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하우스메이트,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러니 외국인과, 특히 잘 알지 못하는 문화권의 사람과 집을 쓰는 것에 대해 입주 전까지는 꽤나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쉐어하우스 입주 3주 차, 하우스메이트 M 덕분에 태국이라는 나라에 거대한 호감이 생겼다.
M은 나와 같은 30대지만 가끔 어른처럼 느껴지는데, 'Have you eaten?(뭐 좀 먹었어?)' 하고 물어볼 때가 그렇다. 한국에서 보통 어른들이 늘 밥 먹었냐고 물어보던 것처럼 그는 내 식사를 걱정해 준다. 가끔 퇴근길에 같이 먹자고 뭔가를 사 오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위 사진처럼 태국음식을 해주기도 했다. 요리하기 전에 매운 걸 잘 먹냐고 물어봤었는데 언젠가 인터넷에서 '외국인들에게 매움의 기준은 고춧가루가 함유된 것이다'라는 내용을 본 기억이 나서 잘 먹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저런 거짓 정보는 누가 퍼트린 거지? 서양인들은 그럴 수도 있으나 태국인에게는 해당 없다는 것이 저 정보와 함께 퍼졌으면 좋겠다. 정말 맛있었는데 상당히 매워서 연신 큰 숨을 내뱉으면서도 다 먹었다.
또 지금 마사지 학교를 다니고 있는 그는 이수를 위해 실습 시간을 채워야 한다며 마사지 베드를 꺼내 내게 무료 마사지까지 해주었다. 일 구한다고 하루 2만 보씩 걷던 몸에 정성 담긴 마사지가 준 영향은? 설명이 더 필요 없으리라고 본다. 태국 음식도 먹고 마사지도 받았는데 여기가 태국이 아니면 어디냐. 컵쿤카.
위 사진은 모두 M이 나를 데려가줬던 명소들이다. 멜버른에 처음 온 나를 위해 M은 자기 차에 나를 태워서 여기저기를 구경시켜 주었다. 게다가 자기 친구들을 소개해주기까지 했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고 모두 참 스윗했던 그들. 게다가 그중 몇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도와주고… 타지에서 일도 못 찾고 놀고 있으니 한국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M을 생각하면 꼭 돈 벌어서 받은 만큼은 갚아야지 싶어 진다. 이미 못 갚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받은 것 같아 걱정되지만.
M은 세상의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서로 돕고 베푸는 일이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하지만 자기는 여전히 그런 것들의 가치를 믿는다고. 우리는 하우스메이트로 만났지만, 이젠 그보다 인생의 멘토를 한 명 만났다고 말하고 싶다. 나도 이 사람처럼 나누며 살 수 있을까? 지금은 자신이 없지만 누구보다 가까이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니 열심히 노력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