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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세호 Apr 12. 2023

모쿠슈라



  욕조에 따듯한 물이 가득 차 있다. 손을 넣어보니 따끔거린다. 물에 몸이 닿으면 저릿한 느낌에 신음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다. 그 사람을 안고 욕조에 몸을 담근다.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은 깊게 파이고 두개골의 모양이 드러나는 거죽만 남아있다. 물이 닿은 순간 작게 신음소리 내며 미간을 찌푸린다. 그가 좋아하는 소주에 하얀 가루를 탄다. 고운 미음도 넘기지 못하는 그가 힘겹게 술을 받아먹는다. 잠시 뒤 욕조 안에서 그는 곤히 잠들어있다. 그의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바람이 느껴진다. 그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문지르며 나는 말한다.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라 미안해" 그의 손목에서 미세한 맥박을 느끼고 날타로운 쇠붙이로 선을 긋는다. 욕조가 붉게 물들고 평온이 찾아온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꿈일 거야. 잠시 고단한 꿈을 꾼 걸 거야. 그의 얼굴이 붉은 물에 온전히 잠겼다. 나도 욕조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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