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문자, 글자가 처음 탄생한 시기는 기원전 수천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역사는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던 수메르인들이 진흙판에 새겨 넣은 쐐기문자(설형문자)가 문자, 글자의 기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집트의 파피루스, 로마의 밀랍형태의 기록판 등을 거쳐 지금의 글자, 어순이 있고, 띄어쓰기가 있는 언어로 변모해 왔다.
최초의 문자, 글자에는 띄어쓰기가 없었다. 그래서, 표식을 인식하는데에만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었다. 읽었던 표식을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 했고, 임의적인 분절에 따라 의미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기억에 의존해 구전되어야만 했던 지식, 경험, 기술 등이 다소 영구적인 형태로 미래세대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하지만, 띄어쓰기가, 어순이 정렬되지 않은 탓에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에는 실로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역사는 기원전 1,000년경 어순과 띄어쓰기가 나타났다고 말한다. 별것 아닌 듯한 단어와 단어 사이의 공간 때문에 글자, 문자, 즉 표식 자체를 인식하는데 에너지가 별로 소비되지 않았고, 남아도는 에너지로 그 글자, 문자, 즉 표식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사용했다. 인간의 사고와 이해력은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우리의 삶에서도 띄어쓰기가 필요하다. 어제, 오늘, 내일이 마냥 연결되어 있다면 생활, 삶의 구분을 할 수 없고, 재차 그 의미를 파악하느라 고생할 뿐 아니라 구분없는 생활로 인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삶에서 띄어쓰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각자가 정해야 할 숙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TV나 보면서 멍 때리기도 그것이 될 수 있겠지만, 연속적인 일상에 공간을 부여해 분절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사람마다 기호, 성격, 직업, 인간관계의 종류와 수 등이 다양할 것이기 때문에 띄어쓰기는 일상의 연속을 분절시켜 공간을 부여할 수 있는 계기이면 충분하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아무 것도 채워 넣지 않는 띄워쓰기로 인해 인류의 독해력과 이해력이 급속도로 발전했듯이 우리 인생에서 띄어쓰기가 적용된다면 삶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삶에서 띄어쓰기를 찾아서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U0qLUmKnwVs&t=44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