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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Aug 14. 2018

GIMME! GIMME

노래를 들으면


음악으로 과거의 장면이 떠오른다

1999년 여름 10살인 나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무던히도 엄마를 졸라댔다

매미소리가 고조됨으로 알 수 있듯 절정으로 향해가던 한 여름의 거리

등줄기에 땀을 줄줄 흘리며 엄마와 시내에 있는 정육점에 걸어가 삼겹살을 샀다

어린 시절 아빠에 기억의 공백이 존재하는데 흐릿한 추측으로 집 사정이 좋지 못해

지방으로 목수 혹은 용접 일을 가셔서 집을 자주 비우셨다.

흔한 자동차도 없이 버스에서 내려도 한참을 걸어야 나오는 동네 외곽에 위치한 외딴집

그 아지랑이 피어오르던 뜨거운 아스팔트길을 양손가득 짐을 들고 어린아들과 걸었던 엄마

그때 거리 주변엔 카페는커녕 낡은 가옥 그리고 논과 밭 밖에 없었다


신기하게도 우연히 정차된 자동차에 카세프테이프에서

혹은 낡은 가옥의 열린 창문을 통해 흘러나온 라디오에서

혹은 근처 동네사람의 입에서 나왔는지

아무튼 신기하게 컨츄리 꼬꼬의 'Gimme Gimme'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받았어

편지와 함께 한 아름 꽃도 받았어

꽃다발 속에 담긴 너의 그 마음이 정말 좋았어

너를 기다리다가 그냥 돌아왔어

돌아오는 그 길이 너무 외로웠어

밤하늘에 뜬 별이

내 가슴에 떨어지네

사랑이라고 말해 언제나

나를 사랑한다고

달려와 내 가슴에 안겨줄

너를 기다리는 나에게로

오 Gim_me Gim_me Gim_me

Gim_me Gim_me Gim_me

사랑을 Tell me Tell me

Tell me Tell me Tell me Tell me


지금 생각해보면 지친 엄마에게 그 노래가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까?

들쑥날쑥 정형된 어설픈 삼겹살의 모양이 생각나고

삼겹살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온전히 날 위해 고생한 엄마가 생각나고

생각해보니 이제 와서 고마워해 미안하다


Gimme Gimme를 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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