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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하늘

by 서영수

오랜만에 간 지방 출장. 고속도로는 여전히 막혔고, 하늘은 미세먼지인지 황사인지 모를 뿌연 먼지로 가득했다. 해를 볼 수 없으니 기분이 더 가라앉았다. 도로 위를 오가는 차들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기에 바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공장형 건물로 가득했다가, 어느 순간 논밭으로 바뀌곤 했다. 저 많은 건물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을까? 순간 의문이 들었다. 목표를 갖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지나치면 목표에 함몰되어 시간조차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나면, 어느덧 나이가 들고 기운이 빠져 더 이상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날이 온다.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런 유의 말들로 스스로를 다잡아 보지만. 그런다고 인생이 달라지진 않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죽음이 낯설지 않다. 언제나 죽음은 나와 무관한 다른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버지가 번지점프를 하셨으니, 이제 네 차례라고.” 요즘 인기가 있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다가 더는 보지 못하고 중간에 멈추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보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해서다. 주인공 오애순(배우 아이유)이 그녀의 어머니에게 느꼈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흐린 시계를 뚫고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드라마, 날씨 탓이라고 애써 핑곗거리를 찾아보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마음을 고쳐먹는 수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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