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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Apr 04. 2018

수박

 

 

  지난 초여름 6월경이었던 것 같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 옆 과일가게에서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잘 익은 수박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처럼 나란히 줄지어 진열되어있었다. 수박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는 그 광경을 보고 그냥 지나 칠 수 없었다. 가장 큰 놈으로 고르진 않았다. 주머니 사정에 맞게 적당히 크고 ‘동동동’ 익은 소리를 내는 가운데 줄에 있는 놈을 골랐다. 그리곤 아주머니에게 얼마냐 물었다.    

 

  ‘23000원’이라고 말하셨다. 그 말이 처음엔 당황스러웠고 이내 서운했다. 무리해서 살 수 있었지만 그러면 당장 내일, 일주일, 한 달이 힘들어지는 지출이었다. 한참을 쳐다보다 집으로 향했다. 그랬더니 하루 종일 과일가게에 두고 온 수박생각이 났다. 샤워를 할 때 책상에 앉아있거나 이불을 덮고 누웠을 때도 온통 수박이 생각을 지배했다. 밥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수박을 먹으면 좋겠다. 씻고 나온 후 상쾌한 느낌에 수박 한 조각 겯 들이면 행복하겠다. 이런 생각들로 누워서 한참을 뒤척이다 새벽녘에 잠들었다. 하루를 그렇게 열병을 앓은 뒤에 결국 과일가게에 가서 그 수박을 데려왔다. 냉장고에 넣어둔 뒤 수박을 썰어서 먹는 일주일 내내 행복했다. 무엇을 하고자 할 때 좋아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 나는 그것과 수박을 견주어 보겠다. 난 수박과 함께한 일주일이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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