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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Apr 19. 2024

댓글이 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글쓰기 실력은 내 글을 쓰는 것으로 올라간다

글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의 글은, 어떤 일이나 생각을 문자로 나타낸 기록이다. 그래서 댓글도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글, 특히 글을 잘 쓰고 싶어 글 또는 책을 찾아 읽는 나에게는, 글이란 생각을 문자로 나타낸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하는 글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논리나 뒷받침하는 근거, 설명 또는 해석, 비유나 은유 등의 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작성하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 생각에 대한 공감이나 태도,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물론 당장 이런 글을 쓸 수 없다. 논리나 근거가 비약하더라도 해석이 부족하더라도 비유나 은유가 어색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글'에 가까워 지도록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댓글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댓글은 글이 될 수 없다.

댓글은 글쓴이의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적은 것이다. 그런데 댓글의 형식 때문에 내 생각, 그렇게 생각한 이유, 근거나 논리를 짧게 담아내기 어렵다. 댓글이라는 제한된 형식에 맞추어 쓰는 글은, 주제에 대한 나의 의견과 생각의 축소가 발생되고 그 축소는 논리의 허점이 생긴다. 글의 형식에서부터 이미 댓글을 쓰는 사람의 사고의 제한이 발생된다. 더구나 축소가 읽는 사람이 아닌 쓰는 사람의 기준에서 축소되면, 글을 통해 어떤 공감이나 생각, 태도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댓글이 글이라면, 댓글만으로 글의 생각과 의견이 이해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댓글의 형식은 충분히 구체적으로 적혀지지 않으며 원글의 주장이나 생각만큼 구체적이지 않다. 원글과 댓글을 같이 보아야만 그나마 어떤 생각인지 읽히는 것이지, 원글이 없다면 그 댓글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원글은, 글쓴이가 누구를 위해, 누가 읽기 바라는지의 대상이 있다. 그리고 읽기 바라는 이에게 읽혀지도록 어떤 채널을 통해 전달할지까지 정한다. 그러나 댓글은 원글을 쓴 글쓴이 외엔 읽는 대상도, 왜 그 채널인지도 고려하지 않는다. 읽는 사람에 대한 고려나 그들이 이 글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공감하기를 바라는 것이 없는 글에 의견과 생각이 잘 읽혀질까. 


댓글을 읽는 누구도 댓글이 원글과 같은 수준의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짧든 길든, 그 글에 담긴 주장과 근거, 생각, 배경이 명확하고 다른 글을 굳이 참고하지 않아도 글쓴이의 의도를 알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댓글 이상의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글쓰는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어떤 글에 댓글이 아닌 나의 글을 써야 한다. 

어떤 주제나 사안에 대해 갖는 생각은 오롯이 나의 생각이다. 그 생각이 쓰는 행위를 통해 글이 된다. 쓰는 행위를 통해 생각이 지금은 1이지만 내일은 2가 되기도 하며, 일주일 후엔 2가 될수도 10이 될수도 있다. 그런데, 애초에 1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 없으면 2나 10은 나오지 못한다. 


짧은 댓글은, 내가 그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써보지 않은 글이다. 적어도 원글인 글쓴이 만큼 생각하고 써보지 않았다. 짧은 댓글로 의견을 적음으로써 내가 글쓴이만큼의 생각을 갖었다? 혹은 그에 비등한 생각이다라고 착각하면 안된다. 그 글이 나와 생각이 같다고 해서 글을 쓴 글쓴이의 생각과 내 생각이 모두 같을 수 없다. 생각을 표현하는 각자가 선호하는, 익숙한 방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고 설명한 이유까지 다 알 수 없다. 댓글은 나 또는 댓글을 쓰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런 환상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읽는 것으로써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쓸 수 있으며 거기에 이렇게 반응을 적음으로써 생각이 풍부해졌다는 환상이다. 그런데 뒤돌아서면 그 글이 잘 생각 나지 않는데 나의 생각이 맞을까? 심지어 댓글은 그 글을 쓴 글쓴이게만 도움이 될 뿐이다.

   

그러니 댓글을 써서 글쓴이를 돕는게 아니라,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 싶다면 나의 글을 써야 한다. 사안에 대한 여러 생각이 쓰는 행위를 통해 1, 2, 10이 되어 가는 것이다. 쓰다 보면, 써 봐야지 만이 나의 생각이 정리되고 누구를 위해 무슨 내용을 어떤 의도로, 어떻게 쓸 것인지도 점점 명확해 진다. 온전한 하나의 글을 쓰는 연습을 계속 하는 것만이 글쓰기 실력을 올리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되려 짧은 글로 내 생각을 휘발시키거나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더 나은 생각의 깊이를 갖는 기회를 버리는 길이다.


'내가 생각하는 글'을 쓰겠다는 연습만이 누구에게, 무엇을, 왜, 어떻게 전하고 싶은지 여러 표현으로 전달하거나 설명할 수 있게 되고, '나'를 위한 글이 만들어 질 것이다. 나를 위한 글은, 나의 개성, 특징, 내 분야의 전문성이 담긴 글로 누가 읽어도 '나'라고 느껴지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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