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혜

Artificial Wisdom

by 한유신

모르는 곳을 찾아갈 때 우린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입력한다.

내비게이션을 보면 추천 경로라는 것이 나와서 당연히 그게 가장 빠르고 돌아가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따라간다.

하지만 실시간 정보라는 것은 내비게이션을 검색했을 때 시간이고 막상 내가 중간 거리에 갔을 때는 교통량이 달라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비게이션을 전적으로 믿고 운전하는 사람과 어느 정도 길을 알고 평상시 막히는 길을 아는 사람 중 누가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까?

사실 도착시간은 비슷하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만 따라가다 보면 운전만 하게 되지만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서 전체 경로를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에 같은 경로로 갈 때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는 어떻게 길을 찾아갔을까?

사실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된 것이 몇 백 년 된 것이 아니라 30년도 안되었을 것이다.

(최초 내비게이션은 1981년 혼다에서 만들었다고 함)

우리 생활에 너무 깊이 들어와서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전국도로지도책을 차에 항상 넣고 다녔다. 즉 그 당시는 지도를 볼 줄 알았다. 스마트폰도 없고 휴대폰도 없는 시절에 밖에서 전화하려면 공중전화밖에 없던 시절에도 처음 가는 곳을 찾아갔다.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해서 가는 길을 물어본다. 길을 알려주는 사람은 가장 가깝고 안 막히고 운전하기 편한 길로 알려준다. 100미터 앞에서 우회전과 같이 실시간으로 못 알려준다.

"응 톨게이트 빠져나와서 오다가 슈퍼(당시에는 마트라고 안 했다) 보이면 우회전해. 그다음에 세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하면 병원이 보일 거야. 그럼 그 병원 지나자마자 우회전해서 죽 들어오면 돼."

이렇게 찾아가면 길이 막혀도 다른 길을 모르니깐 그냥 믿고 갈 수밖에 없다. 길을 잘 못 들은 것 같으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갔다.


내비게이션만 보면서 가면 운전만 하면 된다. 하지만 길을 찾아갈 때는 주변을 살피게 되고 수시로 어디까지 왔는지 이정표를 보게 된다.

정보는 길을 알려준다.
지식은 길을 이해하게 한다.

하지만 경로를 선택하여 알려주 것은 다른 종류의 능력이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지식을 받아들이지만 경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단지 정보만으로 되지 않는다.


정보는 넘치고, 정답은 빠르게 주어지고, 추천은 정교해졌다.

양식된 지능은 효율적이다.
위험을 줄이고 평균을 맞춘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탁월하다.

하지만 해결 이후는 누가 생각할까.

이 길을 계속 가도 괜찮은지, 이 선택이 다음 선택을 어떻게 바꿀지 생각하는 일은 지능만으로는 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부른다.

지혜는 다양한 경로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지혜는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지혜는 해결을 미루는 능력도 아니다.

지혜는 해결하고 난 후까지 생각하여 선택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전체 지도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길이 잘 못 되거나 막혀도 내비게이션은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길을 알려준 사람은 책임을 진다.


질문을 던지되, 질문이 어디로 이어질지까지 고려하는 것이 지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지고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지능이 높다고 반드시 지혜롭지는 않을 것이다.

이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혜라고 생각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지혜 2(智慧/知慧)「명사」 「1」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


그럼 영어로는 어떤 뜻인지도 궁금해졌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 (oed.com)에서 wisdom을 찾아봤다.

Wisdom

noun

The quality or character of being wise, or something in which this is exhibited.

1.a. Capacity of judging rightly in matters relating to life and conduct; soundness of judgement in the choice of means and ends; sometimes, less strictly, sound sense, esp. in practical affairs: opposed to folly.

명사

현명함의 특성이나 성격, 또는 이를 보여주는 무언가.

1.a. 삶과 행동과 관련된 문제에서 올바르게 판단하는 능력; 수단과 목적의 선택에서 판단의 건전성; 때로는 덜 엄격하게, 특히 실무에서 건전한 의미를 갖습니다: 어리석음과는 대조적입니다.


파파고로 번역해 봤다.

결국 판단하는 능력이 지혜인가 보다.


인공지혜는 판단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능을 양식하여 다시 사람에게 주입한다는 것은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에서도 말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지혜를 양식하는 것이 가능할까?

양식된 지혜를 우리는 지혜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공지능은 답을 빠르게 낼 수 있다.
우리는 그 답을 사용할지,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한다.

인공지혜란 판단을 대신하는 능력이 아니라, 판단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묻게 만드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선택하고 운전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


지능은 지식으로 양식될 수 있다.

지혜는 경험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


지혜는 양식이 불가능할까? 아니면 지혜는 자연산으로 남겨둬야 할까?



작가의 이전글양식 지능의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