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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고수 #3 진상을 무시하라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진상은 임금에게 좋은 것을 바치는 것(進上), 일의 실상(陳狀), 참된 생각(眞想), 잡념(塵想), 일의 참된 실상(眞相)등 진상은 한자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 여기서 말하고 하는 진상은 '진짜 상대하기 싫은 사람, 진짜 상대하기 짜증나는 인간,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의 신조어를 의미한다.


진상인이 '갑'일 때 문제가 생긴다. 그 문제란 비위와 기분을 맞추기가 까다롭고 하대를 하기 때문에 '을'인 진상의 상대방이 자존심이 상하고 감정적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어느 직역이나 상황에서 '진상'은 존재하는데, '그 진상'이 자신이 진상인 줄을 모른다는 점이 더 안타깝다.


당신 참 진상이오!

당신은, 당신의 생각과 행동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고 예의에 어긋나며 상식적 범위에서 위아래로 벗어나서 어딜 가든, 누굴 만나든 진심으로 당신을 존중해 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는 점을 일깨워 주어야만 하는데, 그 사람은 결코 고칠 수 없고 개선할 의지조차 없기 때문에 진상짓을 하는 인간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비위를 맞춰 가급적 조속한 시기에 교류를 마감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에 이르러 우리는 진상을 떠받는다. 내외가 일치하지 않지만, 진상짓을 하면 귀찮고 번거로워지므로 진상인이 원하는데로 최대한 해 준다.


진상인은 교양은 물론 상식, 도덕, 윤리 등 여러 측면에서 함량미달인 인간이다. 진상인에 대해 우리가 "당신 참 진상이오!"라고 단언하지 못 하는 이유는 매출이 떨어질까봐, 판매가 안될까봐,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까봐, 때로는 하찮은 진상 때문에 소란스러운 분쟁에 휘말리기 싫어서 진상을 기피하고 싶고, 회유하여 그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으로 행동한다. 진상인은 결코 자신이 진상임을 깨닫고 고쳐야 겠다는 생각을 품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 진상짓을 하면 요구사항이 대체로 관찰된다는 경험적 깨달음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보자! 저러다 뒈져버리겠지!

진상인에게 품는 솔직한 심정은 진상인에 대한 반감과 저주가 대부분이다. 저 인간 저렇게 평생 살다가 죽겠지, 저보다 더한 인간을 만나 진상의 실체를 경험으로 깨달아보면 반성하려나 하는 의문을 품을 뿐이다. 저런 인간은 이 사회에서 축출되거나 빨리 죽어야 하는데, 잘 죽지도 않는다고 생각한다.


진상인은 마음의 고통이 덜 하다. 진상인의 상대방, 진상인을 어쩔 수 없이 상대해야 하는 우리가 감정노동의 결과, 심히 자존심이 상하고 삶 전반에 대한 회의를 품기도 한다. 힘든 것은 진상인이 아니라 진상인을 만난 그 당사자이다.


진상인을 사랑하고, 그 모지람을 용서하는 것은 우리가 부릴 수 있는 능력 범위 밖에 있다. 우리는 도덕적 수준이 상위 수준도 아니고, 인내심도 일반적이기 때문에 진상인에 대해 언행으로 표출되지 않는 홍조를 띠거나 속으로 육두적인 욕을 수없이 한다. "C발"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진상인을 상대함에 있어서 정성이 아닌 건성으로 대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던지 말던지, 다만 건성이 진상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감이 매우 감소하겠끔 느끼게 하면 안된다.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진상인에 대해 본질적인 에너지와 진심을 엮어 상대하였다가는 상처받고 힘들어지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정성을 결여시키고 적당한 건성으로 진상인이 제 멋대로 하더라도 그 상황 자체로 흘러가도록 관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심으로 무시하되, 결코 드러내서는 안된다. 건성적으로 대하되 진상인에게 꼬투리를 잡혀서는 안된다.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다!


과하지욕(袴下之辱), 사타구니 과, 아래 하, 갈 지, 욕될 욕으로 사타구니 아래로 기어서 통과하는 치욕을 의미한다. 누가 떠오르는가. 초한지에서 '한신'의 행동을 의미한다. 동네 깡패를 만나 모욕을 당하면서 단칼에 진상인들을 처치할 수 있었지만, 상대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진상인들의 뜻대로 가랑이 사이로 기어통과했다.


어떤가. 만약, 한신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로 진상인들을 베었다면 훗날 관직에 오르지 못 하였을 것이다.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자존심이 상했을까. 한신이?. 물론 그럴수도 있겠지만, 요목조목 상대하는 순간 같은 진상인의 수준으로 하향평준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을 얻을 것도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진상인의 의도에 비위를 맞추는 보이더라도 진심으로 진상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심으로 자존심을 상실감을 느껴야 하는 순간은 총력을 다 해 정성을 다 했다가 그것이 무산될 때이다. 하지만, 건성으로 가식적으로 응대한 경우에는 자존심을 상해할 필요도, 감정적 훼손감도 느낄 필요가 없다. 져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진상인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무시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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