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루틴
우리는 창의성을 종종 ‘개인의 재능’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성은 개인의 능력만으로 발휘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경직되고 위계적인 환경에서는 그 능력을 마음껏 쓰기 어렵다.
아이디어가 묵살되거나 평가만 앞서는 자리에서는 창의성은 금세 위축된다.
이것은 개인뿐 아니라 조직에도 해당된다.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창의성은 싹트기 어렵다.
창의성은 개인–팀–환경이 함께 변화할 때 가장 크게 확장된다.
개인은 관찰과 질문, 실험을 습관화해야 하고, 팀은 심리적 안전감과 다양한 관점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환경은 아이디어가 발화되고 자랄 수 있는 조건을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 세 축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창의성은 한쪽 날개로만 나는 새처럼 불안정하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창의적인 결과는 창의적인 문제에서 나온다.
심리학 연구자들은, 창의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에게 ‘일반적이고 닫힌 문제’를 주었을 때 아이디어가 평범하게 나오는 반면, 평범한 사람에게 ‘개방적이고 모호한 문제’를 주면 오히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를 발견했다.
문제의 성격이 창의성 발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와 인재가 있어도, 던져주는 문제가 평범하다면 창의적 해결책은 나오기 어렵다.
이 점은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 사람들은 AI가 창의성을 대신해주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AI도 결국 주어진 문제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닫힌 질문에는 닫힌 답이, 평범한 질문에는 평범한 답이 돌아올 뿐이다.
창의적인 문제를 설계하고, 다양한 맥락과 관점을 담아 던질 때만 AI는 새로운 조합과 의미 있는 변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즉, AI가 창의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도 문제를 창의적으로 설계하는 인간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보다 ‘정답이 정해진 문제’로 가득하다.
AI가 빠르게 답을 내주고,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가 변수를 제거하며,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설계된다. 이 구조는 효율성은 높일 수 있지만, 창의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결핍이 없으면 탐구도 줄고, 탐구가 줄면 시도와 발견의 순간이 사라진다.
이 책은 이런 현실 속에서 다시 창의성을 작동시키는 법을 다룬다.
창의성은 영감의 번개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반복하는 루틴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그 루틴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나를 이끄는 루틴 → 우리를 이끄는 루틴 → 환경이 만드는 루틴으로 확장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책 속에는 TRIZ, 디자인씽킹, CID 같은 창의적 문제 해결 방법론의 철학과 실제 사례가 녹아 있다.
여기서 제시하는 원칙과 실천 과제를 따라가다 보면, 창의성은 더 이상 특별한 순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일상과 조직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창의 루틴’이 될 것이다.
이제, AI와 함께 창의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서도, 문제를 새롭게 보고 설계하며, 그것을 풀어낼 환경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이 그 첫 번째 도화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