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제주 와서 회사를 만든 지 벌써 3년이 지나간다.
회사 이름을 정할 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회사 이름을 듣고 뭐 하는 회사인지 알 수 있게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슨 연구원이나 연구소와 같이 짓거나 아니면 무슨 컨설팅이라고 지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 이름을 "무슨"으로 지을까 하다가 뭔가 성의 없어 보이고 무순이랑 비슷하여 포기했다.
처음 이름을 지을 때는 TRIZ를 넣으려고 했다. 그래서 T를 쓰고 싶었다.
그리고 3개를 뜻하는 것을 넣고 싶어서 "삼점"이라는 이름을 생각했다.
삼점이 상점 같고 겨우 3점만 받을 것 같아 탈락시켰다.
오래 고민하고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그럴듯한 이름은 이미 등록되어 있었다.
아무도 쓰지 않는 이름은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순우리말로 짓고 싶었는데 발음이 어려워 외국인이 부르지 못할 것 같아 제외시켰다.
막상 지나 보니 외국인이 우리 회사 이름 부를 일이 없었다. 전혀 글로벌하지 못하다.
창의성연구도 하고 있고 강의도 하고 있어서 창의연구소라 지으려 했지만 이 이름은 이미 사용되고 있었다.
창의연구소는 왠지 "창"이라는 사람이 가져가야 할 것 같아서 양보했다.
창의연구소는 영어로 Window's Lab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 윈도우에서 소송걸 것 같아서 포기했다.
법인을 설립할 때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 선택해야 해서 이걸 붙여서 이름을 생각해야 했다.
주식회사는 (주)로 유한회사는 (유)로 표시하는 것이다.
"주식"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주식주식회사" 줄여서 "주식주"가 된다.
증권사 같기도 하고 식당 같아서 제외했다.
유한회사는 예를 들어 한디오티유로 읽게 되어 주식회사로 선택했다.
(물론 둘 사이에 차이가 있고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결국 "한디오티"라고 결정했는데 다들 한점이냐고 묻는다.
내 깊은 뜻은 Dream Of Thinking을 줄여서 DOT라는 것을 이해 못 한다.
생각을 꿈꾸고 생각이 하는 꿈을 의미하는데 너무 뜬구름 잡는 얘기인 것 같다.
항상 뜬구름을 쫒고 있다는 것을 회사 이름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냈다.
한점이 되라고 친구들은 주제곡도 정해줬다.
라이너스가 부른 "연"이다.
동네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예쁜 꼬마 연들이 나의 마음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 소식 전해준다
풀 먹인 연실에 내 마음 띄워보내 저 멀리 외쳐본다
하늘높이 날아라 내맘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한 점이 되어라 한 점이 되어라 내 맘속에 한 점이 되어라
나도 처음에 한디오티할 때 이 노래 생각했다.
멋있지 않은가?
내 맘속에 한 점이 되라는 노래다.
뭔가 업계에 한점을 찍는 그런 회사 같은 느낌이 든다.
살아오면서 잘 한점, 못 한점, 뿌듯한점, 창피한점, 고기 한점 등등 한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회사 이름을 한디오티로 지은 것이 잘한점인지 못한점인지 아직 모르겠다.
그래서 뭐 하는 회사냐고?
문제 해결 컨설팅하고 트리즈를 기반으로 각종 강의를 하는 회사다.
전혀 한디오티랑 상관없게 들리면 안 되는데 걱정이다.
디자인은 뉴욕에 있는 디자이너 형이 굳이 해준다고 해서 만든 것이다.
디자인은 잘 모르지만 상당히 마음에 든다.
나중에 잘 되면 아래와 같은 법인차를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