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유신 Feb 12. 2023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땐 그랬지

모스크바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나를 만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떤 미래가 날 기다릴지 몰랐고 그때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도 모르고 당장 논문이 통과할지도 모르고 있던 때를 생각한다.




밖에서 뛰어놀아야 하는데 집에 앉아서 논문 쓰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시험 전날되면 평소엔 관심 없던 티비 프로그램도 재미있게 느껴지고 갑자기 방청소하고 샤워도 하고 요리도 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었지.

근데 하루가 아니라 6개월을 참아야 하다니......

시험이 끝나면 다시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어지는 게 문제였지.


그때 나는 아직 완성되어 가고 있는 단계였을 거야.

자꾸 나를 정의하려고 했었지.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남과 비교하면 혼자 뒤처지는 거 같고 평범한 길을 가는 것 같지 않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는 거겠지.

누군가 옆에서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있기도 하지만 나 혼자 걸어가야 할 길이 있는 거라고 느꼈어.

어쩌면 아직은 혼자 걷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자꾸 다른 사람과 함께 가려고 하는 건지도 몰라도 이젠 혼자 걷는 것도 익숙해져야 하겠지.

그리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에 맞춰 걸어가려고 노력했어.

어차피 늦었다고 생각했거든.

빨리 가고 싶다고 뛰어가면 금방 지쳐서 멀리 못 가고 너무 느리게 가도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았어.

다양한 방향을 찾아보고 목표에 대한 막연하게나마 방향성을 찾아야 할 때야.

내가 정해놓은 존경하는 사람이 되려는 것이 내 목표라고 단정 짓지도 마.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수준으로 갈 수도 있으니깐.


아직 스스로 어떤 사람이라고 정하기는 이른 거 같아.

이제부터 어떤 사람이 될지를 정해야 할 때야.

그러니깐 어쩌면 아직 하얀 도화지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수도 있어.


항상 생각하는 것은 한 단어로 날 정의하기엔 세상 어떤 단어도 다 표현할 순 없어.

그러니깐 원하는 몇 개 단어를 정하고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게 좋지.

나를 다 표현할 수는 없어도 다른 사람에게 나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단어면 돼.

그러니깐 스스로 나는 이런 사람이었다는 건 잊어버리고 나는 이런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금은 더 희망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올해부터는 그냥 지켜보기만 한 건 이젠 홀로 걸어가야 할 힘과 지혜를 배워야 할 때라고 생각해.

그런 힘과 지혜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거야.

외부에서 찾으려고 할수록 오히려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

그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인데 그 사람들이 했던 방식을 왜 스스로 적용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나만이 할 수 있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았으면 해.

물론 다른 사람 방법은 참고할 수 있겠지만 그건 그들에게만 맞는 방법이야.


누구나 묵묵히 자기만이 홀로 가야 할 길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난 논문을 쓰는 그 시간이 바로 홀로 가야 할 길인 거라고 생각해.


그런 시간이 인생에 한 번밖에 오는 건 아니지만 이제야 인생에 처음 오는 기회니깐 이번에 잘 참고 걸어가 봐.

누구한테 보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자랑할 것도 아니라 그냥 스스로 난 이 길을 혼자 걸었다는 것을 뿌듯하게 여길 수 있을 거야.


초등학생이 공부 잘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해 주면 넌 듣지 않겠지? 

어쩌면 주변에 있는 얘기들이 대부분 초등학생 수준일 수도 있어.

자기계발서적을 잘 안 보는 이유가 그 안에는 사실 과정이 자세히 나와있지도 않고 결과 위주이기 때문이야.

돈 많이 벌어서 난 이렇게 돈 많이 벌었으니 너네들도 따라 해봐라고 해도 그 사람이 돈 벌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거든.

대부분 자기 개발서는 노력하라고 하고 자기 암시를 걸라고 하는데 과연 노력만으로 될까?

책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책 많이 읽은 사람은 과연 성공했을까?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일반인 시각에서 보는 거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스스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돈이 아니라 명예가 되었든 유명해졌던 그런 사람들이 유명해지기까지 노력을 많이 했을까?

사실 웬만한 사람들도 그 정도 노력은 다 하는 거야.

근데 왜 그 사람들만 유명해졌을까?

이런 걸 생각해 봐.

그리고 그 정도 노력을 지금 하고 있나도 생각해 보길 바래.


뭔가 엄청나게 길게 썼지만 정리하면

1. 나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잠재력이 많은 사람이다.

2. 그렇다고 노력도 안 하고 저절로 되길 바라지는 말자.

3. 나중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4.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5. 남들을 분석해 보려면 결과를 보지 말고 어떻게 그 사람들은 유명 해졌나를 찾아봐라.

6. 어떻게 유명해졌는지는 자기 개발서에는 나와있지 않다.

7. 희망을 지키자.


오늘부터 스스로 자기 개발서를 쓴다고 생각해.

아니면 자서전을 쓰면 되겠다.

난 이렇게 살아서 이런 사람이 되었다.

근데 나한테 배울 점은 이런 점이고 나한테 배우지 말 것은 이런 점이다. 

아직 미래가 불안하지만 뭐든지 될 수 있는 30대를 잘 보내고 강력한 무기를 가지는 40대가 될 것이다


무기를 가지려면 먼저 적을 알아야겠지?

바닷속에 있는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잠수함이 필요한데 가지고 있는 무기가 비행기면 안될 거야.

망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지 못으로 보인다고 하자나.

지금 무기가 있으면 그에 맞는 적들이 튀어나올꺼야.

아직은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 필요한 것들이지.

지금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버리지는 마.


너무 미래에 대하여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살기 바래

박사 받으면 뭐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 박사가 필요 없어도 될 것 같고 그냥 시시해 보일 수 있어.

하지만 박사를 받으면 지금하고 시야가 달라지겠지.


궁금하지 않아?

도대체 얼마나 달라질까?

박사가 목적이 아니라 논문을 쓰는 과정이 목적이 됐으면 좋겠어.

도서관에 평생 있을 논문을 쓰는 거자나.

한번 도전해 볼 만하지 않아?




논문을 쓰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군대를 다녀온 기억만큼 평생을 갈 것 같다.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과정을 견디고 노력을 하면서 현실을 살아온 결과 그때 미래가 지금 현실이 되었다.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 혼술을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