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이제는 더 못 버틸 것 같습니다.”
“그럼 법인파산부터 준비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대표이사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매출은 끊겼고, 거래처 독촉은 심해졌고, 급여와 세금 문제까지 한꺼번에 밀리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빨리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바로 그 지점에서 한 번 멈춰 봅니다. 회사가 어렵다는 사실과, 지금 당장 법인파산이 맞다는 결론은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인파산신청 과정에서 정리해 제출하는 금융자료와 회계자료가, 어떤 사건에서는 오히려 대표이사 개인에게 더 큰 문제(민사적, 형사적 책임 등)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인파산은 원래 회사 재산을 환가해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배당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서울회생법원도 법인파산을 그런 구조로 안내하고 있고, 법인의 경우 개인과 달리 면책절차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결국 회사 정리와 대표 개인 문제는 겹치는 지점이 있어도 같은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서 법인파산을 설명할 때 저는 가능하면 절차부터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먼저 묻는 질문은 늘 같습니다.
“회사를 접을 것인가”보다 먼저,
“지금 이 사건은 파산신청을 해도 되는 사건인가.”
이 질문을 빼놓고 바로 신청 얘기로 들어가면,
정리의 순서를 잘못 잡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어떤 사건은 법인파산이 해법이지만, 어떤 사건은 오히려 시작이 된다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는 사건이 있다!
법인파산이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많고, 독촉과 소송이 계속 들어오고, 대표이사가 일일이 대응하는 것 자체가 더 큰 소모가 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파산절차가 오히려 현실적인 정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파산선고 이후에는 파산관재인이 절차를 주도하게 되면서 대표이사가 계속되는 압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실무상 장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RCJ6CIwBXc
문제는 모든 회사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이사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도 여기입니다.
어떤 분은 “파산만 하면 다 끝난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분은 “파산은 무조건 손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사건은 그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서류를 보기 전에는 단정하기 어렵고, 같은 ‘어려운 회사’처럼 보여도 어느 회사는 파산이 맞고, 어느 회사는 회생을 먼저 봐야 하며, 어느 회사는 신청 자체를 잠시 멈추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도 이런 판단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제34조는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서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거나,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 영업기반이 남아 있고 계속기업으로서 회생 가능성이 있다면, 파산보다 회생이 먼저 검토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파산신청이라고 해서 언제든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닙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09조는 절차 비용 미납, 파산원인 부존재, 회생절차가 더 적합한 경우, 신청의 비성실성 등이 있으면 법원이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또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면 심문을 거쳐 기각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도 파산절차의 남용 여부는 이해관계인들에게 생기는 이익과 불이익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 파산을 넣을까 말까”보다, **“파산신청이 정말 정리절차가 되는 사건인지, 아니면 다른 위험을 키우는 사건인지”**를 먼저 구분하는 일입니다.
실무에서 더 무서운 것은 회사의 파탄보다 대표이사의 민사적, 형사적 책임이다
겉으로는 회사 정리 문제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대표이사 개인 리스크(민사적, 형사적 책임 등)부터 먼저 점검해야 하는 사건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특히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거나, 특정 채권자에게만 편파적으로 돈이 흘렀거나, 회계상 설명하기 어려운 거래가 누적돼 있다면 법인파산 신청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법인파산신청은 대표이사의 민사, 형사책임을 덮어주는 절차가 아니라, 오히려 정리된 자료를 통해 문제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법은 횡령과 배임, 그리고 업무상 횡령·배임을 별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망했다는 사실과 대표이사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사실은 전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회사는 끝났으니 정리부터 하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어떤 사건은 바로 그 정리 과정이 더 큰 분쟁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체불임금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회사 문을 닫는 순간 임금 문제도 함께 정리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6조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사용자가 14일 이내에 임금과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고, 제109조는 제36조 위반에 대한 벌칙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체불임금이 많은 사건에서는 파산신청 자체보다 퇴직 처리, 체불 규모, 근로자 대응, 도산대지급금 활용 가능성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더 앞선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이사는 “회사만 정리하면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체불임금은 별도로 분쟁이 커지기 쉬운 영역이고, 잘못 대응하면 형사문제나 노동청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무에서는 오히려 파산신청 자체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더 무거운 사건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이사 사건을 볼 때, 회사의 자산·부채표보다 먼저 최근 몇 년간의 흔적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어디로 흘렀는지, 누가 먼저 변제를 받았는지, 왜 그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급여와 퇴직금은 어느 시점부터 밀렸는지 같은 것들 말입니다. 회사의 파탄 자체보다, 그 이전의 흔적이 더 무거운 사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파산신청 전에는 결단보다 순서가 먼저다
법인파산은 “일단 넣고 보자”식으로 접근할 절차가 아닙니다. 법인파산신청 전에 정리할 수 있는 문제를 전혀 손대지 않은 채 바로 파산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왜 미리 정리하지 않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회수 가능한 외상대금이 남아 있는지, 해지해 두는 편이 나은 계약은 없는지, 자산처분을 통해 손실을 줄일 여지는 없는지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또 예납금, 송달료, 보수 등 기본 비용과 자료 준비 가능성도 함께 봐야 합니다. 실제로는 신청서 작성보다 자료 준비가 더 어려운 사건도 많습니다.
그래서 대표이사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력만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최근 몇 년의 금융자료와 회계자료를 훑어 이상거래와 자금 유출 흔적을 점검하고, 임금과 퇴직금 문제를 먼저 정리하고, 신청 전에 처리할 수 있는 계약과 채권, 자산 문제를 살핀 뒤, 절차 비용과 자료 준비가 가능한지 따져 보고, 마지막으로 아직 회생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까지 보는 순서 말입니다. 소스의 핵심도 바로 이 점검 순서에 있습니다.
결국 법인파산은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자동으로 선택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회사를 접는 문제와, 지금 파산신청을 해도 되는 사건인지의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너무 늦은 파산도 문제지만, 너무 이른 파산 역시 위험할 수 있습니다.
회사를 정리할지보다 먼저, 지금 이 사건이 파산신청을 견딜 수 있는 사건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서기 전에는, 파산은 정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JNw2nud9Qw
https://www.youtube.com/watch?v=yv0nLdBs3Aw&t=10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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