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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자 May 09. 2020

'위기'에 마냥 겁먹지 말자구!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읽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되뇌다 지난 주말 교보문고에 쭈그려 앉아 아주 인상 깊게 읽은 책. 코로나 사태로 개인으로서 내 삶과 공동체의 근본적인 '생존'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위협을 느꼈던 탓인지 지금 시점에서 더 크게 와 닿았다. 



이 책은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를 상호 비교하면서 전 세계 곳곳 국가의 위기를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 국가들이 올해 82세인 제레드 할아버지가 지금껏 애정을 갖고 연구해왔던 곳들이라는 점에서 제레드의 연구 인생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누군가는 계량적 수치도 하나 없다며 그의 책을 비난하곤 하는데 내 생각에 그는 누구보다 대중을 위한 글쓰기를 하려고 분투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참으로 대단한 할아버지다.






서문에서 영어와 중국어의 '위기'라는 단어의 어원을 밝히는 부분부터 흥미롭다. Crisis는 '위험'을 뜻하는 명사인 Krisis와 '구분하다'를 뜻하는 동사인 Krino의 합성어라는데 중국어로도 危機 위태할 위, 틀 기(분리하다)로 두 언어 모두 '구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구분/분리한다'라는 의미가 대체 왜 들어갈까 싶었는데, 위기란 그 순간을 전후로 확연한 도전과 변화를 요구하는 '전환점'이라는 의미였다. 단순히 위험하다는 시그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존 대응방식에 그냥 변화를 주면 된다는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변화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만 최소한 마냥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제레드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한 개인적 위기를 회상하는 부분에선 굉장히 위안을 얻었다. 진정 학자로서의 길이 정녕 스스로 원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 애초에 스스로 원한다는 게 뭔지, 그 거창한 신념이 사실 한낱 주변으로부터 갈구했던 인정 욕구에 불과한 건 아니었는지. 



여태 탄탄대로만을 걸어왔을 것 같은 그에게도 자존심을 구길 만큼 스스로가 무능력해 보일 때가 있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나이테 중 일부이겠구나 하는 느낌. 어쩌면 평생 달고 다녀야 할 질문인지도. 타고난 천재성보다도 그 굴곡진 부분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다시 일으키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저자의 권위를 내려놓고 한 인간이라는 렌즈로 보니 지식적 측면과 더불어 저자의 필체나 경험에서 느끼는 점도 상당히 많았다.



일본과 미국의 위기 등 감상을 제대로 남기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아무튼 나머지는 투비 컨티뉴다.



책 읽으랴 느낀 대로 휘갈겨보랴 굉장히 귀찮은 작업이긴 하지만 곱씹기 위해 남기는 작은 행위. 게을러지지 말고 궤적을 남기자.

영차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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