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힌다". 안중근 의사의 유명한 말이다. 말이 아니라 맥심, 격언, 진리라 해도 좋겠다. 최근에 들어서야 모니터,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것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사건기록은 이면지 등에 출력해서 읽고 있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은 반드시 종이책을 구매한다. 기억하고 싶거나 해야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페이지의 귀를 접어 표시하거나 인덱스를 붙이거나 줄도 치고, 내 생각도 한두줄 적는 것이 나만의 독서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종이책을 선호한다. 그리고, 어떤 책을 누군가에게 읽어보라고 권장할 때는 책을 빌려주지 않고, 새 책을 사서 준다. 내가 읽은 책은 내 생각이 기재되어 있기도 하고,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 어렵다고 생각한 부분을 타인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유튜브 등의 플랫폼 때문에 독서하는 인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 소속변호사들도 사건에 대해 검토하라고 하면 해당 기본서(법서), 조문을 찾기 보다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다른 변호사가 포스팅한 글 등을 짜집기해서 결론을 내 앞에 내놓는다. 젊은 변호사들조차 독서를 게을리하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게다가 우리 아이들만 보더라도 무엇인가를 알고자 할 때 검색을 하지 책을 찾아보지 않는다. 아버지가 그토록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이들 앞에서 독서하는 모습을 시전함에도 말이다.
하루에 무엇인가 한 가지를 배울 수 있다면 비록 단번에 삶이 변화되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장기간 누적된다면 그 결과로 예상치보다 상당한 인생의 변화를 일으킨다. 아니 변화된 인생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 눈알 빠지도록 읽었으니 뇌의 메모리에 저장되었을 것이고 그것이 행동양식에 미세하거나 지대한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서의 효용과 중요성은 책이 발명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강조되어 온 것이다. 이것은 증명이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독서말고도 학습은 여러 방법과 경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직접 경험, 강의 수강, 그리고 검색 등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마침 어떤 책을 읽다가 그노시스(Gnosis)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그노시스는 '지식’이나 '인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여성 명사로, 다양한 헬레니즘 종교와 철학에서 사용되었고 기독교 신학 및 종교학에서 기독교가 전파되면서 유행한 기독교 교리에 맞지 않는 종교적 사상 혹은 이론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고 한다.
살면서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학습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저 단어가 사용되는 책을 읽거나 표현을 접하게 된다면 나는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제너시스와 혼동하지 않길 바라며 기억력을 믿어본다.
삶이 변화되기를 원한다면 독서하기를 권한다. 아무거나도 상관없고 관심분야도 상관없으며 생뚱맞은 분야도 상관없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오늘도 하나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