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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Apr 04. 2018

인간실격

 

 떠돌이 고양이가 집에 새끼를 낳았었다. 고양이란 원체 자유로운 동물이다. 태어나자마자 사람손이 타지 않으면 길들지 않는다. 하얗고 주먹만 한 고양이가 귀여워 길들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고양이가 조금 커버렸다. 쉽게 잡히던 고양이가 제법 날렵해지니 그제야 위기감이 들었다. 뒤늦게 잡아 방울을 달고 억지로 목줄을 매어 놨던 기억이 있다. 그러자 귀여운 고양이가 위태로워 보였다. 눈동자는 불안한 듯 떨렸고 가까이 가면 뒷걸음질 치거나 하늘 높이 등을 세웠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가니 제법 길들였다. 가끔 다가와 가랑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애교를 부렸고 야속하지 않을 만큼 야옹거리며 눈길을 줬다. 하지만 고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목줄을 풀고 집을 떠났다.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읽는 내내 그 고양이가 생각났다. 뒤늦게 길들여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고양이와 소설의 주인공이 닮아서였다. 주인공은 유년시절을 외롭게 방치된다. 부유한 가정이지만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는 안보다 밖에 일에 바빳다. 많은 형제와 하녀들을 가졌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러한 유년시기를 보낸 그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유대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인간 자체를 두려워하고 외면하거나 두려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기하며 방황 속에서 살아간다. 어느 곳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삶을 연명한 그는 두 번의 자살시도와 술, 약물에 중독되어 정신병원에 갇히는 불행한 사건들을 겪는다. 이런 사건 끝에 결국 그는 자신을 인간실격이라 결론짓는다. 그와 나의 고양이는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었다.           

  대학에서 심리학개론 수업 A+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수강했다. 그런 나의 견해로 짐작해보면 주인공의 삶이 인간실격으로 결론 내려진 이유는 유년시절 가족의 관심 ‘결핍’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말했듯 고양이만큼이나 인간은 원채 자유로운 동물인지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때문에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학습되어야 한다. 사랑. 동정, 분노와 같은 감정은 언제 생기는지 사랑을 주거나 받는 방법이나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나 상황 등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과 인간관계는 결코 독학으로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가족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그는 결국 인간과 인간관계를 이해할 수 없었고 때문에 인간실격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어려서 책을 가까이하지 않아 한 호흡에 책 읽기는 쉽지 않다. 인간실격 역시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쉽게 읽어지진 않았다. 그럼에도 다른 책 이를테면 데미안에 비해서 빨리 읽었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주인공과 닮은 부분이 많았고 공감되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셨다.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외롭게 보낸 편이다. (물론 지금 우리 가족은 더 없이 화목하다.)앞에서 말한 ‘결핍’이 나에게도 있었기에 인간과 인간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우선 상대방이 현재 어떤 감정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눈치가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의 표정, 억양, 행동들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편이다.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나 상대방과 긴 대화를 갖는 경우엔 쉽사리 지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 체력을 보충한다.


 두 번째는 표현이 서툴러 아무에게도 진심을 보이고 싶지 않은 점이다. 누군가 나의 진심을 눈치 채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나 유머를 통해 거짓된 모습을 연기해 진심에서 눈 돌리게 한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만난 친구와 술을 먹었다. 그 친구는 첫 만남을 회상하며 말했다. “어색함을 숨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게 느껴졌어” 완벽히 연기했다 생각했지만 진심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술이 확 깼다. 얼굴이 달아오른 건 술기운이 아닌 부끄럼 때문이라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이 책은 나와 닮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그와 동시에 읽을수록 두려움도 느껴졌다. 주인공과 닮은 부분이 많을수록 나 역시 인간실격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범인이 된 것처럼 단서가 하나 둘 발견됨에 따라 용의자로 지목되는 느낌이었다. 인간다움과 조금은 벗어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나와 혹은 그런 사람들에게 흥미롭고 우울한 책이 될 것이다.     



PS 그래서인지 잡히지 않는 고양이를 더 귀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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