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연습

여행은 작은 이사, 떠남의 연습이었다.

by 양수경
여행은 결국, 삶을 정리하는 또 다른 연습이다.
떠나기 전의 정돈과 돌아온 후의 공기 사이에,
우리는 조금 더 ‘잘 사는 법’을 배워간다.


떠나기 전, 묘한 마음


여행 준비를 하다 보면

나는 늘 묘한 기분에 잠긴다.


짐을 싸는 그 시간이,

어쩐지 죽음을 준비하는 정돈의 순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여행 가방을 펼쳐놓고,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함께 가져갈 것과 두고 갈 것을 나누는 일.

그건 어쩐지 이삿짐을 싸는 일과도 닮아 있다.




이사처럼, 삶을 정리하는 시간


이사를 준비할 때마다 나는 안다.

버림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따르고,

정리에는 묘한 해방감이 있다.


쌓여 있던 물건들 속에서

쓸모없는 것들을 버리고,

잊고 있던 추억을 다시 꺼내본다.


살아온 나의 시간을 하나씩 정리하는 과정은

이상하게도 힘들면서 즐겁다.


그건 단순한 청소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는 연습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여전히 나와 함께 가야 하고,

어떤 것은 이제 놓아줄 때가 된 것이다.

이별이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만남을 향한 출발.




떠남의 예의


여행도 그렇다.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에

나는 꼭 집을 정돈한다.


그건 떠남의 예의이자,

돌아왔을 때 나를 맞이해 줄 평안한 공간을 남겨두는 일이다.


어지러운 방보다 정돈된 집이,

여행의 끝을 더 따뜻하게 품어주니까.


그래서 나는 여행을 삶의 리허설처럼 여긴다.


떠나고, 비우고, 돌아오며

조금씩 가벼워지는 연습.

삶의 짐을 줄이고,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훈련.




돌아올 때의 공기


어쩌면 이런 반복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잘 사는 법’을 배워가는지도 모른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공항 문이 열리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공기다.


런던의 공기가 코끝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 낯익은 냄새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 안에 내 일상, 내 리듬, 내 시간들이

고요히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짐을 찾아들고, 차를 타는 순간.

창밖으로 스치는 회색빛 하늘을 보며 나는 미소 짓는다.

‘그래, 이게 나의 삶이지.’


집에 도착해 문을 여는 순간,

조용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그제야 진짜로 안도한다.


“그래도, 역시 내 집이 최고야.”




남겨두는 자리


여행은 내게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떠나온 자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떠나기 전,

오늘도 조용히 집을 단속한다.


당신은 여행을 떠나기 전,

무엇을 챙기고, 무엇을 비워두나요?


그리고 돌아온 후,

당신의 공기는 어떤 냄새를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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