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운칠기삼. 운이 70%, 기술, 재기, 재주 등이 30%의 비율로 세상일이 정해진다는 의미이다. 영화 "타짜"에서도 김혜수가 호구로 타켓팅한 연기자가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UFC를 보면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실감이 간다. 실컷 공격하다가 단 한 차례의 타격이나 서브미션으로 전세가 역전되는 것을 보면 분명 운이라는 것이 작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확실한 인과관계가 있고, 나아가 필연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바로 사후확신편향이다. 돈을 벌었든 과업에 성공을 했든 투자를 통해 성공을 했든 1+1=2라고 하는 확실한 공식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마치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역사적 사건처럼 이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당연한 것으로 판단해 버린다.
그리고, 다음번에 같은 수법으로 돈을 벌든, 과업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마치 무슨 법칙인 것 마냥 이를 받아들인다. 때, 상황, 운이 맞아 떨어져서 사냥에 성공한 것이지, 확실한 인과관계나 합리적 법칙에 의해 상황이 변한 것이 아니다. 대부분 이를 착각해서 다음번에 큰 낭패를 보게 된다. 그리고, 돈을 벌거나 일에 있어 성공을 거둔 것이 모두 자신의 노력과 분석력, 적절한 내지름의 결과라고 생각한 나머지 교만과 자만에 빠진다. 나쁜 결과도, 좋은 결과도 운에 의해 결정된 것일 뿐이다.
실패가 자신만의 잘못이 아닐 뿐더러 성공이 자신만의 능력, 노력에 의해 달성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엉성하게 내 놓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결코 자신의 삶과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존재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자신의 삶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으며, 일과 과업의 승패가 자신의 손가락에 달려 있다고 믿는 엄청난 착각을 한다. 세상이 도와 줘야 하고, 시기가 적당해야 하며, 운이 좋아야 만족스런 결과를 겨우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판결선고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간다.
일이, 삶이 그러하니 당도높은 인생의 열매를 맛보았다면 운이 좋았을 뿐인 것이다. 그러니 겸손할 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인생의 쓴잔을 맛보았다면 운이 좋지 않았을 뿐이니 기운내야 한다.
위안스러운 것은 운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