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산책

산책일기_2024년 12월 5일

by YS

오늘은 문득 아주 오래전 내가 봤던 신문 기사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내 기억은 단어나 느낌으로 연결되어서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연결고리를 찾아서 오래전 기억으로 이끌고 간다. 그리고 생생하게 기억을 떠올려준다.


신문기사는 감이 일렬로 처마에 매달려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누군가의 짧은 에세이였다. 아마도 그 사진으로 추측하건대 내가 그 신문기사를 읽은 계절은 초겨울이었을 것이다. 내용은 시간은 꿈처럼 빨리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흔한 말이었지만 그 글에서 나는 그때 큰 충격을 받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글은 날씨와 사진과 흔한 문장의 조합이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와서 여러 번 읽었다. 하지만 남은 건 문장이 아니었다. 처마에 달린 주황빛 감이었고 초겨울의 싸늘한 느낌과 인생은 빠르게 지나간다는 회환의 느낌이었다. 사람이 어떤 나이에 이르면 저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때까지 나에게 인생이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몇십 년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오늘 휴대폰 메모를 뒤지다가 내가 작년 12월 6일에 적은 메모를 발견했다. 지하철 파업으로 기다리던 지하철이 늦게 오는 걸 알고 나는 세정거장을 걸어서 집으로 왔다.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주말이 아니라 거리는 한산했다. 귀여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도 있고 경찰도 있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바람이 종종 세차게 불어서 볼이 시렸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밤 산책이 즐거웠다.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고 신나서 걸었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집 근처 가로수의 붉은 단풍은 가로등에 빛나고 있었고 거리는 고요했다.


나는 오늘도 짧지만 거리를 걸었다. 바람이 별로 차갑지 않았다. 골목 사이로 큰길이 보이고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작년 12월 초의 메모와 비교해 보면 벌써 3달이 넘었다. 요즘은 시간이 참 느리게 흐르기도 하고 빠르게 흐르기도 한다. 언젠가 지나간 세월이 하룻밤 꿈처럼 빠르게 흘렀더라 하고 말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부디 내가 매일 써 놓은 메모를 보면서 그래도 잊지 못할 여러 가지 기억들을 떠 올리고 싶다. 그리고 미소 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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