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다양한 관점의 충돌

창의 루틴

by 한유신

회의실은 늘 긴 테이블과 그 위에 가지런히 놓인 노트북,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사람들로 채워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하고 질서정연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생각의 흐름은 종종 격렬하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꺼내고, 다른 누군가는 “그건 이미 해봤는데요”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되는 이유”를 설득하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때 공기가 잠시 묵직해지지만, 바로 그 순간이 창의성의 무대가 열리는 찰나다.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히는 건 피곤하고 불편하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생각을 지키려 하고,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며, 때로는 감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창의성은 이런 불편함을 먹고 자란다. 모두가 같은 방향만 본다면, 거기서 나오는 결과는 예측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서로 다른 경험과 지식, 관점이 부딪힐 때 비로소 ‘아, 이건 생각 못 했는데’라는 순간이 탄생한다.


TRIZ의 발명 원리에도 ‘모순 해결’이라는 개념이 있다. 서로 다른 관점의 충돌은 곧 ‘기술적 모순’이다. 예를 들어, 한 엔지니어는 제품을 더 튼튼하게 만들자고 주장하고, 다른 마케터는 제품을 더 가볍게 만들자고 한다. 두 목표는 상충하지만, 이 모순을 풀어야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 탄소섬유 같은 새로운 소재가 등장한 것도, 이런 상충하는 요구를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


디자인씽킹에서도 관점 충돌은 ‘아이데이션’과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같은 문제를 각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 자체를 다시 봐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3M은 다양한 부서가 참여하는 제품 개발 회의를 통해 포스트잇(Post-it)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초기에는 접착력이 약하다는 기술팀의 판단과, 그 점이 오히려 메모 용도로 유용하다는 마케팅팀의 판단이 충돌했다. 이 차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오늘날의 상징적인 제품이 탄생했다.


필자 역시 한 프로젝트에서 UI 디자이너와 데이터 과학자가 사용자의 불만을 전혀 다른 이유로 해석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디자이너는 화면 구성이 복잡해서 문제라고 봤지만, 데이터 과학자는 버튼 클릭 이후의 응답 속도가 느려서라고 분석했다. 두 관점을 합치자, 디자인 단순화와 서버 최적화를 동시에 진행하는 복합 해결안이 나왔다.


CID에서는 상상력 확장 기법 중 하나로 ‘의도적인 관점 전환’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안전장치를 개발한다고 할 때, 엔지니어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운전자의 관점, 보행자의 관점, 심지어 사고 조사관의 관점에서 문제를 본다. 이런 전환 과정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충돌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모든 관점의 충돌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과거에 진행했던 한 회의에서는 마케팅팀과 개발팀이 제품 출시 시기를 두고 격렬하게 대립했다. 마케팅팀은 경쟁사보다 빨리 시장에 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개발팀은 제품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타협 없이 출시가 늦어졌고, 경쟁사에 시장을 빼앗겼다. 이건 ‘조건 없는 충돌’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였다.


반대로 성공적인 충돌도 있었다. 다른 프로젝트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와 UX 디자이너가 제품 형태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엔지니어는 부품 배치를 위해 기기의 두께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디자이너는 사용성 향상을 위해 두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서로의 관점을 ‘없애려’ 하지 않고, ‘살리려’ 했다는 점이다. 결국 내부 구조를 재설계하고, 배터리 형태를 바꿔 두께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해법이 나왔다.


관점 충돌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심리적 안전감이다. 서로 다른 의견을 냈을 때 불이익이 없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둘째, 문제에 대한 공통의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목표 없이 부딪히면 감정 싸움이 되지만, 목표가 분명하면 충돌은 그 목표를 향한 다양한 경로가 된다.

셋째, 충돌 후 빠르게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고, 각 아이디어를 실제로 시험해본 뒤 데이터를 가지고 논의하면, 감정보다 근거가 중심이 된다.


다양한 관점이 부딪히는 건, 마치 요리 재료가 끓는 냄비 속에서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드는 것과 같다. 너무 빨리 꺼내면 맛이 어설프고, 너무 오래 끓이면 재료 본연의 특색이 사라진다. 중요한 건, 그 타이밍과 조합을 맞추는 일이다.


창의성의 부엌에서 관점 충돌은 필수 양념이고, 그것을 조리하는 방법이 바로 리더와 팀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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