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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회생 파산

대출금 상환유예 약정과 회생 파산

법과 생활

by 윤소평변호사

파산은 회사나 개인이 가진 재산(청산가치)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재원으로 내놓고 채무소멸 내지 채무면책을 받는 제도이고, 회생은 회사나 개인이 일정 기간 자금수지에 따라 일정 비율을 변제하고 채무를 조정받는 제도이다. 회생이나 파산은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 재판절차의 일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봉책으로 돈의 차용부터!

회사나 사업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기 보다는 일단 융통(차용, 대출 등)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재산, 가족재산, 지인들로부터 차용한 돈으로 일단 위기를 넘기고 생각하자는 식이다. 사정이 호전되면 융통은 유효한 방법이었겠지만, 다시 지출일이 도래하면 상황은 악화된다.


많은 대표이사, 사업자, 전문직 종사자들을 만난다. 회생이나 파산에 대해 상담을 시도할 즈음에는 자산상황이나 영업상황이 거의 최악에 이른 경우가 많다. 회사나 개인사업자, 전문직 종사자 등은 돈을 빌리거나 재산을 처분에 사업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을 최우선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 컨설팅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문화적 인식과 선입견이 작용했을 것이다.


워크아웃과 대출금 상환유예 약정, 신용회복제도 등

도산제도(회생, 파산)이외에 채무자의 재기와 갱생을 도와주는 제도는 많다. 워크아웃, 신용회복제도 등은 금융채무와 관련해서 채무조정을 해 주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넓은 의미에서 해당 대출금융기관이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 주거나 원금상환 기간을 유예해 주는 등 조정해 주는 것도 워크아웃의 일례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채무를 면제 내지 감액해 주지 않는 이상, 상환기간 유예만으로 재기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데 있다. 그리고, 워크아웃, 상환기간 유예와 같은 조정은 금융기관이 '갑'의 지위에서 선처를 베푸는 것처럼 보인다. '을'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가 원하는 조정(이자감면 등)사항은 수용되기 어렵다.

다시 회생이나 파산으로...!

채무자는 유예받은 기간이 도래할 때까지 매출이 증가하거나 호재(자산매각, 수주계획의 실현, 제품출시 등)가 실현되지 않는 이상, 전체 원금 중 일부 및 이자를 한꺼번에 상환하라는 요구를 받게 된다. 채무자는 이 즈음되면 더 이상 융통할 수 없는 상태이고, 급여는 물론 각종 고정비용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문득 이전에 회생, 파산을 상담했던 변호사가 떠오르고 그가 했던 설명이 어슴프레 기억난다. 하지만, 법적 절차비용(예납금, 감정비, 송달료, 보수 등)이 고갈되어 있는 상태에 있어 금융기관에 목돈을 상환하지 말고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게 된다. 회생파산제도를 신청하고자 재차 비용융통을 해야 할 형국이다.


'을'의 지위 상승과 반대 채권자 제외!

회생파산제도에서는 채권자가 강제집행, 채무변제요구 등을 할 수 없다(파산에서 담보권은 제외). 대체로 채무자가 자금수지에 맞추어 변제계획안을 수립해 채권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 동의하는 채권자도 있고, 반대하는 채권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제계획안에 대한 가결요건 비율을 충족하면 반대하는 채권자를 제외할 수도 있다.


채무자는 일정한 비율로 현금변제를 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제(출자전환 등)를 받게 되어 실질적으로 재기의 기반을 다질 수가 있다. 실무를 해 보면 채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채무의 경감이지 단순한 유예로는 큰 효과가 없다.


거듭 말하지만 회생, 파산과 같은 법적 절차에 대해 기피하는 풍조와 선입견부터 버리는 것이 우선일 듯 하다. 협상은 당사자간의 균형이 어느 정도 유지될 때 타결된다. 워크아웃이나 상환유예 등은 제대로 된 협상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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