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스케치_고성
작은 이름 모를 섬들이 동동 떠있고 파도가 치지 않는 남쪽 바다. 나는 남쪽 도시의 바다가 그래서 좋다. 그런데 고성은 해안 길이 남해보다는 덜 상업적이었지만 곳곳에 대형 조선업체 업장이 있어서 해안길 드라이브가 별로였다. 경치가 좀 괜찮아 보이려고 하면 거대한 시설물들이 보였다. 각종 카페와 펜션이 구석구석 있는 남해가 그나마 나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네비에 경유지로 어촌체험마을을 찍어놨는데 그쪽을 지나서 가게 되어있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서 언덕길을 오르는데 반대편 길옆으로 바다가 보였다.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옆을 보면서 가는데 작은 전망대 겸 사진 스폿이 보였다. 저기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생각하면서 지나쳤다.
어촌체험마을은 만에 있어서 잔잔한 바다를 따라 죽 들어갔다. 그런데 바다가 그냥 바다다. 뭔가 빠진 것 같다. 심심한 바다다. 나는 차를 돌려서 나오면서 다시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왔던 길을 돌아가면서 마을을 도는 버스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마주 오는 게 보였다. 물론 길에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고 매일 보는 길이니 저렇게 운전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을버스치고는 난폭운전이 아닐 수 없다.
작은 의자와 사진스폿을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이르렀다. 차는 세대를 주차할 수 있다. 한대가 서있는데 더운지 차 안에만 있다. 나도 차 안에서 에어컨을 쐬면서 바다를 실컷 보다가 갈까 할 정도로 날이 더웠다. 하지만 나는 밖으로 나왔다. 십 미터 남짓 작은 전망대를 이리저리 옴겨다니면서 잔잔한 바다를 보았다.
차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보지 못할 뻔했다. 아름다운 구름이었다. 오른쪽 끝 멀리 통영이 보이고 이름 모를 섬들이 나란히 있다. 그 위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파도는 보이지 않는 잔잔한 바다와 잘 어울렸다. 이 하나의 순간을 위해서 내가 오늘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도 없는 잔잔한 바다와 그 위로 햇살은 부서지고 구름은 하얗게 피어올랐다. 사람이 없어서 더 잘 보이는 고성의 이름 모를 작은 전망대의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살아있는 풍경화였다.
나보다 먼저 와있던 차 한 대는 떠나고 나 혼자 전망대를 독차지하고 바다를 감상했다. 어느새 아까 반대편에서 지나쳐서 갔던 마을버스가 이미 마을을 다 돌았는지 다시 지나갔다. 여전히 속도가 빠르다. 너무나 고요해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아닌가 싶었는데 난폭 운전하는 마을버스가 그건 아니라고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