사와 학생이 직접 대면하지 못한다고 진정한 수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멋 옛날에는 유배지의 스승이 보낸 편지 한 통으로도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다."


지난 3 24 페북에 <서울형 온라인 교실> 소개하면서 했던 말이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나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이것만 있다면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이겨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연결에 대한 믿음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사와 교사 사이에도 필요하며 학교와 교육청 또는 학교와 교육부 사이에도 필요하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런데 최소한 교육부는 연결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제 교육부에서 내려온 체크리스트에 "ZOOM 등을 활용한 쌍방향 수업을   과목에서 하고 있는지" 묻는 항목을 보고나서  생각이다. 이쯤되면 교육부에서 '교육'이라는 단어는 반납해야 하지 않나하는 격한 감정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일반적으로 체크리스트의 용도는 준비 과정에서 실수를 막기 위함이지 책무를 전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개학의 과정에서 체크리스트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그것은 개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배려하기 위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즉, 만약에 발생할지도 모를 비난의 화살을 학교에 돌리기 위한 면피용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다 얘기 했어. 문제 생기면 네 책임이야." 나는 그동안 체크리스트의 용도가 전자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체크리스트 항목이 계속 바뀌고 추가되는 내용을 보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책임지는 삶의 미덕


교육과 테크놀로지의 연결에 부정적이던 아내가 한 달 사이에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온갖 플랫폼을 섭렵하고 반전문가가 다 되었다. 물론 여전히 가장 어려운 일은 아이들을 출석시키는 일이다. 그건 예전과 다르지 않다. 갑자기 내가 한참 퇴보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면 아내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혁신학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또 일반학교 중에서도 그런 학교가 많이 있겠지만) 헌신적인 교사리더가 있거나, 교사학습공동체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던 학교들이 이번 코로나 사태를 잘 견뎌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문제다. 모든 것이 새롭고 처음이다. 교사들의 집단지성이 더욱 더 요구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떻게 학교를 지원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들이 함께 어렵사리 해낸 것을 자기 업적인 양 사유화하거나 설레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 교육환경이 얼마나 낙후되어 있었는지, 그 열악한 환경에서 대한민국 교사들이 얼마나 악전고투 해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걸로 경쟁지상주의와 학벌만능사회가 깨질 것 같지는 않다.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전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삶과 교육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했으면 한다. 우리의 삶이 유지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는지 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책임지는 삶의 미덕에 대해 천착하기를.



교사들의 집단지성


지난 주 목요일 전국의 고3과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온라인 개학이 별 탈 없이 이루어졌다. 시스템 상의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드러났지만 그래도 교사공동체를 중심으로 슬기롭게 해결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대혼란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학교현장은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제는 내일이다. 고1,2와 중1,2가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과연 학교의 준비도에 맞춰 교육기관에서 준비한 온라인 시스템들이 무리없이 작동할 수 있을지. 어떤 상황이 발생하건 간에 결국 현장에서는 해결해 낼 것이다. 그동안 현장의 선생님들 사이에서 공유되어 왔던 온라인 개학 준비과정의 극히 일부분을 기록으로 남긴다.


https://blog.naver.com/ysh2084/22189793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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