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목격자에게 남은 기억 EP.03

: 호스피스 병동에서

by 이유 LeeYu

잠.

오늘은 잠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나는 잠이 많은 사람이다.

잠귀가 어두운 사람이다.

만시간의 법칙이 나에겐 잠시간의 법칙과도 같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노력잖고도 잠에서만큼은 전문가가 되었다.


우리는 보통 인간의 도리에 대해서 생각한다.

"도리 :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이치"


당신이 도리를 따르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겠다.

Q. 당신의 옆에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옆에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1. 마음이 쓰여 옆 사람을 돌본다.

2. 마음이 쓰이지 않지만 행동해야 할 것 같으니 우선 돌본다.

3. 걱정한다.

등등

다양한 보기가 있을 것이다.


Q. 당신의 아버지가 수술실에 있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A. 나는 잠을 잤다. 그것도 아주 푹.


아버지의 긴 수술 동안 나는 잠에 빠져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눈물을 쏟으며 아버지를 보냈다. 지금에서야 이렇게 담백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 상황으로 보자면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수술을 어느 대학 병원의 한 의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 봅시다!"하는 드라마같은 대사로 시작된 일이었다. 즉, 위험한 수술이었다. 한바탕 눈물을 쏟았던 탓인지 머리를 바닥에 붙이자마자 잠들었던 것 같다.


수술이 끝나고 아버지가 돌아왔다.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보다는 마취에서 깨며 찾아오는 통증이 짓눌린 상황이 처참했다. 더 처참했던 건, 얼마 후 나는 다시 잠에 빠졌다는 것이다. 새벽마다 아버지를 체크하기 위해 간호사가 다녀갔다고 한다. 나는 그마저도 몰랐다. 간호사는 병실 바닥에 널브러져 자는 나를 밟지 않기 위해 안간힘 쓰며 아버지에게 다가갔다고 한다. 창피했다.


나는 죄책감을 느꼈다. 상황과는 무관하게 언제고 쏟아지는 내 잠이 미웠고, 그걸 또 참지 못하고 항복해 배를 까버리는 내가 미웠다.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잠을 자는 내 모습이 사랑에 멀어 보일까봐 걱정이었다. 그때부터 나에게 잠은 조금씩 도리에 어긋난 무언가, 사치스러운 무언가가 되었다. 어떤가. 나의 이 도리에 어긋나 보이는 행동이.


그리고 2018년의 초봄 어딘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일이 있다.

집 마당에서 별을 보던 나에게 아버지가 다가왔고, 낭만적이게도 우리는 한참 별을 보며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조금 쌀쌀하다며 먼저 집안에 들어갔다. 그렇게 5분이 지나지 않아 아버지는 오한에 시달려 온몸이 진동했고 집안에 모든 사람이 벽장에 이불을 꺼내 몸을 덮고, 또 배터리가 다 돼서 작동하지 않는 체온계를 집어던지면서 불안에 떨었다. 5분 만에 우리는 일상에서 이별의 문턱 앞으로 내몰렸다. 난생처음 느껴본 두려움이었다. 사실 2016년 늦봄에 있었던 첫 수술과 이후의 항암에서 나는 왠지 모를 확신이 있었다.

'아버지는 지금 가지 않아.'

그리고 다시 2018년 초봄의 어느 날 밤, 그 확신이 깨졌다.

'언제고 이별의 문턱에서 눈물을 쏟겠구나.'


그날 우리 집에서는 저녁 식사와 함께 약주를 곁들였다. 집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우리 가족 이외에 먼 친척들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단 세 명만 술을 마시지 않았다. 아버지, 나, 그리고 다른 한 명. 이런 일이 생길 줄 세상이 알었던 것처럼 다행히 운전대를 잡을 사람이 있었다. 이불을 둘둘말고 차에 올랐다. 3시간 반은 족히 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2시간 만에 도착했다. 나는 조수석에, 아버지는 뒷자리에 누워있었다. 새벽을 달리는 와중에도 정신이 말짱했다. 불안한 마음에 몸은 자꾸 뒷좌석으로 향했고, 혹여나 숨소리가 조금이라도 옅어지면 귀를 가깝게 가져갔다. 그날을 무사히 버텨냈다. 아버지는 아직 가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의 여름과 가을.

나는 더 많은 날을 뜬눈으로 보냈다.


이 글은 '살 것이라는 확신에 잠이 왔고, 확신이 깨지고 자지 못했다' 하는 그냥 그런 이야기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의 나는 약간 피곤한 상태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쓰며 최대한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머릿속을 흑백 정도로 두고 상상했다.

아마 이 글은 다른 날에 감정을 실어 다시 써내려야 할 것 같다.

그냥 이렇게 흘려 보내기엔 나에게 너무 또렷한 기억이다.


메모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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